[르포] 추석 밥상부터 치과 치료까지… 쪽방촌 ‘버팀목’ 된 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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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잘 보내세요."
지난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돈의동쪽방상담소 1층 '온기창고'.
돈의동쪽방상담소는 2000년 문을 열였다.
최선관 돈의동쪽방상담소 실장은 쪽방촌의 유대 관계를 '패밀리십'이라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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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잘 보내세요.”
지난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돈의동쪽방상담소 1층 ‘온기창고’.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인근 쪽방촌 주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주민이 등록 카드를 내밀자 김대원(40) 사회복지사가 카드를 찍고 준비된 물품을 건넸다. 한쪽에는 황도와 전복죽, 갈비찜 즉석식품, 유과 등이 담긴 ‘한가위 희망 나눔 키트’가 쌓여 있었다.
직원과 주민들은 서로 친숙한 듯 안부를 주고받았다. 한 주민에겐 “형님, 어제도 오지 않았어요?”라며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물건을 챙긴 주민에게는 “연휴 잘 보내세요”라는 인사가 따라붙었다. 명절을 앞두고 고생한다며 복지사에게 박카스를 주고 간 주민도 있었다.
김 복지사는 “명절이라고 저희가 드리는 것도 있지만, 주민분들이 고생한다고 음료수를 주실 때도 있다”며 “안 챙겨주셔도 되는데 감사하다”고 했다.

◇추석 앞두고 북적인 온기창고… 하루 300명 찾아
돈의동쪽방상담소는 2000년 문을 열였다. 기초생활수급 연계부터 생필품 지원, 무료 검진과 의료 서비스, 신용회복·취업 알선까지 쪽방 주민들의 생활 전반을 돕는다. 2019년 지하 1층~지상 5층 규모 주민공동이용시설 ‘새뜰집’이 지어지면서 이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현재 상담소에 등록된 쪽방 주민은 약 500명이다. 상담소를 중심으로 3300㎡(약 1000평) 정도의 땅에 쪽방 건물 81개가 밀집해 있다. 서울에서는 서울역에 이어 두 번째로 규모가 큰 쪽방촌이다.
1층 온기창고는 주민들이 필요한 물품을 직접 선택할 수 있는 공간이다. 매주 2만포인트가 지급되며 포인트 범위에서 식료품과 생활용품을 골라 가져갈 수 있다. 평소 화·목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문을 열지만, 이번 주에는 추석 연휴를 고려해 월·화요일로 운영일을 바꿨다.
전날에는 304명이 찾았고 이날도 오후 3시까지 88명이 다녀갔다. 진열대에는 누룽지와 호박죽 같은 간편식부터 휴지 등 생활용품이 놓여 있었다. 휴지와 두유가 특히 인기다. 김 복지사는 “아무래도 먹는 게 우선이라 식품을 많이 챙겨간다”며 “2만포인트를 한 번에 쓰는 분도 있고 나눠 쓰는 분도 있다”고 했다.

◇빨래부터 치과 진료까지… 쪽방 주민 일상 챙기는 상담소
계단을 올라가자 또 다른 일상이 펼쳐졌다. 2층 세탁실에서는 쪽방 주민이자 자활근로자인 오만기(68)씨가 다른 주민들이 맡긴 빨래를 세탁하고 건조한 뒤 하나씩 개고 있었다. 오씨는 “5년 전 이 동네로 이사 온 뒤 일자리를 알아보다 두 달 전부터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며 “평일마다 나오는데 재밌게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5층 우리동네구강관리센터에서는 봉사 의료진이 예약을 받아 치과 진료를 하고 임플란트 치료까지 지원한다. 벽에는 “봉사와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등 주민들이 직접 적은 감사 편지가 붙어 있었다.

상담소는 추석을 맞아 주민 공동 차례도 준비하고 있었다. 4층 행사장에서는 자활 근로자가 다음 날 차례를 앞두고 바닥을 닦고 있었다. 가족이나 연락할 사람이 없는 주민이 적지 않은 만큼 명절에도 대부분 동네에 머문다고 상담소 측은 설명했다.
최선관 돈의동쪽방상담소 실장은 쪽방촌의 유대 관계를 ‘패밀리십’이라고 표현했다. 가족처럼 끈끈한 유대 관계라는 뜻이다. 그는 “어렵게 쪽방을 떠나 이사한 뒤에도 다시 찾아오는 주민들도 있다”고 했다.
◇“형님, 오셨어요”… 동네 단골집 된 동행 식당
상담소에서 골목을 따라 조금 걸으면 출입문에 ‘동행 식당’ 표시가 붙은 음식점들을 만날 수 있다. 쪽방 주민은 전용 카드를 이용해 하루 한 끼 9000원까지 식사할 수 있다. 과거에는 종이 식권을 지급했지만, 다른 손님과 구분되지 않게 카드 결제 방식으로 바꿨다. 9000원이 넘는 음식을 주문하면 차액만 본인이 내면 된다. 현재 서울시에는 동행 식당 51곳이 등록돼 있다.

이날 찾은 한 동행 식당에서는 주민 네 명이 제육볶음을 앞에 놓고 식사하고 있었다. 식사 도중 또 다른 주민이 들어오자 이 식당의 사장인 전학규(54)씨는 익숙한 손님을 맞듯 반겼다. 돈의동에서 20년 넘게 장사한 전씨는 주민들을 ‘형님’이라고 부른다.
이 식당을 찾는 동행 식당 이용자는 하루 40~50명가량이다. 제육볶음과 김치찌개가 특히 많이 나간다. 4년째 동행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전씨는 “주민들이 찾아주면 가게에도 도움이 되니 좋다”며 “오실 때마다 항상 뿌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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