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전 ‘적국’이 돌아왔다…中·日, 유엔헌장 놓고 정면충돌

유진우 기자 2026. 9. 23.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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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22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연설에서 제2차 세계대전 패전국 무력행사를 용인하는 유엔헌장 내 '적국 조항(Enemy state clauses)' 폐지를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23일 블룸버그와 일본 교도통신 등 주요 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다카이치 총리는 유엔총회 일반토론 연설에서 적국 조항 폐지를 강하게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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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범국’ 꼬리표 떼려는 일본 집념
다카이치, 유엔서 ‘적국 조항’ 삭제 촉구
“日 군국주의 단절해야” 中 발언에 정면 반박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22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연설에서 제2차 세계대전 패전국 무력행사를 용인하는 유엔헌장 내 ‘적국 조항(Enemy state clauses)’ 폐지를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총리 취임 후 처음 선 유엔 무대에서 국제사회가 과거 합의한 삭제 결의 이행을 촉구하며 외교적 정면 돌파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상임이사국인 중국은 해당 조항이 유효하다고 주장하며 전범국(戰犯國) 꼬리표를 떼려는 일본을 압박하고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2026년 9월 23일 이른 시간 뉴욕에서 제81차 유엔총회가 열리는 파크레인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23일 블룸버그와 일본 교도통신 등 주요 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다카이치 총리는 유엔총회 일반토론 연설에서 적국 조항 폐지를 강하게 촉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2005년 유엔총회 정상회의에서 해당 조항 삭제에 표결 없이 합의했던 사실을 상기했다. 그는 “관련 결의에 따라 이 조항들은 지체 없이 삭제돼야 한다”며 “지난 70년간 유엔 활동에 크게 기여해 온 일본이 지닌 자부심과 명예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이 의견을 강력히 제기한다”고 했다.

적국 조항은 유엔헌장 53조, 77조, 107조에 명시되어 있다. 이 조항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적(敵)이었던 국가, 즉 전쟁 추축국이었던 일본과 독일 등이 다시 군사적 도발을 할 경우 안전보장이사회 허가나 선전포고가 없어도 전승국들이 군사적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유엔 회원국들이 1995년 이 조항을 시대착오적이라고 규정하는 결의안을 채택하면서 사실상 사문화됐다. 10년 뒤인 2005년에는 조항 자체를 삭제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헌장을 개정하려면 회원국 3분의 2 이상 찬성과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 전원이 국내 비준을 거쳐야 해 실제 문언이 삭제되진 않았다.

중국은 법문과 정치적 합의가 어긋난 이 상황을 최근 일본을 향한 외교적 무기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1월 다카이치 총리가 ‘대만 유사시 일본에 실존적 위협이 될 수 있다’며 군사적 개입 가능성을 시사한 점을 명분 삼아 중국은 적국 조항 삭제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8일 정례 브리핑에서 “적국 조항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했다. 마오 대변인은 이어 “일본 측은 역사를 거울로 삼아 군국주의와 완전히 결별하고, 아시아 이웃 국가와 전 세계로부터 구체적인 행동으로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2일 궈자쿤 대변인 역시 적국 조항 유효성을 거듭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다카이치 총리의 이번 연설이 중국 측 법리 압박을 국제 여론전으로 무력화하려는 시도라고 평가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번 연설에서 “일본이 전수방위 원칙에 근거해 평화 국가로서 국제사회 평화와 번영에 일관되게 기여해 왔다”고 했다. 그 연장선에서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사실을 지적하며 유엔 안보리 개혁 필요성도 역설했다.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입은 일본 외교의 오랜 숙원 가운데 하나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번 연설에서도 “유엔이 기능을 다 하지 못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상임·비상임이사국 수를 모두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은 적국 조항 삭제를 요구하는 막후에서 중국이 벌이는 군사 팽창에 맞서 방위력 증강을 서두르고 있다. 다카이치 행정부는 향후 10년간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약 3.5%까지 끌어올리는 방안을 올해 말 발표할 예정이다. 이는 현재 수준 두 배를 넘으며 주요 미국 동맹국들과 보조를 맞추는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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