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뿐인 ESG 책임투자?···국민연금 투자기업 온실가스 연 3억9000만t

이혜인 기자 2026. 9. 23.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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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로서 감축 이끌어야”
국민연금이 투자한 주요 온실가스 다배출 기업들이 한 해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약 3억9000만t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태형 기자

국민연금이 투자한 주요 온실가스 다배출 기업들이 한 해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약 3억9000만t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발전 부문의 배출량이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책임투자를 강화하고 있는 국민연금이 주요 투자자로서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과 에너지 전환을 적극적으로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연금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국민연금은 올해 포스코·현대제철, 삼성전자·SK하이닉스, S-OIL·GS칼텍스 등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이 100만t 이상인 국내 기업의 주식에 약 188조원을 투자하고 있다. 2022년 약 44조원과 비교하면 4배 이상으로 늘어난 규모다.

국민연금이 투자한 이들 70개 기업의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은 모두 3억9000만t에 달한다. 포스코와 발전공기업, 삼성전자 등 배출량 상위 10개 기업의 연간 배출량은 약 2억5000만t이다. 국민연금이 이들 상위 10개 기업에 투자한 주식과 채권 규모는 2022년 약 30조원에서 올해 약 104조원으로 3배 이상 늘었다.

산업별로는 발전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연간 1억5632만t으로 가장 많았고 철강 1억234만t, 정유·석유화학 6628만t 등의 순이었다.

국민연금은 발전 부문에 올해 주식 8980억원, 채권 2조8200억원을 투자했다. 발전 부문 채권 투자액은 2022년 3조9000억원에서 올해 2조9000억원 수준으로 감소했지만, 2021년 탈석탄 선언 이후에도 관련 투자는 이어지고 있다. 철강 부문 주식 투자는 같은 기간 약 2조4000억원에서 3조5000억원 수준으로 증가했다.

다만 온실가스 다배출 기업에 대한 전체 투자액이 크게 늘어난 데에는 최근 주가가 급등한 반도체 기업에 대한 투자 증가가 상당 부분 영향을 미쳤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에 대한 주식 투자는 2022년 28조7000억원에서 올해 약 160조원으로 5배 이상 증가했다.

삼성전자에 대한 주식 투자는 2022년 24조8521억원에서 올해 99조9338억원으로, SK하이닉스는 3조9288억원에서 61조1039억원으로 늘었다. 국민연금은 올해 상반기 27%대의 수익률을 기록했으며, 국내 주식 수익률이 100%를 웃돌면서 전체 수익률 상승을 이끌었다.

국민연금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책임투자 원칙을 강화하고 있다. 2021년 국내외 석탄발전소 신규 건설을 위한 프로젝트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탈석탄 선언’을 한 데 이어, 2024년에는 ‘석탄 관련 기업의 에너지 전환을 위한 투자전략’을 의결했다. 최근 3개년 평균 석탄 매출 비중이 50% 이상인 투자 기업을 비공개대화 대상으로 선정하고, 5년 동안 이들 기업의 친환경 에너지 전환 노력이 미흡할 경우 기금운용위원회 의결을 거쳐 투자 제한이나 자산 매각까지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김 의원은 “온실가스 배출 기업에 대한 투자를 배제하는 것보다 국민연금이 주주로서 기업 변화를 적극적으로 이끌어내야 한다”며 “국민연금과 자산운용사 모두가 책임투자를 통해 탄소중립과 수익성을 동시에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혜인 기자 hye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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