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처들어와 냉장고 털어도 말못합니다”…도심에 살림차리는 미국 곰들

김슬기 기자(sblake@mk.co.kr) 2026. 9. 23.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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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역에서 야생 흑곰(블랙베어)이 주택 창문을 넘고 침실, 자동차, 식당에 침입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올 들어 최소 15개 주에서 인간과 곰의 충돌 보고가 전년 대비 늘어났으며, 일부 지역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주민 안전에 비상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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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후로 먹이부족 이어지자
“곰들 위험 무릅쓰고 주택가로”
고칼로리 인간음식에 쉽게 중독
곰이 미국 소도시 개틀린버그를 돌아다니는 모습이 목격됐다. (영상: 젠 마샬, 스토리풀 제공)
미국 전역에서 야생 흑곰(블랙베어)이 주택 창문을 넘고 침실, 자동차, 식당에 침입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올 들어 최소 15개 주에서 인간과 곰의 충돌 보고가 전년 대비 늘어났으며, 일부 지역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주민 안전에 비상이 걸렸다.

전문가들은 서부, 동북부, 남동부 지역을 중심으로 곰의 도심 출몰이 크게 늘어난 주요 원인으로 ‘자연 먹이 공급망의 파괴’를 꼽는다.

콜로라도, 몬태나, 뉴멕시코, 카리포니아 등 서부 지역은 극심한 가뭄과 가뭄 후 연이은 늦봄 냉해, 이른 눈녹음 현상 등으로 인해 곰의 주식인 열매, 도토리, 풀 등의 수확량이 급감했다.

아르준 디르 캘리포니아주 블랙베어 코디네이터는 “자연 상태에서 칼로리를 얻기 어려워진 곰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사람이 사는 지역까지 먹이를 찾아 먼 거리를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콜로라도주는 올해 관측 이래 최악의 적설량을 기록하며 곰 관련 신고 건수가 1만19건을 돌파했다. 이는 지난해의 3배, 평년의 2배를 뛰어넘는 수치다. 과거 일부 지역에 국한됐던 피해가 이제는 주 전역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문제는 한번 인간의 음식 맛을 본 곰의 행동을 바꾸기가 불가능에 가깝다는 점이다. 잡식성인 곰은 쓰레기통, 새 모이통, 반려동물 사료뿐만 아니라 주택 냉장고까지 털며 고칼로리 음식에 노출되고 있다.

코네티컷주에서는 올해 들어서만 곰이 주택 내부로 침입한 사건이 약 60건 발생했다. ‘화이트 포’라 불리던 유명 암컷 곰은 차고와 주택을 지속적으로 침입해 냉동 쿠키를 먹고 사과 사이더를 마시는 등 대담한 행동을 보이다 결국 사람에 대한 위협이 커져 당국에 의해 사살 조치가 이뤄졌다.

크리스 서빈 IUCN 곰 전문가는 “곰이 한번 손쉽게 음식을 구하는 데 성공하면 그 행동을 반복할 뿐만 아니라 어미 곰이 새끼에게도 이를 학습시킨다”며 “인간의 음식을 탐하기 시작한 곰은 스스로 그 행동을 멈추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과거 멸종 위기에 처했던 블랙베어는 적극적인 산림 복원 사업 덕분에 현재 미국 내 약 45만 마리까지 개체 수가 회복됐다. 그러나 사람들의 주거지가 야생동물의 서식지 깊숙이 들어서면서 접점이 급격히 늘어났다.

유명 관광지인 테네시주 개틀린버그 등지에서는 쓰레기통을 곰 방지용으로 교체하는 등 예산을 투입하고 있으나, 곰의 행동에 대처할 줄 모르는 외지 관광객들의 주의 부족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관광객들이 곰을 보고 피하기는커녕 사진을 찍거나 사태를 방관하면서, 곰은 “사람 근처에 가도 해를 입지 않는다”는 잘못된 인식을 갖게 된다.

전문가들은 인명 피해나 공격 사례는 여전히 드물지만, 곰들이 인간과의 경계를 허무는 행동 자체가 매우 위험한 신호라고 입을 모은다.

데이브 와틀스 매사추세츠 수산야생국 생물학자는 “곰은 수천 년 동안 그곳에 살아왔고, 나중에 들어온 것은 인간”이라며 “곰을 탓할 것이 아니라 쓰레기 보관을 철저히 하고, 곰을 마주쳤을 때의 행동 수칙을 숙지하는 등 사람이 먼저 생활 방식을 바꾸고 적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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