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감소증 있으면 치매 위험 42%↑…혈관성 치매는 70%↑ [노화설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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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서 근육량과 근력, 신체 기능이 떨어지는 '근감소증'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치매 위험이 42% 높다는 대규모 분석 결과가 나왔다.
연구마다 근감소증 평가 방법이 달랐는데, 근육량을 측정했을 때보다 악력이나 걷는 속도처럼 근력과 신체 기능을 평가했을 때 치매 위험과의 연관성이 더 강하게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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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학술지 ‘국제 식품과학·영양 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Food Sciences and Nutrition)’에 최근 발표된 이번 연구에서 국제 연구진은 근감소증과 비만, 근감소성 비만이 치매 위험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조사한 기존 코호트 연구들을 종합 분석했다.
근감소증과 치매의 관계를 다룬 14편을 포함해 총 83편을 분석한 결과 근감소증이 있는 사람은 모든 원인에 의한 치매 위험이 42% 높았다. 혈관성 치매만 따로 살펴보면 위험은 70% 높았다.
눈여겨볼 점은 근육의 ‘양’뿐 아니라 ‘기능’이었다.
연구마다 근감소증 평가 방법이 달랐는데, 근육량을 측정했을 때보다 악력이나 걷는 속도처럼 근력과 신체 기능을 평가했을 때 치매 위험과의 연관성이 더 강하게 나타났다.
근육량과 근력은 항상 비례하지 않는다. 나이가 들면 근육의 양뿐 아니라 근육의 질과 신경 기능 등이 함께 변하기 때문에 근육량이 크게 줄지 않더라도 힘이 약해지고 신체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
따라서 나이가 들수록 근육량이 얼마나 되는지 살피는 데 그치지 말고 악력이 약해지거나 걷는 속도가 느려지는 등 실제 신체 기능의 변화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근육 감소는 혈당을 처리하는 능력 저하와 인슐린 저항성 증가로 이어질 수 있고, 근력과 신체 기능이 떨어지면 자연스럽게 활동량도 감소한다. 이에 따라 뇌로 가는 혈류나 혈관 기능 등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
체중과 치매의 관계에서는 조금 복잡한 결과가 나왔다.
65세 미만 중년기에 비만인 사람은 치매 위험이 9% 높았다. 그런데 65세 이상에서는 반대로 비만인 사람의 치매 위험이 17%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중년까지 체중을 관리하다가 65세가 넘으면 살을 찌우는 것이 인지 건강에 더 나을 수 있다는 의미일까.
그렇게 단순하게 해석해서는 안 된다.
치매는 진단되기 여러 해 전부터 서서히 진행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식욕, 후각, 신체활동, 대사 등에 변화가 생겨 체중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다시 말해 체중이 적어서 치매에 걸린 것이 아니라, 이미 시작된 질병 때문에 먼저 체중이 줄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원인과 결과의 순서가 뒤바뀌어 보이는 것을 ‘역인과성’이라고 한다.
연구진은 추적 기간이 짧은 연구에서는 초기 신경퇴행으로 인한 체중 변화가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노년기 비만이 뇌를 보호한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이번 결과를 근거로 나이가 들수록 일부러 체중을 늘릴 이유는 없다.
논문의 교신저자인 호주 커틴대학교의 마리오 시에르보(Mario Siervo) 교수는 “중년기의 비만은 치매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었지만 노년기에는 이러한 관계가 달라졌다”며 “그렇다고 나이가 들수록 체중을 늘려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체중과 노화, 치매 사이의 관계가 복잡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말했다.
이번 결과는 나이가 들수록 체중계 숫자만으로 건강 상태를 판단하기보다 체성분과 근육 기능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중년에는 과도한 체지방이 쌓이지 않도록 건강한 체중을 유지하고, 나이가 들수록 체중뿐 아니라 근육과 근력이 줄고 있지는 않은지도 함께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한계도 있다. 이번 분석에 포함된 연구는 모두 사람들을 장기간 관찰한 코호트 연구로, 근감소증과 치매 사이의 연관성은 보여줄 수 있지만 인과관계를 증명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여러 연구에서 근감소증과 치매 위험 증가의 연관성이 비교적 일관되게 관찰됐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실생활에 적용하면 중년에는 불필요한 체지방이 늘어나는 것을 경계하고, 나이가 들수록 체중 변화와 함께 근육과 근력이 떨어지고 있지는 않은지도 살필 필요가 있다. 규칙적인 신체활동과 균형 잡힌 영양 섭취로 근육량과 근력을 유지하는 것은 건강한 노화를 위해서도 중요한 생활습관이다.
관련 논문 주소: https://doi.org/10.1080/09637486.2026.2722926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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