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마지막 영화 상영이 종료되었습니다”…20년 신촌 메가박스의 마지막 날

박민규 기자 2026. 9. 23.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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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 서대문구 메가박스 신촌 1관에서 관객들이 마지막 상영 후 작별 문구를 찍고 있다. 독자 제공

21일 밤 서울 서대문구 메가박스 신촌점 1관. 엔딩크레딧이 올라간 뒤에도 관객들은 쉽사리 자리를 뜨지 못했다. 객석 곳곳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스크린에는 ‘마지막 영화 상영이 종료되었습니다. 안녕…다들 조심히 가요’라는 문구가 떴다. 2006년 9월 문을 연 극장이 20년 만에 문을 닫았다.

이날 메가박스 신촌점의 마지막 상영작인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전석 매진됐다. 영화 관람객뿐 아니라 극장의 마지막 모습을 눈에 담으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직원들이 관객들에게 ‘지난 20년 동안 메가박스 신촌지점을 이용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엽서를 건넸다.

21일 서울 서대문구 메가박스 신촌점에서 영업종료 안내문이 걸려있다. 독자 제공

관객들은 신촌 메가박스에 얽힌 기억을 떠올리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인근 대학 출신인 편지은씨(26)는 “대학 시절 자주 찾던 곳인데 시간의 한 챕터가 완전히 접힌 기분”이라며 “주변 상권이 문을 닫아도 이곳만은 늘 자리를 지킬 줄 알았는데, 엔딩크레딧이 끝나고 관객들이 일제히 박수를 칠 때 가슴이 뭉클했다”고 말했다.

대학생 이지우씨(22)는 “새내기 때부터 늦은 밤에도 자주 영화를 보러 오던 곳인데 추억 일부가 사라지는 느낌”이라며 “많은 관객이 모두가 같은 마음으로 마지막을 배웅하러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대학생 한규진씨(22)는 “집 앞 편의점 가듯 슬리퍼를 신고 상영 10분 전에 예매해 찾던 단골 아지트이자 쉼터였다”며 “마지막이라는 소식에 울적했고, 영업종료를 보니 영화 산업의 위기가 실감 났다”고 말했다.

21일 서울 서대문구 메가박스 신촌점에서 영업종료 안내문이 걸려있다. 박민규 기자

메가박스 신촌점은 2006년 신촌 민자역사 5층에 8개관·1700석 규모로 문을 열었다. 개관 이후 신촌 민자역사를 둘러싼 분양 사기·소송 등 여파로 1~4층이 10년 넘게 공실로 방치되면서 ‘귀신 영화관’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최근 민자역사에 SM그룹 등이 입주하며 건물 자체의 유동 인구는 늘었으나, 20년 동안 건물을 지켜온 극장은 임대차 계약 만료와 함께 셔터를 내리게 됐다. 운영사인 메가박스중앙과 모회사 콘텐트리중앙이 회생 절차를 밟는 등 경영난을 겪으면서 점포 정리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영화 상영관 영업 종료는 메가박스 신촌점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달 19일 CGV 판교점과 롯데시네마 부평점이, 지난달 23일에는 메가박스 창원내서점이 문을 닫았다. 지난달 30일에는 롯데시네마 합정점이 영업을 끝냈고, 오는 30일에는 메가박스 동대문점도 문을 닫는다. 영화진흥위원회 극장조사에 따르면 전국 극장 수는 2023년 573곳에서 2024년 570곳, 2025년 547곳으로 2년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21일 서울 서대문구 메가박스 신촌점에서 영업종료 안내문이 걸려있다. 박민규 기자

극장가 연쇄 폐관은 영화 산업의 구조적 재편과 맞물려 있다. 올해 상반기 극장 전체 매출액(5790억원)과 전체 관객 수(5705만명)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41.9%, 34.2% 증가하며 회복세를 보였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7~2019년 상반기 평균과 비교하면, 올해 상반기 극장 매출액은 69%, 관객 수는 56.5% 수준에 그친다. 여전히 과거 호황기의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는 셈이다.

편씨는 “마지막 상영작인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미식축구에서 승패를 가르는 최후의 승부수를 뜻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렇게 많은 관객이 찾은 걸 보며 기적처럼 극장을 다시 살릴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마지막 고별 영화라 생각하니 더 애틋했다”고 말했다.

박민규 기자 mingyu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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