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온누리 뿌려도 지갑 안 열려요”…추석 대목 ‘실종’ 전통시장

박정현 기자 2026. 9. 23.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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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을 사흘 앞둔 이달 21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시장.

정부가 일년 중 가장 중요한 '대목'으로 꼽히는 추석을 앞두고 전통시장 활성화와 소비 진작을 위해 온누리 상품권 발행을 확대하고 환급, 할인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했지만 이를 체감하지 못하는 시장 상인들이 대다수였다.

구리전통시장에 위치한 과일가게에서 근무하고 있는 강창원(60)씨는 "온누리상품권 등 지역화폐는 홍보 현수막 저렇게 크게 걸려 있어도 쓰는 사람만 쓰기 때문에 매출이 크게 뛰거나 손님이 확 늘어나는 거 같지는 않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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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코앞인데 시장 상인들 ‘한숨’
고물가에 손님 줄고 지갑도 ‘꽁꽁’
환급 혜택 일부 점포에만 집중돼
“시장 찾게 할 확실한 유인책 필요”
추석을 4일 앞둔 이달 21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시장에서 도라지 등 나물을 파는 좌판을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 박정현 기자

추석을 사흘 앞둔 이달 21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시장. 고기와 나물, 채소 등 추석 명절 음식 재료들이 늘어져 있는 상점 좌판 사이로 사람들이 연신 지나다니고 있었다. 진열된 식재료를 유심히 쳐다보는 손님들을 향해 시장 상인들은 “상태가 좋다”며 판매를 시도했지만 가격표를 보고 발걸음을 돌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시장 상인들은 “추석이 다가오고 있는데도 지난해보다 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줄었고 매출도 부진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경기 구리시에 위치한 구리전통시장도 명절 대목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 않은 모습이었다. 한 떡집에는 ‘추석 맞춤 떡 팝니다’라는 문구가 큼지막하게 내걸렸지만 매대 앞에서 떡을 고르는 손님은 좀처럼 나타지 않았다.

시장 내부 한켠에 마련된 그늘에서는 김영자(84)·안순덕(85)·양만길(71) 씨가 나란히 앉아 예전 명절 때와 달라진 시장 분위기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김 씨는 “물건이 비싸든 싸든 요즘은 많이 안 산다”며 “예전처럼 명절이라고 이것저것 장 볼 일이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21일 오후 경기 구리전통시장에서 시민들이 점포를 둘러보고 있다. 남소정 기자

‘추석 특수’를 기대한 전통시장이 고물가 여파로 시름하고 있다. 정부가 일년 중 가장 중요한 ‘대목’으로 꼽히는 추석을 앞두고 전통시장 활성화와 소비 진작을 위해 온누리 상품권 발행을 확대하고 환급, 할인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했지만 이를 체감하지 못하는 시장 상인들이 대다수였다. 여기에 ‘명절 다운 명절’을 보내지 않는 사람들까지 늘어나며 추석을 앞둔 시장이 예전만큼 활기를 띄지 않는 상황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이달 전통시장 경기전망지수(BSI)가 전월 대비 대폭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정작 시장 상인들은 체감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실제 청량리시장에서 청과물을 판매하고 있는 30대 상인은 “올해 기대만큼 과일세트가 많이 팔리지 않았다”며 “추석 같은 대목 뿐만 아니라평상시에도 시장을 찾는 사람 수 자체가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농수산물 가격이 저렴해야 사람들도 소비량을 늘리고 전통시장을 찾을텐데 물가가 많이 올라 이마저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같은 시장에서 한과를 판매하고 있는 50대 후반의 윤애란씨는 “손님들이 뭘 하나 사도 되게 신중하고 고르고 3개 살걸 그냥 2개 사고 마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며 “사람들이 많이 찾아와도 지갑이 쉽게 열리지 않는 분위기”라고 한탄했다. 구리전통시장에 위치한 과일가게에서 근무하고 있는 강창원(60)씨는 “온누리상품권 등 지역화폐는 홍보 현수막 저렇게 크게 걸려 있어도 쓰는 사람만 쓰기 때문에 매출이 크게 뛰거나 손님이 확 늘어나는 거 같지는 않다”고 전했다.

21일 오후 경기 구리전통시장의 한 점포에 추석을 앞두고 과일과 뻥튀기가 진열돼 있다. 남소정 기자

정부가 수년째 전통시장에을 지원하고 있지만 정작 전통시장 수는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 2024년 1403개였던 전통시장은 지난해 1392개로 11곳 감소했다. 전통시장 내 점포 수는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2021년 24만 개에 달하던 점포 수는 3년 사이 22만~23만개 수준을 유지하다 지난해 19만8914개로 급격히 감소했다. 물가 상승 여파는 물론, 온누리상품권 환급행사 등 정부 지원이 농·축·수산물 일부 분야에만 한정된다는 것도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상인들 사이에서는 정부의 소비진작책이 집중되는 업종과 그렇지 않은 업종 사이에서 온도차가 나타나며 전통시장을 전반적으로 되살릴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신재호 구리전통시장 상인회 부회장은 “시장에 점포가 350곳 정도 되는데 이번에 혜택을 받은 곳은 10% 정도 밖에 안된다”며 “대상 점포에는 손님들이 한 시간씩 줄을 설 정도로 효과가 확실했지만 이런 행사가 시장 전체 활성화로 이어지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단순한 소비 진작이 아닌 사람들이 전통시장에 오게 하는 확실한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충환 전국상인협회장은 “체감 경기가 계속 침체되면서 전통시장에서 명절 대목 특수가 사라졌다”며 “대형마트와 온라인 플랫폼에 비해 확실히 경쟁력이 떨어지는 만큼 이를 감수하고서라도 전통시장에 가야하는 이유를 각인시킬 수 있는 확실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정현 기자 kate@sedaily.com남소정 기자 ns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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