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수익률 경쟁' 실종…상위 10개사 점유율은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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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조원을 넘어선 국내 퇴직연금 시장에서 사업자 간 '수익률 경쟁'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장기간 좋은 운용성과를 낸 사업자가 더 높은 시장점유율을 확보하는 구조가 형성되지 않은 가운데 상위 10개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은 오히려 75%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홍원구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퇴직연금 시장의 경쟁이 가입자의 성과 개선으로 이어지려면 단순히 사업자 수가 많거나 시장집중도가 낮은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우수한 운용성과가 가입자의 선택과 자금 이동으로 이어지는 시장규율이 작동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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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C·IRP 성장에도 성과 좋은 사업자로 자금 이동하는 시장규율 미흡
![현행 퇴직연금 제도에서 사업자를 고르는 주체와 실제 투자상품을 선택하는 주체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연합뉴스]](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9/23/552778-MxRVZOo/20260923060015787gctv.jpg)
500조원을 넘어선 국내 퇴직연금 시장에서 사업자 간 '수익률 경쟁'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장기간 좋은 운용성과를 낸 사업자가 더 높은 시장점유율을 확보하는 구조가 형성되지 않은 가운데 상위 10개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은 오히려 75%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자본시장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퇴직연금 사업자의 성과와 시장점유율'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퇴직연금 적립금은 501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확정급여(DB)형 비중이 낮아지는 반면 확정기여(DC)형과 개인형퇴직연금(IRP)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펀드와 타깃데이트펀드(TDF), 상장지수펀드(ETF) 등 실적배당상품 투자도 확대되는 추세다.
하지만 시장 확대가 곧바로 사업자 간 운용성과 경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보고서가 2016~2025년 사업자별 장기 운용성과와 지난해 말 시장점유율을 비교한 결과 두 지표 사이에 뚜렷한 관계가 나타나지 않았다.
반면 과거 시장점유율은 이후에도 상당 부분 유지되는 경향을 보였다. 기존 고객관계와 기업의 사업자 선정, 판매채널 등이 장기 수익률보다 점유율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집중도 자체는 큰 변화가 없었지만 상위 사업자군의 영향력은 커졌다. 전체 시장의 허핀달-허쉬만지수(HHI)는 2011년 632.8에서 지난해 664.8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같은 기간 상위 3개사의 점유율은 32.7%에서 31.3%로 낮아졌지만 상위 5개사는 46.8%에서 48.5%, 상위 10개사는 68.4%에서 74.8%로 상승했다. 최상위 몇 개 회사로 쏠렸다기보다 상위 사업자군 전체의 시장 지배력이 높아진 구조다.
홍원구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퇴직연금 시장의 경쟁이 가입자의 성과 개선으로 이어지려면 단순히 사업자 수가 많거나 시장집중도가 낮은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우수한 운용성과가 가입자의 선택과 자금 이동으로 이어지는 시장규율이 작동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현행 퇴직연금 제도에서 사업자를 고르는 주체와 실제 투자상품을 선택하는 주체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DB형은 사용자가 사업자와 운용방법을 결정하고, DC형 역시 사업자는 주로 사용자가 선정하는 반면 실제 상품은 가입자가 선택한다. 가입자가 사업자와 투자상품을 모두 결정하는 IRP도 정보 비대칭과 사업자 변경에 따른 탐색비용이 존재한다.
실적배당상품 확대와 증시 상승이 모든 가입자의 수익률 개선으로 이어진 것도 아니다. 지난해 DC형과 IRP 수익률은 각각 8.47%, 9.44%로 크게 높아졌지만 DC·IRP 가입자의 67.7%는 전체 가입자 평균 수익률인 6.47%에 미치지 못했다. 가입자의 상품 선택 역량에 따라 수익률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최근 논의되는 기금형 퇴직연금을 대안 가운데 하나로 평가하면서도 제도 형태만 바꿔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봤다. 기금형은 전문 운용조직을 통해 자산배분과 장기투자를 전문화할 수 있지만 지배구조나 운용 책임이 불분명하면 오히려 대리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도 2014~2023년 연평균 수익률은 DB형이 5.5%인 데 비해 DC형과 401(k)는 각각 7.1%로 나타났다.
홍 연구위원은 "중요한 것은 기금형과 계약형의 이분법이 아니라 투자 의사결정을 어느 수준까지 전문화하고 집합화할 것인가"라며 "현행 계약형에서도 대표 운용상품과 디폴트옵션을 발전시켜 사업자의 운용 권한과 책임을 함께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사업자별 대표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가입자가 개별 상품 수십 개가 아니라 사업자의 운용전략과 장기 성과를 비교해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성과가 좋은 사업자로 가입자와 자금이 이동하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퇴직연금 사업자의 경쟁축이 단순한 고객 유치에서 장기 수익률 경쟁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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