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gital Asset In-Depth] 레이어2(L2), 이더리움 위에 놓인 블록체인을 만드는 이유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코인베이스는 베이스(Base)를, 크라켄은 잉크(Ink)를 내놓았다. 베이스와 잉크, 로빈후드 체인처럼 거래는 별도로 처리하면서 최종 결과를 이더리움에 기록하는 블록체인을 레이어2(Layer 2, L2)라고 부른다.
자체 L2는 이런 현실의 조건을 서비스에 반영하면서도 이더리움이라는 세계적 네트워크와 연결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
결국 자체 L2의 가치는 기업이 체인 하나를 소유했다는 데 있지 않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코인베이스는 베이스(Base)를, 크라켄은 잉크(Ink)를 내놓았다. 로빈후드도 자체 블록체인을 공개했다. 이미 앱과 서버, 이용자를 가진 회사들이다. 그런데 왜 굳이 블록체인까지 따로 만들었을까. 베이스와 잉크, 로빈후드 체인처럼 거래는 별도로 처리하면서 최종 결과를 이더리움에 기록하는 블록체인을 레이어2(Layer 2, L2)라고 부른다.
마트는 손님이 몰리면 보조 계산대를 열어 줄을 나눈다. 계산대 하나가 모든 손님을 받으면 줄이 길어지지만, 보조 계산대가 손님을 나눠 받으면 대기 시간이 줄어든다. 이더리움도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거래량이 정해져 있어 이용자가 몰리면 거래가 밀리고 수수료도 오를 수 있다.
L2는 이 보조 계산대와 비슷하다. 많은 거래를 별도 공간에서 먼저 처리한 뒤 정리한 결과를 이더리움에 올린다. 이 비유에서 레이어1(Layer 1, L1)인 이더리움은 거래 결과가 최종적으로 기록되는 공동 정산 장부이고, L2는 거래를 먼저 처리해 그 결과를 L1에 전달하는 공간이다. 다른 마트가 아니라 같은 정산 장부에 연결된 보조 계산대인 셈이다.
여러 거래를 하나로 묶어 이더리움에 올리는 대표적인 방식이 롤업(rollup)이다. 거래 하나하나를 이더리움이 직접 처리할 필요가 줄어 더 많은 거래를 낮은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다. L2는 이더리움을 대체하는 별도 세계가 아니라, 거래 처리를 나눠 맡으면서 최종 정산은 이더리움에 기대는 구조다.
그런데 이런 장점은 이미 운영 중인 L2에서도 얻을 수 있다. 그렇다면 기업들은 왜 남이 만든 L2를 이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기 이름을 건 L2를 만들까. 가장 큰 이유는 자기 서비스에 맞는 블록체인 이용 환경을 직접 설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용자가 지갑을 어떻게 만들고, 수수료를 어떤 방식으로 내며, 어떤 인증을 거칠지를 하나의 환경 안에서 정할 수 있다. 기업이 수수료를 대신 내거나 복잡한 지갑 절차를 기존 앱 안에 넣으면, 이용자는 어느 체인을 쓰는지 의식하지 않고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국가마다 금융과 결제의 규칙이 다르다는 점도 중요하다. 누가 어떤 자산을 거래할 수 있는지, 자산을 주고받을 때 어떤 확인을 거쳐야 하는지는 제도와 시장에 따라 달라진다. 자체 L2는 이런 현실의 조건을 서비스에 반영하면서도 이더리움이라는 세계적 네트워크와 연결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
기업이 만든 L2가 반드시 그 기업만을 위한 폐쇄망인 것도 아니다. 외부 기업과 개발자에게 열려 있다면 여러 서비스가 함께 쓰는 산업 기반이 될 수 있다. 다른 기업은 블록체인 인프라를 처음부터 만들지 않고도 그 위에서 금융, 결제, 게임과 콘텐츠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다. 국내에 개발과 운영 경험이 쌓이고, 국내 자산과 서비스가 세계 이용자와 연결될 가능성도 커진다.
자체 L2의 모습은 기업이 이미 가진 사업과 해결하려는 문제에 따라 달라진다. 베이스는 코인베이스 이용자와 블록체인 앱을 잇는 데, 잉크는 크라켄 이용자가 블록체인 금융을 접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로빈후드는 주식 같은 토큰화 자산을 다루는 금융 환경을 내세운다. 국내에서 출발해 세계적으로 활용되는 웹3 인프라를 목표로 하는 기와(GIWA)는 기업이나 기관이 인증한 이용자의 지갑임을 다른 서비스가 확인할 수 있도록 해, 개인정보 자체를 공개하지 않고도 필요한 인증 여부를 확인할 수 있게 한다. 국내 제도와 시장에 필요한 신뢰 절차를 온체인 서비스와 연결하려는 것이다. 같은 이더리움 L2라도 누구를 어떤 서비스로 연결하고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는지에 따라 쓰임새가 달라지는 것이다.
물론 자체 L2를 만든다고 이용자와 서비스가 저절로 모이는 것은 아니다. 기업은 체인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지갑·앱·다른 네트워크와의 연결을 계속 관리해야 한다. 외부 개발자와 서비스의 참여가 뒤따르지 않으면 산업 기반으로 확장되기 어렵다. 따라서 자체 L2는 서비스에 맞춘 별도 설계나 생태계 구축이 이런 운영 부담을 감수할 만큼 중요할 때 의미가 있다. 그렇지 않다면 기존 L2를 이용하는 편이 낫다.
결국 자체 L2의 가치는 기업이 체인 하나를 소유했다는 데 있지 않다. 이용자가 복잡한 기술을 의식하지 않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지, 다른 기업과 개발자가 그 위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국내의 제도와 자산, 서비스를 세계의 블록체인 생태계와 연결한다면 그 의미는 한 기업의 사업을 넘어설 수도 있다.
앞으로 L2의 역할은 이더리움의 확장성을 현실의 서비스로 연결하는 데 있다. 이용자에게 중요한 것은 거래가 L1에서 처리되는지 L2에서 처리되는지가 아니라, 금융·결제·게임 서비스가 빠르고 편리하게 작동하는지다. 사람들이 어느 네트워크를 쓰는지 의식하지 않아도 될 때, L2는 일상 속 인프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김동재 변호사(두나무 업비트정책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