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자가 지분 팔려는 건 불황 탓 아냐"… 문학동네 주주들이 밝힌 매각 이유

김나연 2026. 9. 23.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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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위 단행본 출판사인 문학동네의 창업자이자 최대 주주 강병선(필명 강태형) 전 대표가 지분 매각을 추진하면서 업계가 동요하고 있다. 강 전 대표는 현재 4개 업체와 지분 매각을 논의하고 있고, 다른 주주들에게 지분 동반 매각을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강 전 대표의 회사 매각 추진은 문학을 다른 콘텐츠로 확장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게 주주들의 설명이다.

강 전 대표는 다른 주주들에게 '세대가 바뀌었고, 우리가 출판업을 이끌어 나가기엔 역부족이지 않느냐'는 취지로 지분 매각을 설득 중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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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 편집위원 주주 6인 중 4명 인터뷰]
"문학 IP를 다양한 콘텐츠로 확장하려는 취지"
그룹 내 출판사·엔터 공존하는 일본 사례도 참고
외부 자본 개입 우려에는 "지금의 틀 유지될 것"
지분 동반 매각은 유보… 유지 의사 밝힌 주주도
7월 28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교보문고를 찾은 시민들이 문학 서가 앞에 서서 책을 둘러보고 있다. 뉴스1

국내 1위 단행본 출판사인 문학동네의 창업자이자 최대 주주 강병선(필명 강태형) 전 대표가 지분 매각을 추진하면서 업계가 동요하고 있다. 강 전 대표는 현재 4개 업체와 지분 매각을 논의하고 있고, 다른 주주들에게 지분 동반 매각을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강 전 대표를 제외한 주주 가운데 가장 중요한 그룹은 문학동네가 발행하는 문예지 '문학동네'의 초대 편집위원 6명이다. 이들의 총 지분율은 약 45%로 강 전 대표의 41.5%보다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6.7%는 자사주이고, 나머지 지분은 출판사 관계자들이 나눠 갖고 있다.

한국일보는 편집위원 출신 주주 6명 가운데 4명을 인터뷰하고 창업자의 지분 매각 추진 배경, 진행 상황, 주주들의 입장을 물었다. 다른 2명은 연락을 받지 않았다. 6인 주주 가운데 회사 매각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본보 취재에 응한 4명은 모두 강 전 대표가 지분을 매각하려는 취지를 이해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다만 지분 매각에 동참할지에는 대부분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

22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주주 4명이 한국일보에 설명한 강 전 대표의 의도는 공통적이었다. 요약하자면 "강 전 대표의 지분 매각은 시대적 변화의 압력에 대응해 출판 사업을 다각화하려는 차원"이라는 것. 이들은 지분 매각이 출판업 불황과 무관하다는 데도 한목소리를 냈다. 한 주주는 "문학동네는 (경영이) 잘되고 있고 앞으로도 잘될 것"이라면서 "제발 문학 사업에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그래픽=이지원 기자

실제로 문학동네는 단행본 기준 업계 1위 출판사이고 매출도 상승세다. 지난해 매출액(약 369억 원)은 2020년(약 295억 원)에 비해 25%가량 증가했다. 2024년(463억 원)보다는 매출이 20% 하락했지만, 2024년은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특별한 호황이었던 점이 감안돼야 한다. 주요 작품 출간도 예정돼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 신작 '가호'는 입찰 경쟁 끝에 지난달 판권을 따냈고, 한강 작가의 차기작도 계약돼 있다.

강 전 대표의 회사 매각 추진은 문학을 다른 콘텐츠로 확장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게 주주들의 설명이다. A씨는 "경영자 입장에서 문학 IP(Intellectual Property·지식재산권)를 다양한 콘텐츠로 만들어 작가들에게 훨씬 큰 수익구조를 만들어줄 길이 보이는데, 본인이 할 수 있는 힘은 없다는 게 매각의 핵심 배경"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매각을 타진 중인 업체들도 크게 보면 모두 IP 콘텐츠 업체"라고 밝혔다.

주주들은 강 전 대표가 오래전부터 출판업 다각화를 모색해왔다고 입을 모았다. B씨는 "강 전 대표의 생각은 즉흥적인 게 아니다"라면서 "10년도 더 전부터 '새로운 온라인 플랫폼에 어떻게 진출할 것인가' '문학 출판은 사회적, 기술적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틈만 나면 이야기해왔다"고 했다. C씨도 "강 전 대표가 오랫동안 생각해 왔던 일이고, 문학 출판사가 단행본 출판만 하지 않고 더 영향력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고 설명했다.

강 전 대표는 출판사와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연결돼 시너지를 내는 일본의 사례를 눈여겨본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4대 출판사에 속하는 슈에이샤와 쇼가쿠칸은 각각 일본의 메가히트 IP '원피스' '나루토' '명탐정 코난' '도라에몽' 등을 출간했다. 둘 다 히토쓰바시 그룹 소속이다. 히토쓰바시 그룹은 프로덕션, 엔터테인먼트사 등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처럼 책을 다른 콘텐츠로 빠르게 확장시킬 수 있는 구조가 세계적 IP 생산의 배경으로 꼽힌다. 만화가 잡지 연재를 거쳐 책으로 출간된 후, 애니메이션·게임·굿즈 등으로 재탄생하는 식이다.

'작별하지 않는다', '희랍어 시간', '흰', '검은 사슴' 등 한강 작가의 작품 중 다수가 문학동네에서 출간됐다. 교보문고 캡처

그럼에도 문학동네 안팎에선 문학 출판의 특수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외부 기업에 인수될 경우 부작용이 클 거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회사 관계자들에 따르면 문학동네는 초창기부터 '잘 팔리는 책은 외국에서 가져와 수익을 내고, 번 돈은 한국 작가에게 투자한다'는 방침을 견지해왔다. 실제로 1993년 설립 시점부터 당시 유야무야했던 계약서 작성 관행을 정립하고 선인세 개념을 도입해 작가들을 지원했다. 강 전 대표는 편집자가 내부 승진을 거쳐 대표이사를 맡고, 임기를 마치면 선임편집자로 돌아가는 구조도 만들었다. 편집자 출신이 조직을 이끌게 해 작가들과의 신뢰를 유지한 것이다. 그렇게 신경숙·은희경·김연수·김영하 등 한국 문단의 중심축이 된 작가들을 여럿 키웠고, 한강 작가의 작품도 문학동네에서 다수 출간됐다.

외부 자본이 들어오면 문학동네가 이런 태도를 지킬 수 있을지 걱정하는 시선이 많다. 문예지 등 적자를 보는 사업은 없앨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강 전 대표는 '문학 출판의 연속성과 문학동네의 관행을 존중받는 방식으로 협의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작가와 출판사의 신뢰가 흔들리면 끝이고, 이걸 흔드는 매각은 있을 수 없다"면서 "(문예지·내부 승진 시스템 등) 지금의 틀은 유지될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B씨는 "작가들과 관계 변화 등 우려가 없는 건 아니지만, 2차 상품을 만들 채널을 가진 곳과 일할 수 있다면 작가 입장에서는 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나쁜 방향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출판사 문학동네의 계간 문예지 '문학동네' 창간호(왼쪽)와 30주년을 맞이한 2024년 겨울호 표지. 문학동네 제공

강 전 대표는 뉴질랜드에서 전날 귀국했고, 23일 주주들을 만난다. 강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인수 협상에 관해 설명하고 지분 매각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인수 의사를 보인 복수의 기업이 지분 100% 매각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 전 대표는 다른 주주들에게 '세대가 바뀌었고, 우리가 출판업을 이끌어 나가기엔 역부족이지 않느냐'는 취지로 지분 매각을 설득 중이라고 한다.

동반 매각 여부는 본보와 인터뷰한 주주들 사이에서도 입장이 갈렸다. 강 전 대표의 설명을 듣고 판단하겠다며 유보적 입장을 밝힌 이들이 있는가 하면, 지분 유지 의사를 강하게 표명한 이도 있었다. D씨는 "각자 생각과 상황이 달라 내부에서도 의견이 모이지 않고 있다"고 했다.

김나연 기자 is2n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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