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줄여봤자 도루묵?… 데이터센터가 뿜는 온실가스 연간 1,225만톤

신혜정 2026. 9. 23.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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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인공지능(AI) 3강을 목표로 전국에 AI 데이터센터를 확대하려 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발표한 3대 메가프로젝트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계획까지 더해질 경우 탄소배출량은 크게 늘어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한국일보가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한국에너지공단의 에너지사용계획 협의 현황에 따르면, 2010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협의를 통과한 데이터센터 93곳이 1년에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약 1,225만 톤(t)으로 추정된다.

향후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확대되면 온실가스 부담은 더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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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데이터센터, 먼저 온 미래를 가다]
<3> 진실과 거짓말
메가프로젝트 누적 1억톤 추가배출
무탄소 확대, 전력망 확충 갈 길 산더미
해외는 사업자 책임 방식 도입하는데
한국은 자가발전 의무도 완화
편집자주
대한민국은 인공지능(AI) 3강을 목표로 전국에 AI 데이터센터를 확대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장밋빛 미래에는 대가가 따른다. 한국일보는 앞으로 데이터센터가 지어질 국내 현장과 우리나라보다 앞서 데이터센터를 경험한 해외 4개국을 심층 취재해 인간과 환경·AI가 공존할 수 있는 조건을 모색해 봤다.
10일 강원특별자치도 동해시 북평산업단지 내 GS 석탄화력발전소와 AI 데이터센터 부지가 내려다보이고 있다. 동해=박시몬 기자

국내에 가동 및 건설 중인 데이터센터 93곳이 1년에 배출하는 온실가스 규모가 대한민국이 한 해 감축한 온실가스 배출량 대부분을 상쇄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여기에 정부가 발표한 3대 메가프로젝트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계획까지 더해질 경우 탄소배출량은 크게 늘어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한국일보가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한국에너지공단의 에너지사용계획 협의 현황에 따르면, 2010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협의를 통과한 데이터센터 93곳이 1년에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약 1,225만 톤(t)으로 추정된다. 이는 2025년 기준 전년대비 온실가스 감축량(610만 톤)의 두 배에 달하며, 2024년 한국이 전년 대비 감축한 온실가스 규모(1,449만 톤)와 유사하다. 2035년 NDC 달성을 위해 발전 부문에서 매년 줄여야 하는 온실가스 양과도 맞먹는다.


'메가' AI 데이터센터 20.8GW까지... 감축목표 달성 요원

에너지사용계획 협의는 에너지를 대규모로 사용하는 사업을 시행하기 전 에너지 수급 안정성 및 효율, 온실가스 배출에 미칠 영향 등을 사전에 검토하는 제도다. 사업자는 연간 예상 전력사용량과 온실가스 배출량, 자가발전 설비계획 등을 제출한다. 착공 직전 거치는 단계인 만큼, 허수를 제외한 데이터센터 현황이 담겼다.

국내에서 실제 가동되는 데이터센터의 온실가스 배출 영향은 이보다 더 클 수 있다. 민간 사업은 연간 5,000석유환산톤(TOE·원유 1톤의 열량) 또는 20기가와트시(GWh) 이상, 공공은 그 절반(2,500TOE·10GWh) 이상의 에너지를 사용할 경우에만 협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준공 이후 설비 개선으로 서버용량이나 에너지 사용량이 늘어나도 재협의를 하지 않기 때문에 일부가 누락될 수도 있다. 에너지공단에 따르면 2013년 가동을 시작한 네이버의 데이터센터 각 춘천의 경우 건설 당시 협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러나 환경정보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각 춘천이 사용한 에너지는 1,623테라줄(TJ)로 협의 기준의 7배가 넘는다.

그래픽=박종범 기자

향후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확대되면 온실가스 부담은 더 커진다. 정부는 메가프로젝트를 통해 2040년까지 기업들이 약 20.8기가와트(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에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후정책 싱크탱크 녹색전환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이 같은 규모의 데이터센터가 실제 지어질 경우 2026년부터 2038년까지 약 1억6,960만 톤의 온실가스가 추가 배출될 전망이다. 2035년까지 석탄발전을 폐쇄하고 에너지전환이 순조롭게 이행되는 경우를 가정해도 1억2,070만 톤 추가 배출이 불가피할 것으로 추정된다.

최기원 녹색전환연구소 경제전환팀장은 “AI 데이터센터 수요만으로도 2035년 NDC의 발전부문 배출허용량을 넘어서는 데다, 메가프로젝트의 다른 축인 반도체 클러스터까지 고려하면 감축 목표를 지킬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전력 공급 대안으로 제시된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이 확대될 경우 목표달성은 더 요원해질 전망이다.

그래픽=박종범 기자

무탄소 전원·전력망 확충, AI 속도 못 따라가

정부는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고 원자력발전 등 무탄소 전원 확대를 검토하며 이 간극을 메우려 하고 있다. 그러나 수요가 워낙 큰 터라 빠른 시일 내에 에너지원을 확대하기 쉽지 않을 거란 지적이 나온다.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 확대라는 목표를 달성해도 메가프로젝트로 발생한 추가 수요의 절반만 채운다. 현재 재생에너지 용량은 39.4GW지만 이보다 훨씬 많은 설비가 추가돼야 하는 것이다. 신규 원전을 추가하는 방안도 거론되나 부지확정 및 인허가, 건설기간(약 167개월) 등을 감안하면 2037~38년에나 조달이 가능할 전망이다.

충북 괴산군 연풍면 주민들이 지난달 12일 연풍 전통시장 일대에서 송전탑 건설 반대 궐기대회를 열고 있다. 주민들은 백두대간을 지나는 345㎸ 초고압 송전선로 건설계획의 중단과 경과지 재검토를 촉구했다. 괴산=뉴시스

더 난관은 전력망 확충이다. 그간 재생에너지 확대 속도가 더뎠던 이유도 전력망 확보가 지연됐기 때문이다. 이미 정부의 제11차 장기송변전설비계획에 포함된 송변전 설비 사업 54개 중 33.3%가 지연되고 있다. 유선빈 성균관대 에너지학과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AI 수요는 2, 3년마다 두 배로 뛰지만 송전망 계획과 인허가에 5~10년이 걸려 데이터센터의 전력수급이 수년씩 밀리고 있다"며 "한국 상황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BESS)를 활용해 전력망을 보완하는 방법도 있지만, 현재 정부의 중앙계약시장을 통해서만 이를 설치하고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라 시장 개편 없이는 확대가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외는 '필요 전력 스스로 조달'... 한국은 사업자 역할 고민 부재

유사한 문제를 겪고 있는 해외에서는 사업자가 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을 스스로 조달하거나 비용을 책임지는, 일명 BYOP(Bring Your Own Power) 방식을 해법으로 도입하고 있다. 아일랜드는 지난해 12월부터 새로 지어지는 데이터센터가 자체 부지 또는 인근에 발전 및 에너지 저장설비를 설치하고, 연간 전력수요의 최소 8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도록 하는 정책을 시행 중이다. 미국 일부 주에서는 전력 공급을 희망하는 데이터센터 사업자가 전력망 설비 확대에 드는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요금체계 개편이 진행 중이다.

지난달 10일 미국 애리조나주 메사의 한 주택가 바로 뒤에 대형 데이터센터가 가동되고 있다. 메사=신혜정 기자

그러나 한국에서는 데이터센터 사업자의 책임에 대한 논의가 보이지 않는다. 데이터센터들이 에너지사용계획을 통해 제출한 자체 신재생에너지 설치 용량은 전체 에너지 사용량의 1.69%에 불과했다. 연료전지를 제외한 태양광 설비만 보면 1.22%다. 반면 데이터센터의 자가 발전 확대 등을 유도할 기존 제도는 되레 후퇴하는 추세다. 김철현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내년부터 시행될 AI 데이터센터 특별법에서 비수도권 데이터센터의 전력계통 영향평가를 면제하면서 자가발전 설치 의무도 완화됐다”며 “자가발전을 장려하면 데이터센터의 전력 조달 기간도 단축시키고 국가 전력망에 대한 부담도 덜 수 있는데 반대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혜 의원은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국내 데이터센터 사업자의 에너지 책임을 제도화하는 논의가 시급하다”며 “지역 분산 및 재생에너지 직접 공급 체계 구축이 동시에 이뤄질 수 있도록 직접전력거래(PPA) 제도개선, 재생에너지 장기계약 신뢰성 확보 등 법·제도적 환경을 조속히 정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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