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로] 李 대통령 비난 목사를 백악관에 초청한 트럼프
李, ‘전쟁 파병 불가’ 선언으로
트럼프보다 지지층 집결 주력
‘코리아 패싱' 현실화 우려돼

아산정책연구원의 차두현 부원장은 최근 페이스북에 “지금이 한미동맹의 위기인가, 그리고 그것은 이재명 정부의 탓인가”라는 두 질문을 많이 받는다고 썼다. 차 부원장은 “답은 분명하다. 지금 상황은 동맹 위기의 초입 단계”라고 규정했다. “한미동맹의 문제가 이재명 정부에 의해서만 유발된 것은 아니나, 트럼프 2기 행정부와 이 정부의 조합은 결코 긍정적이 아니다”라고 했다.
최근 만난 한미 양국 전문가들은 동맹의 미래에 대해 이와 비슷한 견해를 피력하는데, 양국 정상 간의 관계는 더 심각해 보인다. 이재명·트럼프 대통령은 관계 위기 터널의 중간쯤에 들어선 듯한 인상마저 준다.
두 정상 사이의 간극은 지난 8월 손현보 목사의 백악관 방문에서 상징적으로 드러났다. 손 목사는 지난해 ‘윤석열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하며 “이재명이 죽어야 나라가 산다”는 발언 등으로 지난해 9월 구속됐다가 약 4개월 만에 집행유예로 풀려난 인물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그를 염두에 둔 듯, 정치와 종교가 결합하고 있다며 “나라가 망하는 길”이라고 비판했다.
그런 손 목사에게 트럼프는 올 초부터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미 국무부 고문, 차관보, 부차관보, 백악관 신앙사무국 연락관 등을 보내 그를 만나게 했다. 일부는 그의 교회 예배에도 참석했다. 급기야 지난 8월 트럼프는 손 목사와 가족을 백악관으로 초청했다. 손 목사 측이 공개한 사진 속에서 트럼프는 환하게 웃고 있다. 마치 이 대통령 보라는 듯이.
양국 정상 간의 불협화음은 이란 문제에서 더욱 선명해지고 있다. 틈만 나면 한국을 걸고넘어지는 트럼프는 얼마 전 다시 이 대통령을 콕 찍어서 비판했다. 이란 전쟁에 한국이 도와줄 것을 요청했으나 이 대통령이 ‘노, 땡큐’라는 말로 거절했다고 했다.
우리 정부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했지만 이 대통령은 18일 기자회견 중 파병 문제와 관련, 8분이 넘는 답변에서 “전쟁에 관여 또는 개입하는 파병은 없다”고 했다. ‘명백하게’ ‘분명하게’라는 표현을 여러 번 써 가며 전쟁 파병은 없다며 ‘노, 땡큐’를 뛰어넘는 선언을 한 것이다.
트럼프의 거친 파병 요청에 대한 정답은 전략적 모호성인데, 굳이 ‘전쟁 개입 파병 불가’로 답한 것을 외교적으로는 높이 평가하기 어렵다. 나중에 한국이 큰 위험에 처했을 때 미국이 개입을 회피하는 이유로 내세울 수 있는 좋지 않은 사례를 추가했다고 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이 트럼프와의 관계를 중시했다면 긴 답변에서 트럼프가 이란 전쟁의 명분으로 삼은 이란의 핵 보유, ‘중동판 킬링 필드’를 에둘러 언급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이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이 함량 미달의 장관 후보자, 부동산 문제 등으로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지지층 결집을 위해 ‘전쟁 파병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한 것이라는 의심이 생긴다. 뉴욕타임스가 기자회견 후 “트럼프의 요구를 거부하며 한국의 지도자는 이란에 파병하지 않겠다고 말했다(Rejecting Trump, South Korean leader says he will not send troops to Iran)”는 제목으로 1보를 쓴 것은 이재명·트럼프 관계의 핵심을 찌른 것이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트럼프의 국빈 방한 때 금관을 선물하고, 지난 6월 프랑스 주요 7국(G7) 정상회의에서 골프 제안을 받아 관계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손현보 목사 문제와 호르무즈 파병 논란을 거치면서 두 사람 사이의 골은 외부에 보이는 것보다 깊어진 것 같다. 문재인 전 대통령 때 자주 회자되던 ‘코리아 패싱’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장 유엔 총회 참석차 뉴욕에 간 이 대통령이 다카이치 일본 총리처럼 트럼프와 회담할지, 짧은 미팅이라도 가질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이 대통령이 트럼프와 상대해야 할 시간은 2년 3개월 넘게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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