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똑똑해지는 건 AI”...‘생각 외주화’에 치매 늦추는 힘 약해질까

이석호 기자 2026. 9. 22.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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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기술과 인지기능 관련 문헌 937편 스코핑 리뷰
스마트폰·멀티태스킹 ‘주의력’, AI ‘고차원 사고’에 영향
AI, 결과물은 빨리 얻지만...‘메타인지’ 무디게 할 수도
‘인지 예비력’까지 줄어들 위험도...‘습관적 의존’ 경계
AI에 전부 맡기기보다 스스로 생각하는 과정은 남겨야
제미나이 생성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SNS) 같은 디지털 환경에 지나치게 몰입하면 주의력과 기억력이 떨어질 수 있고, 최근에는 생성형 인공지능(AI)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비판적 사고력과 창의성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젊을 때부터 쌓은 인지 능력은 나이가 들어 치매 증상이 나타나는 시점을 늦추는 '인지 예비력'과 이어진다. 연구팀은 디지털 기기나 AI에 기억과 판단을 반복적으로 맡기는 '생각 외주화'가 장기적으로 인지 예비력을 키울 기회를 줄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이 위험은 기술을 별생각 없이 수동적으로 대할 때 두드러졌고, 손글씨나 독서처럼 뇌를 직접 쓰는 활동을 유지하면서 상황에 맞게 능동적으로 활용하면 오히려 줄어들 수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디지털 기술과 인지기능 관련 문헌 937편 스코핑 리뷰

슬로베니아 류블랴나대 연구팀은 텔레비전과 컴퓨터 등 초기 디지털 기술부터 스마트폰, SNS, 멀티태스킹, 최근 급부상한 생성형 AI까지 인지기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다룬 문헌을 폭넓게 모아 '스코핑 리뷰(scoping review)'를 수행했다. 스코핑 리뷰는 특정 주제와 관련해 어떤 연구와 쟁점이 다뤄졌는지 전체적인 흐름을 살펴보는 문헌 검토 방법이다.

연구팀은 학술 데이터베이스 '스코퍼스(Scopus)'에서 핵심 논문을 선별해 분석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이후 공개 학술 데이터베이스인 '오픈알렉스(OpenAlex)'를 활용해 기존 논문과 연결된 인용 문헌을 자동으로 추적하고, 새롭게 확인된 연구를 다시 분석 대상으로 확장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최종 분석 대상에는 경험적 연구 584편과 비경험적 연구 353편 등 총 937편이 포함됐다. 다만 경험적 연구 가운데 AI 관련 연구는 2023년 이후 발표된 논문으로 범위를 좁혀 21편에 그쳤다. 연구팀은 기존 연구가 주로 어떤 인지기능을 다뤘는지 짚어보고, AI 등장 이후 연구 주제가 주의력과 기억력에서 비판적 사고와 창의성 등 고차원적 인지 능력으로 이동하는 경향을 분석했다.

◆ 스마트폰·멀티태스킹 '주의력', AI '고차원 사고'에 영향

분석 결과, 스마트폰과 SNS 등 기존 디지털 기술을 다룬 연구에서는 주의력 관련 내용이 약 3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반면 AI 관련 연구는 비판적 사고와 창의성처럼 높은 수준의 사고 능력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 대상도 성인층과 대학생에 집중됐다. 연구팀은 AI가 글쓰기와 코딩, 검색, 추론 등 사람이 직접 해오던 정신적 작업을 직접 대신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스마트폰과 멀티태스킹은 주의력을 떨어뜨리는 대표적 요인으로 꼽혔다. 각종 알림과 메시지, 짧은 콘텐츠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환경에서는 다른 정보가 끼어들기 쉬워 한 가지 일에 오래 몰입하기 어려워진다. 작업을 전환할 때마다 이전 흔적이 남아 현재 해야 할 일에 쓸 집중력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설명이다. 일부 연구에서는 멀티태스킹을 줄였을 때 단기간에 주의력이 개선됐다는 결과도 보고됐다.

기억력 역시 디지털 기술 연구에서 주요하게 다뤄진 영역이다. 스마트폰 사용이나 멀티태스킹은 작업기억과 장기기억 저하와 관련됐다. '인지적 외부화'도 중요한 주제로 다뤄졌다. 필요한 정보를 직접 기억하기보다 기기에 저장하거나 인터넷으로 검색하는 습관이 반복되면 스스로 정보를 기억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 AI, 결과물은 빨리 얻지만...'메타인지' 무디게 할 수도

AI를 사용해 결과물을 빠르게 얻을 수 있다는 장점 뒤에는, 사용자가 실제 사고 과정에 참여할 기회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연구팀은 AI가 과제를 대신 해결하면 계획을 세우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데 필요한 정신적 노력이 줄어들 수 있다고 짚었다. 교육이나 지식노동에서는 AI가 내놓은 답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방식이 반복될수록 독립적 판단력과 문제 해결 능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대로 AI를 보조 도구로 활용하고 사용자가 결과를 직접 검토하도록 설계하면 인지적 부담을 줄이면서 학습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연구도 함께 소개됐다.

비판적 사고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나타났다. AI가 제시한 답변의 근거를 확인한 뒤 스스로 판단하는 방식으로 활용하면 사고를 돕는 도구가 될 수 있지만, 별도 검토 없이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분석과 평가에 들이는 노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AI의 답이 자연스럽고 확신에 찬 어투로 제시될수록, 사용자가 실제보다 정확한 정보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일부 연구에서는 AI를 활용한 사람들의 과제 결과는 향상됐지만 자신의 이해 수준을 실제보다 높게 평가하는 현상도 보고됐다. 연구팀은 이 논의에서 '메타인지'에 주목했다. 메타인지는 자신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파악하고, 자신의 판단이 적절한지 스스로 점검하는 능력이다. AI가 답변을 빠르게 내놓으면 사용자는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지만, 그만큼 내용을 검토하거나 자신의 판단을 되돌아볼 기회가 적어질 수 있다.

◆ '인지 예비력'까지 줄어들 위험도...'습관적 의존' 경계

연구팀은 디지털 기술이 인지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을 하나의 원인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대신 집중을 방해하는 '기능적 간섭', 보상과 스트레스 반응 등 '뇌의 화학적·대사적 변화', 반복 사용이 뇌 구조를 바꾸는 '신경가소성 변화', 수면과 운동, 대인관계 등을 밀어내는 '사회·발달적 대체'의 네 가지 경로로 나눴다.

특히 디지털 기술이 뇌에 직접적인 독성을 일으킨다고 보기보다, 다른 중요한 활동이 줄어드는 과정이 인지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설명에 무게를 뒀다. 

장기적 관점에서는 '인지 예비력(cognitive reserve)'에 미치는 영향을 살폈다. 인지 예비력은 나이가 들거나 뇌에 병리가 생겼을 때 다른 신경망이나 사고 전략을 활용해 인지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뇌의 능력을 뜻한다. 평생에 걸친 교육과 복잡한 업무, 다양한 인지활동은 인지 예비력을 쌓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인지 예비력이 높은 사람은 알츠하이머병 관련 뇌 병리가 있어도 실제 증상이 나타나는 시점을 늦출 가능성이 보고돼 왔다.

연구팀은 디지털 기술이 학습과 문제 해결을 반복적으로 대신하면 인지 자극을 얻을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아직 가설 수준으로, 실제로 인과관계가 있는지는 장기추적 연구로 확인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 AI에 전부 맡기기보다 스스로 생각하는 과정 남겨야

연구팀이 강조한 또 다른 핵심은 디지털 기술을 '얼마나 수동적으로 사용하는가'였다. 같은 기술이라도 아무런 목적 없이 반복적으로 소비하거나 다른 활동을 대신하게 할 경우 인지기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 반대로 목적을 갖고 능동적으로 활용하면 그 정도가 줄어들 가능성도 제기됐다.

특히 어린이나 청소년의 경우 부모나 교사가 사용 과정을 곁에서 살피고 적절한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환경이 중요한 요인으로 언급됐다. AI 역시 답을 그대로 받아들이게 하기보다, 사용자가 되묻거나 근거를 확인하고 직접 판단하도록 만드는 '의도적인 마찰(desirable friction)'을 적용하면 기술의 편리함과 스스로 생각하는 과정을 함께 유지할 수 있다는 연구도 소개됐다.

연구팀은 디지털 기술을 무조건 멀리하기보다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과정을 대신하지 않는 방식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AI가 내놓은 답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한 번 더 근거를 확인하고 다른 가능성을 따져보는 습관이 대표적인 예다.

손으로 직접 글씨를 쓰거나 지도를 보며 길을 찾는 것처럼 기억과 판단을 직접 써야 하는 활동을 일상에서 유지하는 것도 인지 자극을 확보하는 방법으로 제시할 수 있다. 교육 현장에서도 AI 활용법만 가르치는 데 그치지 않고, 결과를 검증하고 자신의 판단과 비교하는 과정까지 함께 익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다만 디지털 기술의 부정적 영향을 중심으로 다룬 스코핑 리뷰로, 대상 문헌 다수가 관찰 연구여서 인과관계를 확정하기 어렵다. 특히 AI 관련 연구는 대부분 소규모 단면 조사와 자기보고 방식으로, 장기간 사용했을 때 인지기능에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지는 아직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다는 한계도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 21일(현지 시간) 국제학술지 'Computers in Human Behavior Reports'에 온라인으로 실렸다.

Source

U. Žnidaric, E. Štrumbelj and O. Machidon, A scoping review of the negative effects of digital technology on cognition. Computers in Human Behavior Reports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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