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죽음의 메시지
“잊지 마세요. 당신은 언젠가 죽습니다.”
하루에 다섯 번 휴대폰에 뜨는 문장이다. 그것도 유료 구독까지 해가며 받는다. 죽음이라는 말을 강의에서도 논문에서도 숱하게 다뤘지만, 정작 죽음을 내 일처럼 떠올려본 적은 드물었다. 앱을 내려받은 처음 며칠은 알림이 뜰 때마다 손이 멈칫했다. 한밤중에 울리는 전화처럼 가슴이 철렁했다.
이름부터 ‘죽다’라는 뜻의 영어 속어인 이 앱은 행복하려면 하루 다섯 번 죽음을 생각하라는 부탄 속담에서 착안했다고 한다. 알림을 열면 죽음에 관한 시인이나 철학자의 문장이 하나 나오고, 잠깐 숨을 고르라고 권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 문장이 덜 낯설어졌다. 설거지를 하다가도, 회의 중에도 알림은 왔다. 처음처럼 손을 멈추지는 않는다. 무뎌진 것이라기보다 마음 한구석에 죽음이 앉을 자리 한 칸을 내준 것에 가까웠다. 삶에 끝이 있다는 말도 조금은 담담한 사실로 들리기 시작했다.
우리는 그 사실을 좀처럼 입에 올리지 않는다. 죽음을 말하면 부정 탄다는 말을 들으며 자랐다. 밥상에서 그런 이야기가 나오면 ‘재수 없는 소리 하지 말라’는 말이 먼저 돌아왔다. 그러면서도 나이가 들면 청첩장보다 부고 문자가 많아진다는 이야기는 우스개처럼 주고받는다.
어머니가 “내가 죽으면…” 하고 운을 떼면 우리는 “왜 자꾸 그런 소리를 하시냐”며 말을 끊는다. 영정을 미리 찍어두었다거나 입을 옷을 정해두었다는 말에는 괜히 화부터 낸다. 정작 말하는 사람은 담담한데 듣는 사람이 더 견디지 못한다.
하지만 죽음을 말한다고 죽음이 앞당겨지지는 않는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써둔 사람이 350만명을 넘었다. 연구 현장에서 만난 여든이 넘은 어르신은 의향서를 쓰고 온 날 “이제 애들 짐 하나 덜었다”며 웃으셨다. 죽음을 잠시 손바닥 위에 올려놓아본 얼굴은 편안해 보였다.
죽음을 어떻게 떠올리느냐에 따라 사람의 행동도 달라진다는 심리학 연구가 있다. 상품이 걸린 한정된 응모권을 원하는 만큼 가져가게 한 실험에서 죽음을 막연히 떠올린 사람들은 더 움켜쥐었고, 죽는 장면을 그리며 지난 삶과 남은 이들을 헤아린 사람들은 오히려 손을 폈다. 평소 돈과 명성을 중요하게 여기던 사람들에게서 나타난 차이였다.
살다 보면 내게 남은 시간이 무한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 날이 있다. 거울 속 내 모습에서 어머니 얼굴을 본 날, 돋보기 없이는 약 봉투 글씨가 읽히지 않는 날, 명절 밥상에 한 자리가 비어 있는 날, 동창 단체방에 안부보다 부고가 먼저 뜨는 날이다. 내 휴대폰에도 이제는 받을 수 없는데 지우지 못한 번호가 몇개 있다.
노년심리학자 로라 카스텐슨은 남은 시간이 짧게 느껴질수록 사람은 새로운 만남보다 오래된 인연에 마음을 쓴다고 말한다. 명함을 주고받는 자리에는 발길이 뜸해지고, 30년 된 친구와 마주 앉아 밥 먹는 시간은 길어진다.
이 글을 마무리하는 지금도 알림이 왔다. “잊지 마세요. 당신은 언젠가 죽습니다.” 잠깐 손을 멈추었다가 오랜만에 고향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처음에는 이 문장이 죽음을 말하는 줄 알았다. 이제는 조금 다르게 들린다.
잊지 마세요. 아직 오늘이 남아 있습니다.

김기연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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