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추억 멈췄다” … 상흔 속 쓸쓸한 명절 [현장]

조은영 기자 2026. 9. 22.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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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봉명동 LP가스 폭발사고 5개월여
대다수 집 수리 마무리 일상 회복 … 일부는 더부살이
손해사정 금액 미확정 손도 못돼 … 참혹 모습 그대로
피해주민 집안 곳곳 사고 이전 되돌리기 구슬땀 흔적
지난 4월 LP가스 폭발 사고의 충격으로 멈춰버린 채 방치된 청주시 흥덕구 봉명동의 한 피해 주택 모습. /조은영 기자 

[충청타임즈] "40년 동안 명절마다 부모님, 여동생과 이 집에 모여 음식을 만들어 먹고 왁자지껄하게 보냈었는데, 이번 추석은 평범했던 그 시간들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새삼 깨닫게 되네요."

지난 4월 청주시 흥덕구 봉명동을 덮쳤던 LP가스 폭발 사고의 상흔은 다섯달이 지난 지금도 골목 구석구석에 생생히 남아 있다.

피해주민들중 대다수는 집 수리를 마치고 일상을 되찾았다.

그러나 아직도 피해 보상은 물론 집수리 조차 못한 몇몇 가구들은 올 추석 명절을 애먼 곳에서 보내야 하는 처지다.

당시 폭발사고로 발생한 피해는 주택 118건, 아파트 238건, 상가 61건에 달했다.

지난 7월 말 기준, 주택 118가구 중 115가구가 수리 복구를 마치고 일상을 회복했다. 하지만 피해보상 손해사정 금액이 맞질 않아 여전히 그날의 상흔을 지워내지 못한 채 더부살이를 하는 주민들이 남아있다.
폭발 충격으로 창문이 깨진 방 안에 옷과 기타 등 생활용품이 놓여있다. /조은영 기자 

A씨(40대)가 바로 그런 경우다. 폭발사고 현장 인근 단독주택에서 40년 넘게 살아온 A씨는 올 추석 명절을 다른 거처에서 보내야 한다.

사고 당시의 충격으로 주택이 크게 부서졌지만 아직 손해사정 금액이 확정되지 않아 집수리에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22일 기자가 찾은 A씨의 집은 대문이 굳게 걸어잠겨진 채 폭발사고가 났던 그날의 참혹한 모습 그대로였다.

부서진 생활용품들을 마대자루에 담아 놓긴 했지만 유리조각 등 채다 치우지 못한 잔해들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다.

정원에는 당시 폭발충격에 떨어져 나간 창문틀이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었다.

이때문에 이번 추석은 가족과 함께 모일 공간조차 없는 허전한 명절이 됐다.

A씨는 "내 집 문을 열고 들어가면 가족들과 부대끼며 웃던 기억이 생생한데 이제는 그 공간 자체가 사라져 버렸다"며 "40년 동안 쌓아온 평생의 추억과 따뜻했던 명절의 풍경을 통째로 잃어버린 것만 같아 가슴이 너무 먹먹하다"고 토로했다.

인근의 또 다른 피해 주민 B씨(30대)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가스 폭발 사고 이후 일상 회복을 위해 직접 보수 작업을 진행 중인 주택 내부 모습. /조은영 기자

폭발 사고후 B씨는 태어나서 처음 잡아본 수리 공구를 들고 유튜브 영상을 수십 번씩 돌려보며 부서진 집을 고쳐나가고 있다.

이날도 B씨는 폭발사고가 남긴 상흔을 지우기 위한 작업들을 이어가고 있었다.

집 밖에는 부서진 집 쓰레기로 담겨진 마대자루 6~7개가 내놓아져 있었고 집 내부는 창문과 각 방의 문짝들이 모두 떼어져 휑한 모습이었다.

방 안쪽 피해를 면한 채 먼지를 뒤집어 쓴 기타와 옷, 공기청정기, 운동기구 등 집기들이 애잔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집안 곳곳에는 어떻게든 사고 이전의 일상으로 되돌아가기 위해 흘렸던 B씨의 구슬땀 흔적이 배어 있었다.

하지만 B씨 가족들 역시 올 추석 명절을 이집에서 보내기는 불가능한 일이됐다. 음식 조리에다 잠을 잘 수 있는 공간은 고사하고 앉아있을 곳조차 확보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폭발사고후 다행히 다른 집이 있어 그곳으로 거처를 옮겨 생활해 왔다는 B씨는 "그래도 추석 명절은 본가에서 맞고 싶었지만 집 수리를 끝내지 못해 영 글렀다"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조은영기자

joey@cc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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