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강남 피부과 원장 ‘마약 장사’…마취 필요없는 환자에 프로포폴 투약

이다겸 기자 2026. 9. 22.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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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피부과를 운영하던 한 30대 원장은 리프팅 주사 등 마취가 필요 없는 시술에도 환자들에게 의료용 마약류인 프로포폴을 놨다.

서울 강남구의 한 의원에서는 프로포폴 상습 투약자를 관리하며 단속을 피하고자 병원 관계자들이 타인의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해 다른 사람 명의로 투약받도록 했다.

NIMS가 의료기관이 입력한 환자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투약 내역을 바탕으로 오남용 여부를 분석하는 구조여서 차명 투약이나 허위 보고를 즉시 가려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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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월간 360차례 불법 투약
의료용 마약류 치료외 사용
수사 의뢰 2년새 1.5배로 늘어
게티이미지뱅크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피부과를 운영하던 한 30대 원장은 리프팅 주사 등 마취가 필요 없는 시술에도 환자들에게 의료용 마약류인 프로포폴을 놨다. 프로포폴에 중독된 환자를 대상으로 한 ‘마약 장사’로 의심되는 진료였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수사 끝에 그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360차례 넘게 불법 투약한 것으로 보고 21일 구속했다.

이처럼 의료용 마약류를 치료 목적과 무관하게 쓴 것으로 의심돼 수사 의뢰된 사례는 2년 새 1.5배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단속을 강화하고 있지만, 일부 병의원은 상습 투약자를 따로 관리하며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 마약류 남용 의심 병의원, 강남에 몰려

22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의료용 마약류의 ‘업무 외 목적 사용’이 의심돼 수사 의뢰된 사례는 2023년 69건, 2024년 93건, 지난해 105건으로 2년 새 52.2% 늘었다. 올해에도 6월까지 66건이 의뢰돼 지난해 전체의 62.9%에 달했다.

업무 외 목적 사용은 치료를 위해 통상적으로 필요한 범위를 벗어나 의료용 마약류를 투약하거나 처방하는 행위를 뜻한다. 신체적·정신적 의존성이 염려될 정도의 장기 투약, 의학적 타당성이 부족한 과다 처방, 의사의 자가 처방 등이 해당한다. 식약처는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NIMS)에 보고된 처방과 투약 내역을 분석해 오남용 의심 의료기관을 솎아내는데, 적발된 사례가 늘면서 수사 의뢰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지역별로는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에서 수사 의뢰가 집중됐다. 2023년부터 올해 6월까지 전국 333개 의료기관이 수사 의뢰됐는데 그중 강남구가 48곳, 서초구 18곳이었다. 두 지역을 합하면 전체의 19.8%에 해당한다. 의료기관 분포를 고려해도 서울 평균보다 높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지난해 의료기관 수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서울 전체는 의료기관 1000곳당 수사 의뢰가 5.9건인데, 강남구는 15.6건, 서초구는 11.5건이었다.

● 상습 투약자 명단까지 관리하며 영업

오남용 약물은 프로포폴에 그치지 않았다. 식약처는 4월 체질량지수(BMI)가 23.9로 비만으로 보기 힘든 환자에게 약 1년 동안이나 식욕 억제제 펜터민을 처방한 의사를 수사 의뢰했다. 그가 해당 환자에게 처방한 펜터민은 총 2548정으로, 하루 평균 7정 수준이었다. 펜터민은 뇌의 식욕 중추에 작용해 배고픔을 덜 느끼게 하고 포만감을 높여주는데, 중독성 등 부작용 때문에 하루 1정을 초과해 사용하지 않도록 권장된다. 5월에는 별다른 치과 시술을 하지 않은 환자에게 영양 수액을 놔주며 최면진정제 미다졸람 등을 섞는 등 약 7개월 동안 27차례 투약한 치과의사도 적발됐다.

식약처는 NIMS의 감시 대상을 넓히는 등 단속을 강화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이를 비웃듯 상습 투약자를 따로 관리하는 영업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강남구의 한 의원에서는 프로포폴 상습 투약자를 관리하며 단속을 피하고자 병원 관계자들이 타인의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해 다른 사람 명의로 투약받도록 했다. 투약자끼리는 이런 병원을 ‘수면 목적으로 프로포폴을 맞을 수 있는 곳’이라며 서로 정보를 공유하기도 했다. 마약 사건을 전문으로 다루는 박진실 변호사는 “일부 병원 실장은 자신이 관리하던 프로포폴 중독자 명단을 갖고 있다가 병원을 옮기면 기존 환자들에게 따로 연락해 새 병원으로 유도한다”고 설명했다.

NIMS가 의료기관이 입력한 환자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투약 내역을 바탕으로 오남용 여부를 분석하는 구조여서 차명 투약이나 허위 보고를 즉시 가려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범진 아주대 약학대학 교수는 “의료기관과 환자가 공모해 타인 명의를 도용하면 현장에서 곧바로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며 “처방과 투약 내역을 실시간으로 교차 검증하는 감시망을 촘촘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흥희 남서울대 국제대학원 글로벌재활중독상담학과 교수도 “식약처와 수사기관이 의료기관 사용 기록과 관리 장부를 정기적으로 합동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다겸 기자 gye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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