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조희대 깊어지는 갈등… 국가 기능 마비로 치닫나 [靑·대법, 초유의 정면충돌]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대법관 인선을 놓고 각자의 헌법상 권한만 앞세운 채 한 치도 물러서지 않으면서 삼권분립의 '견제와 균형'이 오히려 국가 기능을 멈춰 세우는 초유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대법원장은 제청권을, 대통령은 임명권을 내세워 상대방의 권한 행사를 사실상 봉쇄했고, 그사이 국회는 대법관 임명동의권을 행사할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윤종빈 한국정치학회장(명지대 정치외교학 교수)은 "대통령의 재제청 요건과 이에 대한 대법원장의 대응 절차 등이 규정돼 있지 않은 만큼, 대통령의 임명권과 대법원장의 제청권 중 무엇이 더 앞서는지를 따지는 소모적인 논쟁은 중단해야 한다"며 "우선 하위 단계에서 절차적 해법을 찾기 위한 실무 협상이 필요하고, 향후 두 권한이 충돌하는 상황에 대비해 세부적인 절차도 마련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양측 헌법상 권한만 앞세워 대치
국회 임명동의권 행사조차 막혀
200일 넘도록 노태악 후임 공석
상고심 업무부담·재판 지연 우려
갈등 장기화 땐 헌법상 묘책 없어
“소모적 논쟁 대신 새 협의틀 찾아야”

◆‘견제와 균형’이 ‘상호 봉쇄’로
헌법 104조2항은 대법관을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규정한다. 대법원장에게 후보 제청을, 국회에 동의를, 대통령에게 임명을 각각 맡겨 한 기관이 최고법원 구성을 독점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헌법재판소도 대법관 임명 과정에 국회와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은 사법부 구성에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단계적 절차라고 본 바 있다.
문제는 헌법이 세 기관의 권한을 나눠놓았지만 서로 충돌했을 때 어느 기관의 뜻이 우선하는지, 절차를 어떻게 다시 움직여야 하는지까지 구체적으로 정해놓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이 틈에서 청와대는 대통령의 임명권에는 후보자를 실질적으로 판단할 권한이 포함된다고 보고 있고, 대법원은 대통령이 제청된 후보를 받아들이지 않고 다른 후보를 요구할 수 있다면 제청권 자체가 무력화된다고 맞서고 있다.
그러나 결과만 놓고 보면 양측 모두 상대방의 권한 행사를 막고 있다. 대통령은 손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보내지 않음으로써 국회의 동의 절차가 시작되지 못하게 했고, 조 대법원장은 재제청 요구를 거부하면서 새로운 후보를 통한 절차 재개 가능성을 닫았다. 대통령은 대법원장의 제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대법원장은 대통령의 재제청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국회까지 아무런 권한을 행사하지 못하는 구조가 된 것이다.
삼권분립은 국가기관이 자신의 권한을 지키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견제하면서도 국가 기능이 작동하도록 하는 원리다. 어느 한쪽의 권한이 절대적이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통령의 임명권이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사실상 없애서도 안 되지만, 대법원장의 제청권 역시 대통령에게 형식적인 임명 행위만을 요구하는 권한으로 작동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이번 충돌이 던진 핵심 쟁점이다.

문제는 양측이 물러서지 않을 경우 헌법상 절차를 다시 움직일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대통령이 손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보내면 국회가 적격 여부를 판단할 수 있지만 청와대는 이미 이를 거부했다. 반대로 조 대법원장이 다른 후보자를 제청하거나 새로운 추천 절차를 시작하면 인선은 다시 진행될 수 있지만 조 대법원장은 재제청 요구 자체에 헌법적 근거가 없다고 선언했다.
현실적으로는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다시 협의에 나서 어느 한쪽의 일방적 양보로 비치지 않는 방식의 새 인선 절차를 만드는 방안이 거론된다. 과거 대법관 제청 과정에서도 법에 명시된 절차는 아니지만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사전에 후보를 조율하며 제청권과 임명권의 충돌을 피해 왔다. 이번에도 공식 입장과 별개로 물밑 협의가 다시 가동되느냐가 교착 해소의 변수가 될 수 있다.
정치권의 개입은 또 다른 변수다. 여권에서 조 대법원장 사퇴와 탄핵 주장이 확산할 경우 제청권과 임명권을 둘러싼 헌법기관 간 갈등이 여야 정치대결로 옮겨붙을 수 있다. 반면 국민의힘이 제기한 권한쟁의심판은 대통령의 임명권과 국회의 동의권 범위에 대한 헌재 판단을 구하는 절차여서 결론이 나오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당장 대법관 공석을 해소할 수단과는 거리가 있다.
결국 단기간에 인선을 재개하려면 청와대가 손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국회로 보내거나, 대법원이 다른 후보자를 제청하거나, 양측이 새로운 협의 방식을 찾아야 한다. 현재처럼 임명동의안 제출 거부와 재제청 거부가 맞서는 상태에서는 국회의 동의 절차도 시작할 수 없다. 양측의 대치가 길어질수록 노 전 대법관 후임 공석과 상고심 업무 부담도 함께 길어지게 된다. 헌법상 권한의 우위를 따지는 소모적인 논쟁에서 벗어나 절차적 공백을 해소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윤종빈 한국정치학회장(명지대 정치외교학 교수)은 “대통령의 재제청 요건과 이에 대한 대법원장의 대응 절차 등이 규정돼 있지 않은 만큼, 대통령의 임명권과 대법원장의 제청권 중 무엇이 더 앞서는지를 따지는 소모적인 논쟁은 중단해야 한다”며 “우선 하위 단계에서 절차적 해법을 찾기 위한 실무 협상이 필요하고, 향후 두 권한이 충돌하는 상황에 대비해 세부적인 절차도 마련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강진·변세현·홍윤지 기자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통장 0원에 부모님 동시 암 투병, 조권이 골반을 털어야 했던 이유
- 지하철서 눈물 삼키던 변우석, 130억 전액 현금 매입 뒷이야기
- 90세에도 현역인 이유, 신구가 60년 동안 단 하루도 빠뜨리지 않은 것
- “처제 제일 싫어해” 베일에 싸였던 김성령 남편의 반란
- “아내 장례식도 안 가겠다” 백일섭, 연예계 최초 졸혼 뒤에 감춰진 진실
- 60억원 펜트하우스에 사는 여배우가 밤마다 연습실 이부자리에서 버티는 이유
- 친일파와 독립운동가 후손 사이, 강동원이 역사를 정면돌파한 방법
- “여자가 맞냐” 전 세계가 의심했다…19개월 만에 돌아온 ‘올림픽 챔피언’
- 오전 11시, 온 국민이 테니스를 봤다…8년 뒤 다시 ‘정현의 시간’이 왔다
- 태어날 때부터 꺾인 오른발…‘4000억’에 이적한 욘 람의 추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