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00원이나 주고 샀는데…" 김밥 열어본 직장인 '황당' [이슈+]

박상경 2026. 9. 22.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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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 사진에는 시금치가 분명히 들어가 있는데, 막상 나온 김밥을 보니 하나도 없더라고요."

매장 점주는 "요즘 오이와 시금치 가격이 너무 올라 감당이 안 된다"며 "김밥 한 줄 팔아 마진을 남기기는커녕 시금치 한 단에 6000원 선까지 치솟다 보니 도저히 기존 구성을 유지하기가 힘든 실정"이라고 털어놨다.

김밥에서 시금치가 자취를 감춘 배경에는 여름철 기록적인 폭염으로 인한 농산물 가격 급등이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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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서초 일대 김밥집 가보니…메뉴판 사진엔 있던 '시금치' 쏙 빠져
8월 생산자물가, 시금치 51.9% 폭등…소비자물가 기준 한 달 새 68.2%·오이 40.4%↑
서울 유명 김밥 프랜차이즈. /사진=박상경 기자

"메뉴 사진에는 시금치가 분명히 들어가 있는데, 막상 나온 김밥을 보니 하나도 없더라고요."

22일 점심시간 서울 서초동의 한 유명 프랜차이즈 김밥 전문점을 찾은 직장인 최모 씨(34)는 포장해 온 기본 김밥을 열어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5500원을 주고 산 기본 김밥이었지만, 단무지와 당근, 계란 지단 사이에 있어야 할 시금치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날 나온 기본 김밥에는 시금치가 빠져있었다. /사진=박상경 기자

인근 양재동의 또 다른 분식집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매장 점주는 "요즘 오이와 시금치 가격이 너무 올라 감당이 안 된다"며 "김밥 한 줄 팔아 마진을 남기기는커녕 시금치 한 단에 6000원 선까지 치솟다 보니 도저히 기존 구성을 유지하기가 힘든 실정"이라고 털어놨다.

김밥에서 시금치가 자취를 감춘 배경에는 여름철 기록적인 폭염으로 인한 농산물 가격 급등이 자리 잡고 있다. 도매 단계부터 가격이 치솟자 영세 자영업자들이 원가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6년 8월 생산자물가지수(잠정)'에 따르면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2% 오르며 한 달 만에 상승 전환했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7.9% 올라 전달(7.7%)보다 오름폭이 더 커졌다.

물가 상승세를 주도한 것은 농림수산품(3.8%)이었다. 특히 채소류의 작황 부진이 두드러졌다. 일반 음식점에서 필수 재료로 쓰이는 시금치의 생산자물가는 단 한 달 만에 51.9% 폭등했다.

21일 저녁에 포장해온 기본 김밥에도 시금치가 빠져있었다. /사진=박상경 기자

소비자가 체감하는 소매 물가는 상승 폭이 더 가파르다. 국가데이터처의 '2026년 8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지난달 채소류 가격은 전월 대비 12.4% 뛰었다. 품목별로는 시금치가 전월 대비 68.2% 치솟았고, 김밥 속재료 대체재로 쓰이는 오이 역시 한 달 새 40.4% 급등했다. 배추(37.0%), 부추(64.7%), 열무(52.4%) 등 밥상에 오르는 주요 엽채류 가격이 일제히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원재료 가격이 급등하자 외식업계에서는 가격을 올리는 대신 은근슬쩍 재료를 빼거나 양을 줄이는 이른바 '스텔스플레이션(Stealthflation)'이 현실화되고 있다. 가격 인상 간판을 내걸었다가는 손님이 끊길 것을 우려한 고육지책이다.

실제 현장에서는 시금치 대신 비교적 단가가 낮은 채소로 대체하거나 아예 구성을 단순화하는 매장이 늘고 있다. 최근에는 원가 압박을 견디다 못해 김밥 속 핵심 단백질원인 햄을 빼고 김밥을 마는 사례까지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에 따르면 김밥용 햄(150g)의 평균 소매가격은 연초 2730원에서 이달 2866원으로 5.0% 올랐다. 여기에 쌀과 마른김 등 기초 식재료 가격까지 전반적으로 뛰면서 김밥 한 줄을 마는 데 드는 원가 부담은 임계점에 달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폭염 여파로 엽채류 수급이 불안정해지면서 서민 대표 외식 메뉴인 김밥마저 부실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며 "가격을 유지하는 대신 식재료 구성을 바꾸는 업주들의 자구책이 늘어나면서 소비자가 느끼는 체감 물가 상승 압력은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상경 한경닷컴 기자 highse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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