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난에 매각·감축… 유럽 '공공임대 시행착오'도 탐구하라 [공공주택 심리보고서⑬]

강서구 기자 2026. 9. 22.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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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가 21일 첫 공공주택 공급 계획을 내놨다.

박근혜 정부(45만 가구), 문재인 정부(85만 가구), 윤석열 정부(50만 가구)가 계획대로 공공주택을 만들었다면 2013년부터 2024년까지 연 평균 15만호가 공급됐을 것이다.

공공임대주택 비중이 높은 유럽 선진국에서도 재정부담과 주택 노후화 등 숱한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공공임대주택의 유형이 늘면서 기준, 임대료, 거주기간, 공급면적 등이 복잡해진 건 풀어야 할 과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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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더스쿠프×포춘코리아 공동기획
공공주택 심리보고서 3부 2편
세계 각국 공공임대 정책 분석 上
공공주택으로 주거 문제 해결
공공주택 비중 높은 유럽 국가
그 과장서 숱한 문제점 발생해
해외 성공사례 그냥 베끼면…

# 2030년까지 5년간 119만 가구. 이재명 정부가 21일 첫 공공주택 공급 계획을 내놨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내걸었던 '공공임대주택 110만호 건설'과 비슷한 수준이다.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나름의 플랜을 만든 건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관건은 실행이다.

# 사실 역대 정부가 내놓은 공공주택 공급 계획은 '더할 나위' 없었다. 박근혜 정부(45만 가구), 문재인 정부(85만 가구), 윤석열 정부(50만 가구)가 계획대로 공공주택을 만들었다면 2013년부터 2024년까지 연 평균 15만호가 공급됐을 것이다.

# 하지만 그 기간 늘어난 공공임대주택은 연 평균 7만7000호에 그쳤다. 공약 물량 15만호의 51.4%만 공급된 셈이다. 계획보다 중요한 건 실행이란 점을 잘 보여주는 통계다. 그렇다면 이재명 정부는 어떤 목표 의식을 갖고 공공임대주택 정책을 추진해야 할까. 공공주택 심리보고서 3부 '정책 검토' 첫번째(上) 편이다.

☞視리즈_공공주택 심리보고서 3부
1편_20평대 침실 따로 주방 따로…어렵나요?
2편_재정난에 매각·감축…유럽 '시행착오'도 보라
3편_공공임대에 '시간' 투자한 나라들
4편_공공임대, 꼭 '공공임대'라 불러야 하나
5편_계속 살고 싶은 집인가? 공공주택의 기준
6편_그곳엔 놀이터를 가르는 선은 없었다

공공임대주택을 많이 공급한다고 해서 주거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해외처럼 공공임대주택을 많이 지으면 '부동산 공화국'을 해체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공공임대주택 비중이 높은 유럽 선진국에서도 재정부담과 주택 노후화 등 숱한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해외의 임대주택 공식을 그대로 들여왔다간 '역효과'만 발생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그렇다면 우리의 정책적 방향성은 어디에 둬야 할까. 공공주택 심리보고서 3부 '정책 검토' 첫번째(上) 편이다.

우리는 視리즈 '공공주택 심리보고서'를 통해 공공임대주택의 현주소를 짚었다. 공공임대주택이 망국적 부동산의 대안으로 떠오른 이유부터 역대 정부 정책의 문제점까지 살펴봤다. 무주택 청년 500명의 목소리를 통해 공공임대주택이 가야 할 방향도 제시했다.

더스쿠프와 포춘코리아가 마크로밀엠브레인에 의뢰해 만 19~39세 무주택 청년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무주택 청년은 단순히 저렴한 공공임대주택을 원한 게 아니었다. 주택의 품질·입지 등은 공공임대주택을 선택하는 중요한 기준이었다. 실제로 무주택 청년의 71.8%는 공공임대주택 품질이 민간 아파트 수준이면 '높은 임대료도 수용할 수 있다'고 답했다.

공공임대주택의 '주거 사다리'로써의 가능성도 충분했다. 무주택 청년의 64.0%가 공공임대주택을 '주거 문제의 현실적 대안'이라고 여겼다. 공공임대주택이 대한민국 주택문제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개선할 점도 뚜렷했다. 공공임대주택의 유형이 늘면서 기준, 임대료, 거주기간, 공급면적 등이 복잡해진 건 풀어야 할 과제였다. 공공임대주택의 유형에 따라 '선호도'가 크게 엇갈린 것 역시 살펴봐야 할 대목이다.

■ 해외에서 찾을 수 있는 답 = 그렇다면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풀어야 할까. 해외 사례에서 문제를 해결할 만한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실제로 선진국들은 일찌감치 공공주택을 통해 주거 문제를 해결했다. 네덜란드는 국민의 주거 안정을 위해 공공주택의 수요 대상을 저소득층뿐만 아니라 중산층까지 확대해 공급했다.

주택의 경제적 가치보다 사회적 가치를 우선시한 오스트리아는 정부가 공공주택 공급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영국과 프랑스도 공공주택을 대량으로 공급해 주거복지를 강화하는 정책에 초점을 맞췄다.

이 때문인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엔 공공주택 비중이 높은 국가가 적지 않다. 네덜란드의 공공주택 비중은 34.1%(2021년)에 달했다. 오스트리아는 23.6%(2019년), 영국은 16.4%(2022년)를 기록했다. 프랑스(14.0%·2018년), 아일랜드(12.7%·2016년), 아이슬란드(11.1%·2016년), 핀란드(10.9%·2021년) 등 유럽 복지 국가의 공공주택 비중도 높게 나타났다.

[※참고: 우리나라의 공공임대주택 비중은 8.9%(전체 주택 대비)로 OECD 평균 7.1%보다 높은 수준이지만, 여기엔 통계적 착시가 숨어있다. 이 이야기는 '공공주택 심리보고서 3편 '정부의 치적 삼기가 부추긴 두 얼굴(더스쿠프 718호)'에서 자세히 다뤘다.]

[사진|뉴시스]
유럽 복지국가만 공공주택 공급정책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싱가포르의 사례는 주목할 만하다. 싱가포르의 자가보유율은 90%로 세계 최상위권에 속한다(싱가포르 주택개발청·2024년 기준). 압도적인 자가보유율의 배경엔 공공주택 정책이 깔려 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싱가포르 국민의 81%가 싱가포르 정부의 주택개발청(HDB)이 공급한 공공주택에 살고 있다. 소득 대비 주택가격 배율을 의미하는 PIR(Price to Income Ratio)은 4.7배(2022년 기준)에 불과하다. 이는 올해 3월 기준 우리나라 PIR 10.49배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싱가포르는 어떻게 이런 성과를 올린 걸까. 이 나라는 토지 국유화를 통해 공공주택을 공급했다. 1960년 44%대였던 정부 토지 소유 비율을 2002년 90%대로 끌어올렸다. 그 과정에서 금융지원을 통해 국민이 집을 살 수 있는 여건을 만들었는데, 흥미롭게도 공공주택의 입지와 품질을 중요한 지표로 삼았다. 단순히 공급량을 늘리는 데만 정책의 초점을 맞춘 게 아니었다는 얘기다.

펄펄 끓는 부동산 가격 때문에 홍역을 앓는 여러 나라가 싱가포르의 공공주택 정책을 롤모델로 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3월 싱가포르를 방문해 "싱가포르의 부동산 정책을 많이 배워서 돌아가야 할 것 같다"고 언급했다.

■ 해외 성공 사례 차용 어려운 이유 = 문제는 싱가포르뿐만 아니라 유럽 각국의 사례를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느냐다. 이를테면, 싱가포르처럼 '토지 국유화'를 꾀하고, 유럽처럼 공공주택 공급량을 대폭 확대하면 '부동산 공화국'을 해체할 수 있느냐는 거다. 단언하기 힘들다. 세계 각국과 우리나라의 부동산 시장의 현실이 워낙 달라서다. 세계 주요국이 공공주택을 늘리는 과정에서 숱한 진통을 겪어왔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그럼 유럽은 어땠을까. 시선을 영국과 프랑스로 돌려보자. 한국주택학회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과 프랑스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1960년대까지 신규 주택의 40~50%가량을 사회주택으로 불리는 공공주택으로 공급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불거졌다. 공공주택이 가파르게 늘면서 이를 관리하는 정부 재정이 부족해졌고, 결국 '공급량 축소→공공주택 매각→입주 대상 감축'이란 악순환에 빠져들었다.

특히 프랑스는 대량으로 공급했던 공공주택이 노후화하면서 또다른 숙제를 떠안았다. 공공주택이 사회 구성원 전체를 위한 정책이 아니라 취약계층과 이민자가 이용하는 시설로 전락했던 거다. 공공주택이 무너지면서 생산 기반시설의 이탈을 부추겼고, 지역 경제를 흔드는 사회문제로까지 확산했다. 프랑스 정부가 1990년대 이후 공공주택 정책의 방향성을 '양적 확대'에서 '주거의 질 향상과 지속가능성'으로 변경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공공임대주택의 비중이 높은 유럽 각국의 정책을 그대로 벤치마킹했다간 '부메랑'을 맞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구본기 구본기생활경제연구소 소장은 "해외의 공공주택 정책을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말을 이었다.

"유럽 주요국의 공공주택 정책은 1940~1950년대 이후 장기간에 걸쳐 추진됐고, 그 과정에서 숱한 시행착오도 겪었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주거권과 재산권을 바라보는 시각부터 해외와 차이가 크다. 최근 젊은층을 중심으로 주거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아직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선 해외 사례를 벤치마킹하더라도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

문제는 세계 각국 사례를 탐구할 때 조심해야 할 게 또 있다는 점이다. 다름 아닌 환경적 차이다. 이 이야기는 공공주택 심리보고서 3부 정책적 검토 두번째(下) 편에서 다뤄보자.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조서영 더스쿠프 기자
syvho11@thescoop.co.kr

☞視리즈_공공주택 심리보고서 2부
1편_서울 공공임대주택 '빈집 지도' 공개
2편_편견 깬 공공임대 10곳의 비밀

☞視리즈_공공주택 심리보고서 1부
1편_"누가 부동산 망국론 부추겼나"
2편_공공주택에 사회적 낙인 찍은 사람들
3편_긴 대기줄과 빈집의 괴리… '치적'의 그림자
4편_복잡한 공공임대주택 유형이 빚은 구멍
5편_공공임대주택 부끄럽다? 청년 생각은 달랐다
6편_1.5룸이라도 역세권이라면 괜찮다는 착각
7편_무조건 싸야 한다? 청년 72%가 제시한 답
8편_그곳에 살아본 이들은 더 살고 싶다 했다
9편_정부가 '가짜 공급'에 매몰돼 놓친 가치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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