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첩사 리스트’로 운명이 뒤바뀐 장성들 ① 비상계엄 5일 전 맞교대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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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당시 장성들의 가담 여부는 일부 정치군인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개인의 의지보다 직무와 직책에 따라 결정됐다.
2023년 10월 군 고위 장성 인사에서 강신철 한미연합사령부 부사령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손식 육군 지상작전사령관, 고창준 육군 제2작전사령관 네 명의 대장 진급자가 탄생했다.
이는 비상계엄 당시 강 장관과 같은 대장급으로 군 수뇌부를 형성했던 김명수 전 합동참모의장,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 강호필 전 육군 지상작전사령관 등이 다 내란중요임무종사죄로 기소돼 재판받는 것만 봐도 그렇다.
내란특검 수사 과정에서 강호필은 사전에 비상계엄에 반대했던 거의 유일한 장성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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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당시 장성들의 가담 여부는 일부 정치군인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개인의 의지보다 직무와 직책에 따라 결정됐다. 지휘부를 비롯해 주요 자리에 있었던 장성들은 자의든 타의든 내란에 개입할 수밖에 없었다. 반면, 핵심 보직이 아닌 덕분에 계엄사령부 지휘계통에서 벗어난 장성들은 화를 피할 수 있었다. 계엄 당시 보직이 장성들의 생사를 좌우한 셈이다.
종합특검(권창영 특별검사)은 지난 8월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을 직권남용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이는 지난해 내란특검(조은석 특별검사)이 기소한 내란중요임무종사죄와는 별개 혐의다. 공소장에 따르면, 방첩사는 여인형이 사령관으로 부임한 2023년 11월부터 1년간 16종의 군 고위직 인사 관련 문서를 작성했다.
그중에서도 2024년 8월 이후 생산된 ‘군 수뇌부 인사안’(2024.8.13.), ‘24년 후반기 장군인사 인사 검증 결과’(2024.8.23.), ‘육군 중장 인사검토 결과’(2024.10.25.) 등의 문서에는 비상계엄에 대비한 흔적이 있다. ‘법무병과 관련 검토 의견’(2024.8.19.), ‘정훈병과 장군 인사검토 결과’(2024.10.25.) 등 특정 병과 장성 인사를 기획한 문서도 눈길을 끈다. 이는 그간 알려진 ‘김병주 리스트’ ‘최강욱 리스트’ 등 이른바 방첩사 블랙리스트와는 다른 성격의 문서다.
<뉴스타파>는 5개의 방첩사 명단에 올랐던 장성들의 진급과 보직 등 인사 내용을 다각도로 분석해 12.3 비상계엄을 계기로 그들의 운명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살펴봤다. 권력 가까이 있던 장성은 침몰하고, 권력에서 떨어져 있던 장성은 생존했다. 방첩사 문서가 역(逆) 살생부였던 셈이다. 방첩사 명단에 올랐던 강신철 국방부 장관도 살아남았다. 강 장관을 비롯해 비상계엄으로 희비가 엇갈린 장성들의 비화를 2회에 걸쳐 공개한다. <편집자 주>

강신철 장관이 살아남은 이유
2023년 10월 군 고위 장성 인사에서 강신철 한미연합사령부 부사령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손식 육군 지상작전사령관, 고창준 육군 제2작전사령관 네 명의 대장 진급자가 탄생했다. 그중 문재인 정부에서 별 세 개를 단 장성은 강신철이 유일했다. 나머지는 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에 중장으로 진급한 사람들이었다.
강신철 국방부 장관은 지난 16일 인사청문회에서 단호하게 말했다. “12.3 비상계엄은 명백한 내란”이라고. 비상계엄 당시 연합사 부사령관이던 강 장관은 지휘계통에서 비켜나 있었다. 숱한 별이 국방부 징계위원회에 회부돼 파면, 해임, 정직 등 중징계를 당했지만, 강 장관은 무사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에는 주사우디아라비아 특명전권대사를 역임한 데 이어 국방부 장관에 지명되는 관운이 따랐다.
그런데 가정이기는 하지만, 만약 강 장관이 계엄 당시 대통령이나 국방부 장관의 명을 거부하기 힘든 군 지휘부나 주요 군 병력을 이끄는 직책에 있었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어떤 식으로든 내란에 연루됐을 개연성이 크다. 이는 비상계엄 당시 강 장관과 같은 대장급으로 군 수뇌부를 형성했던 김명수 전 합동참모의장,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 강호필 전 육군 지상작전사령관 등이 다 내란중요임무종사죄로 기소돼 재판받는 것만 봐도 그렇다.
첫 번째로 살펴볼 방첩사 문서는 ‘비상대권’ 논의가 무르익던 2024년 8월 13일에 작성된 군 수뇌부 인사안이다. 여인형은 자신이 육군참모총장에 오르는 것을 전제로, 나승민 신원보안실장(육군 대령)이 이끄는 해당 방첩부대원들에게 2024년 후반기 및 2025년 전·후반기 장군 인사안을 짜게 했다.
이 명단에는 강신철 연합사 부사령관(대장, 육사 46기)을 포함해 장성 14명이 올라 있다. 나머지 장성을 명단에 적힌 순서대로 나열하면 이렇다. 김봉수 76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중장, 육사 47기), 강호필 합참 차장(대장, 육사 47기), 박안수 육군참모총장(대장, 육사 46기), 양용모 해군참모총장(대장, 해사 44기), 이영수 공군참모총장(대장, 공사 38기), 손식 육군 지상작전사령관(대장, 육사 47기), 고창준 육군 제2작전사령관(대장, 3사 26기), 김상환 육군 법무실장(준장, 법무 14기), 이진우 수방사령관(중장, 육사 48기), 곽종근 특전사령관(중장, 육사 47기), 이임수 육군 55사단장(소장, 육사 50기), 권대원 지작사 참모장(중장, 학군 30기), 최병옥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소장, 육사 50기).
여인형은 장차 비상계엄의 주축이 될 자신과 곽종근, 이진우를 대장으로 올리는 인사를 구상했다. 세 사람은 2023년 11월 나란히 중장으로 진급하면서 해당 보직을 꿰찼다. 만약 이때 세 사람이 다 대장으로 진급했다면, 대장급, 중장급의 연쇄 인사가 발생하고 지휘부도 바뀌었을 것이다. 강신철의 경우 합참의장으로 영전하거나 옷을 벗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 인사안은 실현되지 않았다. 명단에 있던 장성들은 강호필과 김봉수를 빼고는 대부분 2024년 하반기 인사 때 기존 보직을 유지하다가 12.3 비상계엄을 맞았다.
2024년 11월에 작성된 여인형 휴대전화 메모에는 ‘체제수호 사명 인식 관점에서 군 장악 불충분’ ‘리더십 진용을 조기에 갖추고(ㅎ ㅇ ㅈ 연)’이라는 문구가 있다. ‘ㅎ’은 합참의장(김명수), ‘ㅇ’은 육군총장(박안수), ‘ㅈ’은 지상작전사령관(강호필), ‘연’은 연합사 부사령관(강신철)을 뜻한다. 내란특검과 종합특검은 이를 두고 ‘장차 군을 확실히 장악하기 위해서는 네 장성을 교체할 필요성이 있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계엄 반대’ 강호필의 비극적 운명
2024년 4월 대장으로 진급하면서 합참 작전본부장에서 합참 차장으로 영전한 강호필은 그해 9월 지작사령관 직무대리를 맡았다. 손식 지작사령관이 훈련 지도 중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에 입원했기 때문이다. 병세가 호전되지 않은 손식은 한 달 뒤 육군 정책연구관이라는 한직으로 이동하고, 강호필이 지작사령관에 임명됐다.
내란특검 수사 과정에서 강호필은 사전에 비상계엄에 반대했던 거의 유일한 장성으로 파악됐다. 2024년 6월 윤석열과 김용현이 마련한 삼청동 안가 회동에 곽종근, 이진우, 여인형과 함께 참석했던 강호필은 이후 신원식 국방부 장관에게 계엄 관련 정보를 보고하는 한편 계엄에 반대한다며 전역 의사까지 밝혔다. 김용현이 장관에 취임한 이후에는 계엄 관련 장성 회합에서 아예 배제됐다.
여인형의 휴대전화 메모에 있는 ‘강호의 사례, 고통스러운 과정’이라는 문구의 주인공이 바로 강호필이다. 이 문구 앞에는 ‘ㅇ을 신뢰할 수 없음’, 뒤에는 ‘보안 위험, 이너로 들어오면 안 됨’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ㅇ’은 육군총장 박안수를 뜻한다.
종합특검은 윤석열과 김용현이 박안수를 불신하면서도 계엄사령관에 임명했다면서, 강호필 관련 문구에 대해서는 “전역시켜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보안 유지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기에 계엄사령관 등 핵심 역할을 부여하는 대신 (지작사령관으로서) 계엄군의 예비대 역할과 계엄 반대 세력 제압 임무를 담당하게 하는 일종의 회유 과정”이라고 해석했다.
종합특검 수사 결과에 따르면, 이처럼 계엄 주도 세력과 갈등을 빚은 강호필은 막상 계엄이 선포된 이후에는 임무에 충실했던 것으로 보인다. 비상계엄 당일 예하 지휘관들과 화상회의를 하면서 지구·지역계엄사령부 창설을 지시하고, 지작사 전 장병에게 계엄사 포고령 준수를 강조하는 한편, 경기 양평에 있는 정예 공정부대 제2신속대응사단의 즉각 투입 준비를 지시했다.
지작사는 육군 병력의 75%를 지휘·통솔하는 부대다. 계엄이 정상적으로 진행됐다면 지작사가 국토 주요 지역에서 계엄 상황을 유지하고 후속 수습 조치를 수행했을 것이다. 반대로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 서울로 출동할 수 있는 병력을 지닌 지작사를 통해 계엄군을 지원하거나 최소한 지작사 예하 부대가 계엄에 반대하는 군사활동을 하지 못하게 조치하려 했다는 게 종합특검 판단이다.
강호필은 지난해 9월까지 지작사령관을 지내고 전역했는데, 종합특검은 지난 8월 그를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기소했다. 반면, 전임자 손식은 비상계엄 이후에도 정책연구관으로 재임하다 지난해 9월 전역했다.
2024년 11월 8일 강호필 후임으로 합참 차장에 임명된 김봉수는 같은 달 28일 갑자기 교육사령관으로 이동하는 바람에 계엄에 휘말리지 않았다. 계엄 5일 전이었다. 후임 합참 차장은 육사 후배인 정진팔 교육사령관(중장, 육사 48기). 중장 원 포인트 인사로, 한 기수 차이인 두 사람의 보직을 맞바꾸는 이례적인 인사였다. 군내에서는 “김봉수가 고분고분하지 않아 계엄에 도움이 안 될 것 같으니 한 달도 안 돼 교체한 것”이라는 뒷말이 나왔다.

“‘특전’ ‘수방’ ‘방첩’은 픽스하라”
군 수뇌부 인사안에 올랐던 장성들은 계엄 이후 영욕과 희비가 엇갈렸다. 김봉수는 2작사령관 직무대행을 맡았다가 다시 교육사령관으로 돌아가 지난 2월 전역했다. 4성 장군 중 강신철과 양용모, 이영수는 나란히 지난해 9월 전역했다. 반면, 계엄사령관에 임명됐던 박안수는 내란특검에 의해 내란중요임무종사죄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지난 2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6부(부장판사 이현경)는 그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고창준은 육군총장 직무대리를 겸하다가 지난해 9월 전역했다. 2024년 12월 4일 새벽 합참행 계엄버스에 탑승했던 김상환은 징계를 받고 준장에서 대령으로 강등됐다. 이진우는 파면, 곽종근은 해임됐다. 소장 4차 진급자인 이임수는 지난해 11월 중장 진급과 함께 수도군단장으로 승진했다. 권대원은 지난해 9월 합참 차장으로 영전했다. 지난해 7월까지 국방비서관에 머물렀던 최병옥은 2차 계엄 모의 관련 혐의로 내란특검 조사를 받았으나 기소되지는 않았다.
2024년 8월 23일, 방첩사는 이번에는 곽종근, 이진우, 여인형 세 장성을 유임시키는 내용의 문서를 작성한다. 제목은 ‘24년 후반기 장군인사 인사검증 결과’. 여인형은 방첩부대원들에게 “‘특전’ ‘수방’ ‘방첩’ 세 명은 ‘픽스’하고 작성하라”고 지시한다. 2주 뒤인 9월 6일 경호처장 김용현이 국방부 장관에 취임한 걸 보면, 사전에 김용현 지시를 받고 작성한 인사안일 가능성이 크다. 윤석열, 김용현과 몇 차례 회합하면서 충성을 다짐했던 세 장성은 12.3 비상계엄의 선봉에 선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지난 21일 1심 재판부는 여인형, 이진우, 곽종근에게 각각 징역 18년, 15년, 9년을 선고했다.
이 문서에는 김성민 육군 5군단장(중장, 육사 48기)을 비롯해 10명의 장성이 등장한다. 일부 인물은 앞문서 명단과 겹친다. 순서대로 적으면, 박정택 육군 수도군단장(중장, 학군 30기), 박후성 육군 2군단장(중장, 육사 48기), 이진우, 곽종근, 권대원, 김흥준 육군본부 정책실장(소장, 육사 49기), 김진철 육군 종합군수학교장(소장, 학군 30기), 오병석 전략사령부 창설추진단 부단장(소장, 육사 49기), 김진익 육본 인사참모부장(소장, 육사 49기)이다.
10명 중 6명은 계엄 무풍지대에 있던 덕분에 화를 면했다. 일부는 아직 현직에 남아 있다. 김성민은 지난해 9월 대장으로 진급하면서 연합사 부사령관으로 영전했다. 박정택은 지난해 10월 갑질 논란으로 한 계급 강등돼 무보직 상태로 있다가 지난 1월 전역했다. 박후성은 지난해 11월 육군사관학교장으로 옮겨갔다.
계엄사 참모장을 맡아 계엄버스에 올랐던 김흥준은 파면됐다. 김진철은 지난해 7월 두 달간 교육사령관 직무대리를 겸하기도 했다. 2024년 10월 전략사 참모장에 임명된 오병석은 지난해 9월 전략사령관 직무대리를 거쳐 올 1월 2작사 참모장으로 옮겨갔다. 역시 계엄버스에 탑승했던 김진익은 지난 1월 정직 3개월 징계를 받고 두 달 뒤 전역했다.
▶ (2편으로 이어집니다)
뉴스타파 조성식 전문위원 (조성식의 훅 대표기자) blueink@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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