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예약 잡고 우버도 먼저 부른다...메신저 속으로 들어온 ‘AI 비서’

최아리 기자 2026. 9. 22.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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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팅트 AI 이미지/제미나이 생성

예약이 꽉 찬 식당에 “빈자리가 나면 잡아달라”고 하자 인공지능(AI)이 예약 상황을 계속 확인하다 인기 시간대 테이블을 잡았다. 비행 일정은 있는데 공항까지 갈 차편이 없는 것을 AI가 먼저 알아채 차량 예약도 챙겼다. 이 모든 과정은 별도 AI 앱이 아닌 문자와 메신저를 통해 이뤄졌다.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주목받고 있는 개인형 AI 비서 ‘인스팅트(Instinct)’를 실제로 써본 이용자들이 공유한 사례들이다. 23세 AI 연구자 출신 노아 신이 이끄는 인스팅트는 지난 2월 비공개 베타 서비스를 시작한 뒤 빠르게 이용자를 늘리고 있다. 아직 초대받은 이용자만 쓸 수 있는데도 이용자가 1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에는 기업 가치 100억달러(약13조800억원)로 10억달러를 추가 조달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목적만 말하면 웹·메일 오가며 실행

챗GPT나 클로드 같은 범용 AI와 달리 인스팅트는 코딩이나 복잡한 업무보다 예약, 구독 해지, 일정 관리 같은 개인 보조 작업에 초점을 맞춰 실행 성능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AI에는 방법이 아니라 목적만 말해도 된다. AI가 목적 달성을 위해 스스로 이메일과 일정 등 연결된 정보를 참고하고 필요한 웹사이트를 돌아다니며 후보를 찾아 적합한 선택지를 추천한다. 예약이나 구매가 필요하면 해당 단계까지 이어간다.

실제 기자가 “23~24일 일정에 맞는 저렴한 항공권을 찾아달라. 목적지는 정하지 않았다”고 하자, 인스팅트는 짧은 일정에 맞게 이른 오전 출국, 저녁 귀국 시간대의 항공편을 추려 이에 맞는 목적지 3곳과 각각의 특징을 함께 안내했고, 결제 화면까지 연결했다. 직접 했다면 여러 항공권 비교 사이트를 접속해야 했을 일이다.

메신저 왓츠앱을 통한 인스팅트AI와 대화 내용. 처음 가입하자, 한국 가입자라는 정보를 토대로 한국 날씨와 뉴스 헤드라인, 항공편 등 관심이 있을만한 정보를 먼저 제시했다./왓츠앱 캡처
인스팅트에 "23~24일 저렴한 항공권. 목적지 미정"이라는 내용만 입력했는데도, 목적에 맞는 적합한 항공권을 찾아 제시했다. 메신저 내에서 해당 항공권을 직접 결제하는 것 까지 가능하다./왓츠앱 캡처

인스팅트는 별도 앱이 필요 없다. AI 전용 작업창을 하나 더 여는 대신 기존에 쓰던 문자·왓츠앱에서 사용할 수 있어, 기술에 친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쉽게 쓸 수 있다. 또 단순히 텍스트를 주고받는 게 아니라 반응 이모티콘을 누르고, 음성 메시지를 수신하는 듯 실제 사람 비서와 대화하는 것 같은 친숙함을 구현했다.

인스팅트가 인기를 끄는 또 다른 요인 중 하나는 능동적인 추적과 반응이다. 이용자가 먼저 대화창에서 지시하기 전에, 캘린더 정보를 바탕으로 미리 알림을 주고 이후 갈 만한 장소까지 추천해주는 식이다. 이용 사례 중에는 예정된 비행 일정에 맞춰 스스로 체크인을 하고 탑승권 화면을 보내준 경우도 있었다.

최근에는 행동 범위도 넓히고 있다. 각 AI 전용 이메일 주소를 만들어 외부 업체와 예약·문의 메일을 직접 주고받으며 소통하고, 이용자가 허용한 지인의 인스팅트끼리 서로 연락해 공통으로 비는 시간을 찾고 식당을 예약하는 기능도 추가했다. 지난 16일에는 온라인 예약을 받지 않는 식당에 직접 전화하는 ‘컨시어지’ 기능도 공개됐다.

인스팅트는 온라인으로 예약이 어려운 경우 통화로 예약약 가능한 '컨시어지' 기능을 갖췄다/노아신 인스팅트 창업자 X

◇메신저가 AI 실행 창으로

최근 IT 업계에서는 이 같은 개인형 AI 에이전트 서비스가 연달아 출시되고 있다. 메타도 개인 AI 에이전트 ‘뮤즈(Muse)’를 내놓았다. 뮤즈 역시 왓츠앱에서 지시하면 사람 대신 웹사이트에 접속해 예약하거나 상품을 찾고, 이메일을 보내는 등의 일을 처리한다. 올해 3월 출시된 ‘포크(poke)’는 아이메시지·문자·텔레그램·왓츠앱에서 이메일 관리와 일정 조정 등을 대신한다. AI 경쟁이 ‘누가 더 좋은 답을 내놓느냐’에서 ‘누가 실제 일을 더 많이 대신해주느냐’로 옮겨가는 것이다.

다만 AI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질수록 개인정보와 계정에 대한 접근 권한도 함께 커진다는 것은 이용자에게 부담이다. 예약이나 구매를 대신하려면 이메일과 일정뿐 아니라 웹사이트 로그인 정보나 결제 수단에도 접근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인스팅트 초기 이용자 사이에서는 AI 행동을 어디까지 통제할 수 있느냐는 문제도 불거졌다. 인스팅트가 사전 승인을 받지 않고 이용자의 계정으로 이메일을 보냈다는 사례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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