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선 ‘탄소 청구서’⋯ 항공업계, 배출권 확보 비상
항공사 비용 부담 가중 전망… 배출권 단계적 확보·고효율 기재 도입 대응

국제항공 탄소상쇄·감축제도(CORSIA)가 내년부터 확대 적용되면서 국제선 운항에 따른 탄소배출 비용이 항공사들의 새로운 비용 변수로 급부상했다. 이행에 필요한 배출권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향후 배출권 확보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2일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CORSIA가 내년부터 2단계로 확대되면서 항공업계의 적격 배출권(EEU) 확보 부담이 커지게 된다. 여기에 1단계(2024~2026년)에서 발생한 상쇄 의무 이행을 위해 2028년 1월까지 약 2억~2억5000만개의 적격 배출권을 확보해야 한다. 대규모 배출권 수요가 예정된 가운데 적용 범위까지 확대되는 셈이다.
CORSIA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국제선 운항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 상쇄를 목표로 도입한 제도다. 항공사는 산정된 상쇄 의무량 만큼 ICAO 기준을 충족한 적격 배출권을 구매한 뒤 이를 취소 처리해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EEU 1개는 이산화탄소(CO₂) 1톤(t)의 감축에 해당한다.
문제는 급증하는 수요에 비해 배출권 공급이 충분치 않다는 점이다. IATA는 지난 18일 주간 경제 분석 자료 ‘차트 오브 더 위크(Chart of the Week)’를 통해 공급이 필요한 물량에 크게 못 미친다고 짚었다. 지난 6월 기준 공급된 EEU는 약 3800만개로, 승인 절차를 마친 국가는 10개국에 그쳤다. 이는 2028년 1월까지 필요한 2억~2억5000만개의 15~19% 수준에 불과하다.
공급이 빠르게 늘지 못하는 것은 CORSIA에서 사용할 수 있는 배출권이 제한된 영향이다. 배출권 발행 국가는 배출권에 반영된 감축 실적이 자국의 국가감축목표(NDC)와 중복 계산되지 않도록 반드시 별도의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반면, 각국에 CORSIA용 배출권을 공급해야 할 의무는 없어 수요 증가에 맞춰 공급이 늘어난다는 보장이 없다.
특히 내년부터 CORSIA 적용 범위가 확대되는 점도 항공사들의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현재 2024~2026년 1단계에는 자발적 참여국을 중심으로 상쇄 의무가 적용되지만, 2027년부터는 일부 면제 국가를 제외한 국제선으로 대상이 더 넓어진다. 이에 따라 국제선 비중이 높은 국내 항공사들은 CORSIA 확대 적용의 직접적인 대상이 된다.
결국 배출권 수급 불균형과 적용 범위 확대가 맞물리면서 항공사들의 비용 부담은 커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IATA는 올해 전 세계 항공사의 CORSIA 이행 비용을 12억~16억달러(약 1.6조~2.2조원)로 추산했다. 지난해 13억달러보다 최대 23% 늘어난 규모다. 별도로 CORSIA 1단계 이행에 필요한 약 2억개의 배출권 확보 비용은 40억~50억달러(약 5.5조~6.8조원)로 내다봤다.
대형항공사(FSC) 관계자는 “현재 승인 지연으로 배출권 공급에 병목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차세대 항공기 도입을 가속화하고, 탄소상쇄 프로젝트 발굴과 내부 탄소가격제 도입 등을 대안으로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저비용항공사(LCC) 관계자도 “B787-9 기재와 운항 효율 시스템을 기반으로 연료 소모와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있다”면서 “배출권을 단계적으로 확보하는 등 시장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염재인 기자 yji@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