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훈 도로공사 사장 “고속도로 밑에 전력망”…AI 시대 인프라 역할 확장
한전과 도로 하부 전력망 구축 검토
자율주행 화물차 실증 확대 등 비전 제시
노후 고속도로 대규모 리모델링

한국도로공사가 도로 인프라의 역할을 교통을 넘어 전력과 인공지능(AI) 분야로 확대한다. 고속도로 하부 공간을 활용한 전력망 구축을 검토하고 자율주행 화물차 실증을 확대하는 등 기존 도로 인프라를 미래 산업을 뒷받침하는 플랫폼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유정훈 한국도로공사 사장은 22일 국토교통부 기자단 대상 간담회에서 “21세기에 국가 경제를 위해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며 “AI 데이터센터는 결국 전력의 문제이고, 고압 송전을 위해 철도나 도로 같은 기존 인프라를 활용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로공사는 고속도로의 연속된 선형 공간을 활용해 하부에 전력망을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신규 고속도로 건설 단계부터 전력망을 함께 설치하거나 운영 중인 고속도로 하부에 전력망을 매설하는 방식이다. 한국전력과 상시 협업체계를 구축해 시범사업 구간 선정과 토공부·교량부·터널부 등 구간별 전력망 통과 방식에 대한 기술 검토도 추진할 예정이다.
고속도로와 주변 지역에서 생산하는 신재생에너지를 하부 전력망과 연계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도로공사는 이를 통해 고속도로를 차량 이동로에서 교통·전력·통신이 결합된 복합 인프라 플랫폼으로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아직 구체적인 사업 단계에 들어간 것은 아니다. 유 사장은 “고압 송전이 앞으로 중요하기 때문에 미래 먹거리 차원에서 스스로 연구하고 기획하고 있는 것”이라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검토한다면 도로공사는 이미 스터디하고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참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고속도로를 AI와 미래 모빌리티의 실증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특히 대형 사고 위험이 높은 화물차의 자율주행 기술 상용화를 앞당기는 데 초점을 맞춘다.
유 사장은 “지난해 교통사고로 약 147명이 사망했는데 트럭과 연관되면 심각한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고속도로가 이미 자율주행 시범운행지구로 지정된 만큼 실증을 통해 데이터를 축적하고 자율주행 트럭 도입을 앞당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AI 기반 교통관리도 강화한다. 도로공사는 AI 에이전트를 활용한 24시간 교통상황 관제와 적재불량 차량 AI 단속, 교통·안전 데이터 통합 등을 추진한다. 이를 포함한 ‘교통 대혁신 10대 과제’를 통해 교통안전 수준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상위권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도로 자체의 노후화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다. 30년 이상 된 고속도로는 올해 전체의 12%인 569㎞에서 2030년 1002㎞(21%), 2040년에는 3002㎞(63%)로 늘어날 전망이다. 30년 이상 된 구조물도 올해 1882개소에서 2040년 7917개소까지 증가한다.
이에 도로공사는 시설물별 부분 보수에서 벗어나 IC·JCT 등 일정 구간을 한꺼번에 정비하는 대규모 리모델링으로 유지관리 방식을 전환한다. 반복적인 부분 차단 대신 일정 구간을 전면 차단해 공사를 집중적으로 진행하는 방식도 확대할 계획이다.
지방 균형성장을 위한 도로망 확충에도 나선다. 정부의 ‘5극3특’ 정책과 연계해 대도시 외곽을 연결하는 초광역순환망과 중심도시·주변 중소도시를 잇는 방사축을 구축하고 산업단지와 항만 등을 연결하는 물류도로망도 확충할 계획이다.
국민 체감 서비스 강화를 위한 휴게소 운영구조 개편도 추진한다. 도로공사는 현재 3단계인 휴게소 운영구조를 공사와 입점업체 간 2단계 직계약 방식으로 바꿀 계획이다. 우선 8개 휴게소에 적용하고 내년 설 연휴 전 새로운 운영 모델을 선보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 사장은 “그동안 B2G(정부 대상), B2B(기업 대상)를 잘했다면 앞으로는 B2C(소비자 대상)를 우선적으로 해야 한다”며 “본업인 도로 건설과 유지관리를 넘어 국민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새로운 국가 산업을 뒷받침할 수 있는 도로공사의 역할을 찾아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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