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현장을 가다/신진우]트럼프 찬반 시위 백악관 앞서 ‘맞불’…중간선거 앞두고 갈라진 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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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북쪽 라파예트 광장. 백악관을 카메라에 담는 관광객들 사이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문구와 그를 비판하는 문구가 적힌 팻말이 불과 몇 m 거리를 두고 나란히 눈에 들어왔다.
그는 "요즘 워싱턴은 너무나 분열돼 있고 당파적이며, 중요한 국가 안보 의제에 대처하기 위해 함께 협력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며 "그런 종류의 기능 장애가 미국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통령과 양당 지도부 모두 함께 협력하고 국정을 운영하겠다고 약속해야 한다"며 "우리 안보를 위협하려는 이들에게 미국이 하나로 단결돼 있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 세계에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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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공화 지지층 “상대당 부정적”
“우리 편 결집시키는 정치인 선호”
11월 중간선거 후 ‘셧다운’ 우려도
이란전 장기화로 갈등 증폭
“전쟁 찬반 떠나 국익 먼저,
안보만큼은 정파 넘어야”

이곳에서 만난 40대 경찰 공무원 카터 씨는 “예전에는 친구들과 정치 이야기를 하다가 의견이 달라도 저녁을 먹고 웃으며 헤어질 수 있었다”며 “요즘은 정치 얘기를 하다 보면 친구도 다른 사람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서로 생각을 바꿀 수 있다고 기대하지 않으니 이제는 아예 정치 얘기를 피하게 된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집권 공화당 지지자라는 50대 회사원 톰슨 씨 또한 “요즘은 공화당과 민주당이 서로 의견이 다른 정도가 아니라 상대방이 틀렸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정치가 사람들을 두 편으로 완전히 갈라놓은 느낌”이라고 했다.
11월 3일 미국 중간선거가 4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거리에서 만난 시민뿐 아니라 장관급 인사 등도 워싱턴 정치의 극심한 분열을 우려한다. 최근 동아일보와 인터뷰한 리언 패네타 전 미국 국방장관은 미국이 직면한 최대 위협을 ‘워싱턴의 기능 장애(dysfunction)’라고 지적했다. 미국 내부의 분열이 중국, 러시아, 북한 등보다 더 위협적이라는 의미다.

● 양당 지지층 “상대당 부정적”
미국 정치권의 양극화는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난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올 7월 6∼12일 실시한 조사에서 중간선거 때 공화당 후보를 지지한다는 등록 유권자의 58%는 상대 당과 공통점을 찾기보다 자신들이 원하는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후보를 선호한다고 답했다. 그 결과 의회에서 법안 처리가 어려워지더라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민주당 후보 지지층에서도 52%가 같은 답을 했다.
퓨리서치센터가 미국 성인 51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또 다른 조사에선 민주당원의 92%는 공화당을, 공화당원의 93%는 민주당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처럼 상대를 향한 불신, 혐오 속에서 정치권의 갈등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적극적인 협상과 타협 의지가 약해지다보니 국민들의 실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부 운영에도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지난해 10월 1일~11월 12일까지 연방정부가 전체적으로 일시 업무정지(셧다운)된 게 대표적인 예다.
올해 들어서도 1월 말 일부 연방정부에 이어 2월 14일부터 4월 30일까지 국토안보부(DHS)가 부분 셧다운을 겪었다. 셧다운 기간에는 비필수 업무를 담당하는 연방공무원들이 무급휴직에 들어가고 각종 행정 서비스에도 큰 불편이 빚어졌다.

● 이란전 둘러싼 대립도 여전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정파 간 충돌은 이어지고 있다. 미국 정치에는 “정치는 물가에서 멈춘다(Politics stops at the water’s edge)”는 유명한 표현이 있다. 국내에서는 여야가 치열하게 맞서더라도 외교·안보 문제에서는 정파적 이해를 넘어 국가 이익을 우선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를 상징하는 인물이 공화당의 거물 아서 밴덴버그 전 상원의원(1884~1951)이다. 그는 민주당 소속 해리 트루먼 행정부와 손잡고 트루먼 독트린과 마셜플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창설 등에 대한 초당적 지지를 끌어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현재 워싱턴 정계에서는 밴덴버그 전 의원 같은 인물을 찾아볼 수 없다. 올 2월 28일 발발 후 반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이란 전쟁을 두고 양당은 대통령의 권한, 미군 군사 행동의 범위를 둘러싼 소모적인 논쟁만 벌이고 있다.
올 7월 23일 공화당이 다수인 하원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의회 승인 없는 대이란 군사행동을 중단하도록 요구하는 전쟁권 결의안을 찬성 214표, 반대 208표로 가결했다. 민주당 의원들과 공화당 의원 4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불과 몇 시간 뒤 상원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 비슷한 내용의 전쟁권 결의안을 외교위원회에서 본회의로 끌어내기 위한 표결이 찬성 47표, 반대 49표로 부결됐다. 공화당 수전 콜린스 의원은 민주당 측에 가세한 반면 민주당 존 페터먼 의원은 반대표를 던졌다. 같은 날 같은 전쟁을 놓고 하원에서는 대통령의 군사행동에 제동을 거는 결의안이 통과됐지만 상원에서는 비슷한 시도가 무산된 것이다.
전쟁 장기화로 의회가 내려야할 결정의 무게도 커지고 있다. 미 국방부는 지난달 제너럴다이내믹스, 록히드마틴과 7년간의 다년 조달 계약을 추진하는 기본합의를 맺고 패트리엇 PAC-3 MSE 생산 능력을 3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요격미사일 생산 능력을 4배로 늘리기로 했다. 미군은 이에 앞서 RTX의 방산 부문 레이시온과 7년간 229억 달러 규모의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생산 계약도 체결했다. 연간 생산 능력을 1000발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내용이다.

● “안보는 정파보다 국익 우선해야”
백악관에서 남쪽으로 약 2km 떨어진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공원. 이곳엔 6·25전쟁 당시 전투복을 입은 병사들의 모습이 새겨져 있다. 검은 화강암 벽에는 ‘FREEDOM IS NOT FREE(자유는 공짜가 아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과거 미국이 참전한 전쟁의 희생을 기록한 이 공원에서도 정치권의 분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곳에서 만난 70대 퇴역 군인 밀러 씨는 “공화당과 민주당이 다른 문제를 놓고 싸울 수는 있지만 국가안보까지 서로 물고 뜯는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쟁을 계속할지, 어떻게 할지를 놓고 의견이 다른 건 당연하다”면서도 “어떤 결정을 하든 미국에 무엇이 가장 이익인지가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다.
패네타 전 장관 역시 국가안보 문제에서는 정파를 넘어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통령과 양당 지도부 모두 함께 협력하고 국정을 운영하겠다고 약속해야 한다”며 “우리 안보를 위협하려는 이들에게 미국이 하나로 단결돼 있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 세계에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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