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쏠림에 D램·낸드 ‘메모리 동행’ 공식 깨졌다

D램은 내년에도 공급 부족으로 가격 강세가 이어지는 반면, 낸드플래시는 소비자용 제품을 중심으로 가격 하락 압력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그동안 D램과 낸드는 최대 수요처인 스마트폰·PC 수요에 따라 비슷한 시기에 가격이 함께 오르내리는 ‘동행’ 사이클을 보여왔지만 엇갈리기 시작한 것이다.
22일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미국 주요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의 기업용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eSSD) 수요가 늘면서 올 4분기 주문량은 3분기를 넘어설 전망이다. AI 서버용 eSSD 수요가 급증하면서 공급 부족도 심해지고 있다. 제품 주문부터 공급까지 걸리는 납기는 평상시 약 8주에서 현재 16주로 두 배로 늘었다. AI가 학습에서 추론·에이전트로 확산하면서 실시간으로 대규모 데이터를 불러오고 저장하는 수요가 급증한 영향이다.
반면 스마트폰·PC에 들어가는 범용 낸드는 가격 하락 압력이 커지고 있다. 스마트폰·PC 수요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중국 YMTC를 비롯한 낸드 업체들이 생산량을 크게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낸드는 적층 단수를 높이는 공정 고도화로 웨이퍼(반도체 원판) 한 장에서 생산할 수 있는 저장 용량도 계속 증가해 공급 확대 속도가 빠르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내년 하반기에는 낸드 전체 공급도 수요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D램은 낸드와 달리 AI 서버용과 범용 제품 모두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이 AI 서버용 HBM(고대역폭 메모리)과 고용량 D램에 생산 능력을 우선 배정하면서 스마트폰·PC용 D램 공급이 상대적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AI용 메모리로 생산 능력이 이동한 여파가 범용 D램까지 번지는 것이다. 트렌드포스는 내년에도 D램 수요 증가가 공급 증가를 웃돌 것으로 예상했다.
이를 놓고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가 메모리 시장의 새로운 ‘큰손’으로 등장한 이후 AI용 제품에 수요가 집중되고 업체들의 생산 능력 배분까지 달라지면서 기존의 ‘메모리 동행’이 깨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 업계 고위 관계자는 “과거에는 스마트폰과 PC 판매가 D램과 낸드 가격을 함께 움직이는 가장 중요한 변수였지만 AI 데이터센터가 새로운 수요처로 등장하면서 제품별 수급 구조가 달라지고 있다”며 “AI용 메모리 생산 확대가 일반 제품의 공급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에 따라 같은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메모리도 가격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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