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리티법 상원서 막혔다…비트코인 규제, 당장 달라지는 건?

최현정 기자 2026. 9. 22.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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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상원에서 가상자산 시장구조 법안인 '클래리티법(CLARITY Act)'의 심의 절차가 막히면서 디지털 상품 현물시장 감독체계를 법률로 정하는 작업이 다시 미뤄졌다.

현재는 비트코인이 어떤 자산인지에 대한 규제당국의 해석은 있지만 디지털 상품 현물시장 전체를 누가 어떤 기준으로 상시 감독할지는 법률로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다. 클래리티법 심의가 늦어지면서 디지털 상품의 법적 정의와 현물시장 감독·등록 체계를 명문화하는 작업도 함께 미뤄졌다.

당장은 비트코인의 분류보다 클래리티법 재표결 여부와 디지털 상품 현물시장 감독체계를 어디까지 행정 규칙으로 채울지가 다음 쟁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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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의회 홈페이지의 클래리티법(H.R.3633) 페이지 앞에 놓인 비트코인 모형. 2026년 9월 15일 중국 선전에서 촬영된 연출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미국 상원에서 가상자산 시장구조 법안인 ‘클래리티법(CLARITY Act)’의 심의 절차가 막히면서 디지털 상품 현물시장 감독체계를 법률로 정하는 작업이 다시 미뤄졌다. 다만 이번 표결이 비트코인을 ‘디지털 상품’으로 보는 미 규제당국의 기존 해석까지 뒤집은 것은 아니다.

미 상원은 지난 15일(현지시간) 클래리티법(H.R.3633) 심의를 시작하기 위한 토론 종결 표결을 진행했으나 찬성 49표, 반대 50표로 부결됐다. 통과에는 60표가 필요했다. 법안 자체가 최종 부결된 것은 아니며, 본격적인 심의와 본안 표결로 넘어가는 절차에서 제동이 걸린 것이다. 톰 틸리스 공화당 의원은 재고 동의를 신청하기 위해 반대표를 던진 뒤 실제 재심의를 요청했다.

22일 비트플래닛 리서치랩이 공개한 보고서도 이번 표결로 비트코인의 현재 규제 분류가 달라진 것은 아니지만 현물시장 감독·등록 체계를 법률로 확정하는 작업은 늦어졌다고 분석했다. 비트플래닛은 비트코인을 재무자산으로 보유하고 디지털자산·AI·데이터센터 관련 사업을 추진하는 상장사로, 보고서 역시 이번 주제와 관련해 이해관계가 있을 수 있다고 고지했다. 규제 분류에 관한 분석은 SEC·CFTC와 미 상원 등 공개된 1차 자료를 토대로 했다고 밝혔다.

● 법안 막혔는데 비트코인은 왜 ‘디지털 상품’ 그대로?

비트코인을 ‘디지털 상품’으로 보는 판단은 클래리티법에서 처음 나온 것이 아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와 함께 지난 3월 연방 증권법의 가상자산 적용에 관한 해석을 발표했다. SEC는 이 문서에서 비트코인(BTC)을 비롯해 이더(ETH), 솔라나(SOL), XRP 등 16종을 ‘디지털 상품(digital commodity)’의 예시로 들었다. 디지털 상품 자체는 증권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해석도 명시했다. 해당 해석의 효력 발생일은 3월 23일이다.

따라서 클래리티법의 상원 심의가 막혔다고 해서 비트코인이 곧바로 증권으로 분류되는 것은 아니다. 이번 표결은 SEC·CFTC의 3월 해석을 폐기하거나 수정하는 절차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이 해석은 의회가 만든 법률과는 다르다. SEC의 ‘해석 지침(Interpretive Release)’으로, SEC와 CFTC가 법률상 갖고 있는 권한 자체를 새로 늘리지는 않는다. 자산 자체가 증권이 아니더라도 거래 계약의 구조가 투자계약에 해당하면 증권법이 적용될 수 있다. 보고서도 현재 해석이 법률이나 구속력 있는 규칙과 동일하지 않으며 향후 법원 판단이나 정책 변화에 따라 달라질 여지가 있다고 짚었다.

● 실제 미뤄진 건 ‘현물시장 누가 감독하나’

클래리티법이 해결하려던 핵심 가운데 하나는 디지털 상품 현물시장의 감독체계를 법률로 정하는 일이었다.

하원을 통과한 H.R.3633과 의회 분석자료에 따르면 법안은 CFTC에 등록했거나 등록해야 하는 사업자의 디지털 상품 현물 거래를 CFTC 감독 아래 두고, 디지털 상품 거래소·중개인·딜러의 등록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현재는 비트코인이 어떤 자산인지에 대한 규제당국의 해석은 있지만 디지털 상품 현물시장 전체를 누가 어떤 기준으로 상시 감독할지는 법률로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다. 클래리티법 심의가 늦어지면서 디지털 상품의 법적 정의와 현물시장 감독·등록 체계를 명문화하는 작업도 함께 미뤄졌다.

의회 논의가 멈춘 사이 SEC와 CFTC는 기존 권한 안에서 제도 정비를 이어가고 있다.

SEC는 클래리티법 표결 이틀 뒤인 17일 ‘혁신 규제 유예(Innovation Exemption)’ 조치를 발표했다. 일정 요건을 갖춘 플랫폼이 토큰화된 미국 상장주식을 블록체인상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5년간 조건부로 일부 규제를 면제하는 내용이다.

폴 애트킨스 SEC 위원장은 이를 정식 규칙이 마련되기 전까지 적용하는 한시적 조치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조치가 클래리티법을 대신하는 것은 아니다. 토큰화 주식 거래에 대한 규제 유예일 뿐, 비트코인의 분류를 바꾸거나 CFTC에 디지털 상품 현물시장 전체를 감독할 새로운 권한을 주지는 않는다.

CFTC도 별도의 가상자산 시장 규정을 준비하고 있다. ‘가상자산 거래 및 가상자산 시장 규정(Regulation Crypto Asset Transactions and Regulation Crypto Asset Markets)’은 지난 17일 백악관 규제심사기구(OIRA)에 접수됐다. 현재 사전규칙(Prerule) 단계로, 구체적인 규정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 ETF 4억5000만달러 빠졌다…법안 때문이라고 볼 수 있나

클래리티법 표결 당일 가상자산 시장과 관련 종목은 크게 출렁였다. 비트플래닛 보고서에 따르면 15일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 12종에서 총 4억5040만달러가 순유출됐다. 코인베이스와 서클 주가는 각각 10.10%, 11.41% 하락했고, 비트코인 일별 집계 가격도 3.39% 내렸다.

하지만 이날 하락을 클래리티법 표결만의 영향으로 보기는 어렵다. 다음 날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려 연방기금금리 목표 범위를 3.75~4.00%로 높였다.

보고서 역시 당시 금리와 유가, 시장 전반의 위험선호 등 다른 변수가 함께 움직인 만큼 규제 뉴스가 가격에 미친 영향만 따로 계산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후 18일 비트코인 일별 집계 가격은 8만890달러로 반등했고 현물 ETF도 17일과 18일 이틀 연속 순유입으로 돌아섰다. 다만 같은 기간 숏 포지션 청산 등 다른 요인도 겹쳤다. 15~18일 나흘간 현물 비트코인 ETF 자금은 누적으로는 여전히 1억5380만달러 순유출이었다.

상원에서는 재심의 가능성이 남아 있고 SEC와 CFTC는 자체 규정 마련을 진행하고 있다. 당장은 비트코인의 분류보다 클래리티법 재표결 여부와 디지털 상품 현물시장 감독체계를 어디까지 행정 규칙으로 채울지가 다음 쟁점이다.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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