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즈상 허준이 "AI는 훌륭한 도구지만 도구 사용 이유 잊지 않아야"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11일(현지시간)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와 테런스 타오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 교수 등 역대 필즈상 수상자 25명이 '수학에서 AI의 심각한 정렬 실패'라는 제목의 공동성명을 냈다. 미국의 인공지능(AI) 기업 오픈AI가 AI 에이전트를 대규모로 투입해 수학계 7대 난제로 불리는 '나비에-스토크스 문제'를 88시간 만에 해결했다는 9일(현지시간) 발표가 공동성명의 발단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1일(현지시간)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와 테런스 타오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 교수 등 역대 필즈상 수상자 25명이 '수학에서 AI의 심각한 정렬 실패'라는 제목의 공동성명을 냈다.
미국의 인공지능(AI) 기업 오픈AI가 AI 에이전트를 대규모로 투입해 수학계 7대 난제로 불리는 '나비에-스토크스 문제'를 88시간 만에 해결했다는 9일(현지시간) 발표가 공동성명의 발단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성명에서 수학자들은 "AI 기업들이 수학 문제 해결을 AI 성능을 평가하는 벤치마크로 삼으려는 AI 기업의 목표와 수학계의 목표는 심각하게 어긋나 있다"며 "우리는 이를 과학, 창작 분야의 전문직 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보다 광범위한 정렬의 문제로 본다"고 했다.
본지는 현재 미국에 거주중인 허 교수와 18일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허 교수는 "도구로서 AI는 인류 사상 최고의 발명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도구를 사용하는 이유를 망각하지 않는 수준에서 잘 다루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 AI 빅테크의 속도 경쟁 속에 인간 지성의 아름다움 사라졌다
나비에-스토크스 문제는 물이나 공기 등 유체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설명하는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이 3차원에서 항상 매끄러운 해를 낼 수 있을지 증명하는 난제다. 수학에서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난제 7개를 꼽은 '밀레니엄 문제' 중 하나다. 오픈AI는 약 1만 개 규모의 AI 에이전트를 병렬로 투입해 서로 다른 접근법을 탐색하게 했다. 첫 에이전트를 가동한 뒤 88시간 만에 해법에 도달했다. 연구결과는 166페이지의 긴 논문으로 발표됐다.
먼저 오픈AI의 연구결과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 허 교수는 "이 논문은 읽는 사람의 이해를 돕고자 하는 글이 아니라 자신의 해법이 맞다는 것을 보여주는 문서"라면서 "빅테크들이 난제의 해답을 먼저 찾고자 속도 경쟁을 하다 보니 빠르게 답만 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아름다운 수학을 창조해 낼 수 있었을 텐데 그럴 기회가 사라진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 AI란 도구, 격 없이 질문하는 좋은 친구
허 교수는 AI란 도구에 대해선 긍정적인 견해를 견지했다. 수학은 학계에 이미 쌓여 있던 지식을 습득하고 나서야 새로운 성취를 만들어 갈 수 있는 분야다. 허 교수는 AI가 "선대 수학자들의 유산을 효율적으로 상속받게 해주는 도구"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허 교수에게 AI는 동료다. 수학 연구에는 수식을 풀고 타인의 연구 성과를 이해하는 과정 등 지난한 과정이 뒤따른다. 허 교수는 "지난한 과정을 AI에게 맡기고 수학의 가장 맛있는 부분인 새로운 지식을 창조하는 과정에 에너지를 집중한다"고 밝혔다.
허 교수는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친한 친구에게 말하는 것처럼 격 없이 물어볼 때 가장 잘 배울 수 있다"며 "AI와 격 없이 문답을 나누면 새로운 지식을 훨씬 더 빠르게 습득할 수 있다"고 했다.
● 수천 년 간 쌓은 인간의 능력, AI에 의해 퇴화될까
오픈AI의 성취를 두고 일각에서는 AI가 앞으로 인간 수학자의 자리를 대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수학자들의 이번 공동성명을 두고 AI 때문에 수학자가 설 자리가 없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허 교수는 "AI와 인간은 서로 다른 진화 과정을 거친 지성체"라면서 "AI 수학자와 인간 수학자가 할 수 있는 역할에 분명히 다른 점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 교수는 수학을 '문제 해결'과 '이론 구축' 두 갈래로 나눈다. 문제를 풀어 답을 내는 수학과 이론을 구성해서 새로운 현상을 해석하는 수학이다. 허 교수는 "현재 시점에서 AI는 대단한 문제 해결 전문가이지만 이론 구축에서는 아직 약하다"고 했다.
AI는 이미 세상에 나와 있는 지식을 이해하고 조합해 잘 전달해 주는 것에 특화돼 있다. 허 교수는 "아직 해답이 없는 문제를 푸는 것은 전 세계 수학자들도, AI도 어려워하는 일"이라면서 "인간 수학자들은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 어려운 과정을 묵묵히 참고 견디다가 가끔 '이상한' 사람이 한 명 나와서 그 전 세대 사람들은 생각치도 못했던 방향의 돌파구를 찾는다"고 설명했다.
허 교수는 경계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연구자들이 자신이 할 수 있는 기능의 많은 부분을 AI에게 위임한다면 언젠가는 인간이 스스로 연구할 수 있는 능력을 잃을 수도 있다"며 "우리가 수천 년간 개발해 온 값진 능력을 5년, 10년 안에 개발된 AI에 의해 잃는 것은 불필요한 도박"이라고 강조했다.
허 교수는 "훌륭한 도구인 AI를 쓰지 않을 이유는 전혀 없다"면서 "다만 일부 빅테크 기업이 AI란 도구를 독점하지 않도록 학계 모든 사람들이 국적 상관없이 접근할 수 있는 오픈 소스 AI를 개발하는 등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소연 기자 lecia@donga.com]
Copyright © 동아사이언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