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편보다 맛있는 ‘쾌락 독서’… 마음의 살 찌워볼까[2026 추석특집]

2026. 9. 22.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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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읽을지 고르는 것만으로도 연휴의 풍경은 조금 달라진다. 다가오는 4일간의 추석 연휴, 책장에 꽂아만 뒀던 책들을 다시 꺼낼 수도 있지만, 뜻하지 않게 새로운 책을 만나는 것도 책 고르기의 또 다른 즐거움. 이번 추석에는 서로 다른 취향과 관심사를 가진 문화일보 북리뷰면 필자들에게 '추석 연휴에 읽기 좋은 책'을 추천받았다. 분주했던 일상에서 한 걸음 떨어져 있게 해 주는 책부터 자칫 늘어질 수 있는 연휴 기간에 '쾌락 독서'를 책임지는 책까지, 선택의 폭이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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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 추석특집
본지 북리뷰 필자들이 추천하는 ‘연휴에 읽기 좋은 책’
게티이미지뱅크

무엇을 읽을지 고르는 것만으로도 연휴의 풍경은 조금 달라진다. 다가오는 4일간의 추석 연휴, 책장에 꽂아만 뒀던 책들을 다시 꺼낼 수도 있지만, 뜻하지 않게 새로운 책을 만나는 것도 책 고르기의 또 다른 즐거움. 이번 추석에는 서로 다른 취향과 관심사를 가진 문화일보 북리뷰면 필자들에게 ‘추석 연휴에 읽기 좋은 책’을 추천받았다. 안희연 시인·하지현 교수·장은수 평론가·장동석 평론가 등 기존 필자와 새로 ‘번역가의 서재’ 코너에 합류하는 김선형 번역가가 각 2권의 책을 꼽아 건넸다. 분주했던 일상에서 한 걸음 떨어져 있게 해 주는 책부터 자칫 늘어질 수 있는 연휴 기간에 ‘쾌락 독서’를 책임지는 책까지, 선택의 폭이 다양하다. 이 중에서 자신에게 맞는 ‘한 권’을 발견해 보길 바란다.

번잡 피할 움막같은 소설… 젊은 작가들 개성담긴 詩
안희연 시인 pick

◇겨울통(은행나무)

연휴의 복판, 번잡한 나날 속 작은 움막 안으로 숨어들고 싶은 당신에게 권한다. 정용준 작가의 장편 ‘겨울통’은 인하와 동아 두 사람의 조금 특별한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겨울통’은 병명을 뜻하는데, 이 병에 걸리면 전신이 액체로 변해 소멸하게 된다. 어떻게든 연인을 살리기 위해 액체가 된 연인을 핀란드로 보내는 등의 시도가 애틋하게 다가온다. 이 시대, 사라져 가는 사랑의 가치를 되살리는 소설이면서, 사랑이 육체의 소멸이라는 실존적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를 숙고하게 한다.

◇햇생강이 나오면(창비)

연휴를 맞아 종합선물세트 같은 시집 안에서 나만의 시 한 편을 발견해 보기를. ‘창작과비평’ 창간 60주년을 맞아 기획된 ‘신예 시인 특집’이 단행본으로 재탄생했다. 주목받는 젊은 시인 스물세 명이 시를 싣고, 엮은이들이 ‘다음 독자에게’라는 제목으로 짧은 독서 후기를 덧붙였다. 공통점을 찾아보려야 찾아볼 수 없는, 다채로운 개성들이다. 일상에서 느끼는 고립감을 고백하는 첫 시에서부터 붙들 수 없는 것을 붙들려는 마지막 시까지, 취향을 발견하기에는 앤솔러지만한 선물이 없다.

명쾌한 호메로스 안내서… 호쾌한 英스파이 활약기
김선형 번역가pick

◇호메로스와 함께하는 여름(뮤진트리)

극한 조건의 모험을 추구해 온 프랑스 작가 실뱅 테송의 명쾌하고 호방한 호메로스 안내서. “독자의 육신과 텍스트의 추상 사이의 거리”를 뛰어넘어 2500년 전 그리스의 고전을 바로 지금 우리의 현실로 생생하게 소환하는 이 책은 힘차고 매혹적인 필치와 가볍지 않은 통찰을 두루 갖췄다. 휴가를 떠났다면 여행지에서 재차 책 속 여행을 떠나도 좋겠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영화 ‘오디세이’ 가 세대를 초월한 공통의 화제로 떠오르는 지금 가족들과 나눌 풍부한 이야깃거리로도 훌륭하다.

◇슬로 호시스(비채)

자고로 명절에는 쾌락 독서가 최고다. 연휴에는 영국 작가 믹 헤런의 독특한 스파이 소설 ‘슬로 호시스’를 펼치고 순전히 재미로 책을 읽는 기쁨을 재발견하자. 인성, 무능, 실수 등 각종 결격 사유로 영국 정보부 MI5에서 좌천된 어설픈 스파이들이 벌이는 좌충우돌의 활약상. 속도감 넘치는 사건 전개, 의외성을 품은 인물들…. 정신없이 읽다 보면 냉전 이후 세계의 첩보원이 겪을 수밖에 없는 근원적 정체성 혼란에 맞닥뜨린다. 애플TV에서 동명의 드라마 시리즈가 제작돼 인기를 끌고 있다.

지적 즐거움 채워줄 SF… 타인 물건에 관한 에세이
하지현 건국대 교수pick

◇바벨(문학사상)

추석 연휴는 평소 엄두도 못 내던 긴 호흡의 소설을 읽어 볼 기회가 된다. R. F. 쿠앙의 ‘바벨’은 지적 즐거움을 주는 SF 소설. 소설의 무대는 1830년대 은막대를 다루는 작업 ‘실버워크’로 세계 최강국이 된 영국이다. 은막대의 힘은 이에 새겨진 여러 나라 언어의 번역 마법에서 나온다. 번역 마법 연구의 핵심인 옥스퍼드대 왕립번역원(바벨)에 다니던 학생이 제국주의적 세계관을 가진 교수에 의문을 품게 되면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번역의 본질이 제국주의 전파를 위해 시작됐을 수 있다는 발상이 신선하다.

◇오래된 물건에 진심(어크로스)

추석 때에는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듯 재미있게 사는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도 좋은 일이다. 박찬용의 에세이 ‘오래된 물건에 진심’은 사람에 따라서 “뭘 이런 걸 갖고 있어?”라고 할 만한 물건들에 연륜과 맥락의 기운을 찾아 준다. 엄마가 남긴 자개밥상을 분해해 조립하고, 다시 칠해서 얽힌 추억과 함께 사용한다. 알아서 청소하고 제자리로 돌아오는 로봇청소기의 시대에 여전히 유선 진공청소기를 고수한다. 좋아하는 물건을 기어이 구해 쓸 만하게 만들어 내는 자기 취향 고수의 여정을 보는 재미가 있다.

억압 버텨낸 평민 수난사… AI시대의 좋은 인생 성찰
장은수 출판평론가 pick

◇죽도록 맞으며 살아왔다(문학과지성사)

박형서 작가의 ‘죽도록 맞으며 살아왔다’는 한 인물의 삶을 통해 한국 현대사를 함께 살아 내는 책이다. 기이한 회복력을 타고난 노인 박복대가 평생 온갖 물리적·심리적 폭력에 시달려 온 이야기가 중심에 놓인다. 개인의 수난사에는 해방 직후부터 한국전쟁, 민주화 항쟁을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역사가 겹쳐진다. 폭력과 억압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놀라운 회복탄력성으로 사랑과 평화에 대한 희망을 넘겨준 위대한 평민들(그러니까 우리 자신)을 기리고 싶다는 마음에서 추천한다.

◇읽지 않는 사람들(웅진지식하우스)

인공지능(AI) 시대에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 생각해 보고 싶다면, 언어학자 나오미 배런의 ‘읽지 않는 사람들’을 읽어 볼 것을 권한다. 배런은 AI가 ‘읽기 봇’으로서 인간의 읽기를 대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AI 성능은 나날이 좋아지겠지만, 삶에서 실제로 중요한 건 ‘내가 건강해지는 것’이다. AI 요약만 훑어보고 스스로 책을 읽지 않으면, 정작 ‘나’는 나날이 허약해진다. 스스로 판단하는 힘이 약해지고, 우리 곁의 사람과 사랑하고 공감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그게 삶일 수 있을까.

서울의 공간 담은 드로잉… 숏폼보다 재밌는 한국사
장동석 출판평론가 pick

◇걸으면 보이는 도시, 서울(뜨인돌)

서울 사람이라면, 추석 연휴에도 멀리 갈 것 없다. 서울을 걷다 보면 우리 인생이 보인다. 건축가 이종욱의 ‘걸으면 보이는 도시, 서울’은 서울의 시간과 공간들을 드로잉으로 담아낸 책이다. 서울역을 중심으로 도심과 그 주변 거리에 서린 삶과 문화의 흔적들이 그림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난다. 정동, 서촌, 을지로, 해방촌, 경의선숲길 등 너무 익숙해서 쉽게 지나쳐 온 곳들의 가치를 다시 발견하게 해 준다. 책에는 일곱 개의 서울 도시 산책 경로도 담겨 있어, 연휴 동안 어디론가 향하고 싶은 이들에게 길잡이가 돼 준다.

◇횡단 한국사(궁리)

20세기, 21세기 초반 한반도의 모든 것을 ‘횡단 한국사’로 한가위에 끝내 버리자. 숏폼보다 재미있다. ‘연표로 가로지르는 한반도 121년, 1901∼2021’이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은 크게 네 시기로 나뉜다. 대한제국 시기(1901∼1910), 일제강점기(1910∼1945), 미군정기(1945∼1948), 대한민국 시기(1948∼2021)다. 각 시기에 맞춰 한국-세계-문화, 과학, 스포츠-그해의 풍경 등의 이야기가 담겼다. 500여 장의 사진과 14컷의 인포그래픽은 사건 사이의 맥락을 알기 쉽게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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