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재 그림부터 그리스 유물까지… 고향길이 ‘예술’이네요[2026 추석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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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추석 연휴엔 '미술관 옆 동물원', 아니 '미술관 옆 박물관' 어떤가. 미술애호가들이 일부러 찾아가는 탁월한 미술관 전시와 지역에 가야만 접할 수 있는 특색 살린 박물관 전시를 '1+1'으로 묶었다.
국립민속박물관에서는 지금은 갈 수 없는 북한 땅의 옛 삶을 돌아보는 '제로(ZERO): 민속의 길에서 만난 북한'이 열리고 있다.
한국과 그리스 수교 65주년을 기념해 국내 국립박물관 최초로 그리스 국가기관과 손잡고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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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색채 마법사’ 이대원 그림 즐기고
해주항아리 등 北 민속자료 감상
◇ 대구
‘정선 탄생 350주년’ 216점 선봬
전통복식 등 우리옷 조명 전시도
◇ 경주
日신진작가 거침없는 붓질 눈길
황룡사 목탑 내부유물 한자리에
◇ 광주
김영은 ‘소리’ 展에 스피커 115개
고려·조선 질그릇 300점도 볼만
◇ 인천
AA 무라카미, 한국서 첫 개인전
그리스 발굴 유물 350점 ‘눈호강’

올 추석 연휴엔 ‘미술관 옆 동물원’, 아니 ‘미술관 옆 박물관’ 어떤가. 모처럼 생긴 짧고 굵은 여유를 알차게 사용할 수 있는 건 전시장이다. 서울, 대구, 경주, 광주, 그리고 인천. 고향 오가는 길에 들르면 발품, 기름값 절대 아깝지 않을 ‘미술관+박물관’ 전시를 가져왔다. 미술애호가들이 일부러 찾아가는 탁월한 미술관 전시와 지역에 가야만 접할 수 있는 특색 살린 박물관 전시를 ‘1+1’으로 묶었다.
◇서울… 내 고향 그리며, 북녘땅을 생각하며= 도시 출신이라도, 풍요로운 자연에 둘러싸인 ‘마음의 고향’ 하나쯤은 있다. 아니, 팍팍한 현대인의 삶에 그런 환상쯤 하나 품고 살아야 한다. 색채의 마법사로 불린 한국 근현대 미술 대표 작가 이대원(1921∼2005)의 그림은 그걸 가능케 한다. 사과나무, 복숭아나무, 오래도록 한 자리를 지킨 산과 연못….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리고 있는 회고전 ‘이대원: 당신을 슬프게 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우리를 그가 살았던 과수원 한가운데로, 그리고 각자의 마음속에 피어오르는 ‘낙원’으로 초대한다. 그곳에서, 이 고운 색으로 삶을 긍정한 작가처럼, 우리도 기꺼이 환해지기를 선택하기로 한다. 고향이 있으나, 고향이 없는 사람들도 있다. 국립민속박물관에서는 지금은 갈 수 없는 북한 땅의 옛 삶을 돌아보는 ‘제로(ZERO): 민속의 길에서 만난 북한’이 열리고 있다. 개성, 황해도, 평안도, 함경도 지역의 생활유물과 민속자료 340여 점을 한데 모았다. 1945년 광복 이전에 만들어진 귀한 자료들이다. 전시장 입구에서 모란과 물고기를 자유롭게 그려 넣은 화려한 ‘해주항아리’가 맞이한다. 구멍을 뚫어 장식한 해주반, 무쇠장식을 두른 평안도 박천의 ‘숭숭이 반닫이’ 등은 북한지역 특유의 해학과 미감이 묻어난다. 봉산탈춤에 쓰인 탈, 1930년대 금강산 유람 영상 등 다채롭고 희귀한 볼거리가 가득하다.
◇대구… 아름다운 우리 강산·우리 옷= 진경산수화 대가 겸재 정선의 탄생 350주년. 대구간송미술관에서 역대 최대 규모 겸재 전시가 열린다. ‘겸재 정선―조선의 눈으로 조선을 그리다’는 가장 잘 알려진 ‘금강전도’를 포함, 청년 때의 힘찬 필치에서부터 말년의 원숙하고 부드러운 화법까지 ‘겸재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 총 216점이 출품됐다. 국립대구박물관에서는 전통 옷에 담긴 역사와 인물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하는 ‘우리 옷을 그리다: 권오창 화백 기증 복식인물화’를 선보인다. 권 화백이 기증한 인물화 80점에 흥선대원군 ‘기린흉배’, 영친왕 일가 ‘오방색 두루마기’ 등 총 137점이 나온다. 50년 넘게 전통복식을 연구한 권 화백은 김부식, 정도전 등 국가 표준영정 17점을 그린 초상화가다. 흑백사진 속 인물들에게 고운 색을 입히고 흩어진 옷차림을 완벽하게 복원한 그의 정성을 느낄 수 있다.
◇경주… 日 신진 화가의 패기·옛 신라인의 섬세함= 고분군 인근에 세워져 우아한 경주의 풍광을 오롯이 담고 있는 오아르미술관에선 주목받는 일본의 젊은 작가 이다 유키마사의 개인전이 기다린다. 두꺼운 물감과 강렬한 색채, 거침없는 붓질이 마치 고흐의 그것 같다. 그가 변주한 고흐의 자화상, 그리고 추상과 구상 중간쯤에 있을 법한 낯선 풍경화가 펼쳐진다. 빛과 바람이 한층 깊어지는 가을날 사색을 부르는 전시다. 국립경주박물관으로 간다. 황룡사지 발굴 50주년을 기념한 ‘황룡사, 부처의 사리를 모시다’는 신라에서 가장 큰 목조건축물이었던 황룡사 9층 목탑 안에 모셔져 있던 유물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보물 금동 사리함을 포함해 300여 점을 선보인다. 사리함을 보존처리하는 과정에서 장인 4명의 이름도 새롭게 찾아냈다고 한다.
◇광주… ‘소리’를 보고 질그릇 흙내 맡고=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은 복합전시 1관에서 올해 ‘ACC 미래상’을 수상한 김영은 작가의 대규모 사운드 설치 작품을 선보인다. ‘소리’를 보고 듣고 체험하는 전시 ‘미래의 청취자들에게: 이동하는 소리’는 총 115개의 스피커를 설치해 아시아의 이동과 이주를 주제로 ‘노래’한다. 한국, 일본, 중국, 태국,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의 시 9편이 재구성돼 울린다. 파동장 합성 시스템이 적용돼 소리가 공간을 실제로 움직이는 듯한 청각적 경험이 일어난다. 휙 하고 앞에서 뒤로, 또 머리 위로 지나가는 소리를 느낄 수 있다.
다음은 흙냄새 가득한 전시다. 국립광주박물관의 ‘도기, 우리를 담은 질그릇’도 눈여겨볼 만하다. 완도 청해진 유적에서 발견된 주름무늬병, 부안에서 나온 거대한 항아리 등 300여 점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통일신라시대에 유행한 도장무늬 도기, 고려시대 관청 이름이 새겨진 납작병, 바다에 가라앉았던 마도 1호선에서 건져 올린 물항아리, 조선 태종의 탯줄을 보관했던 태항아리 등 시대에 따른 질그릇의 쓰임을 살펴보는 재미, 그리고 의미까지 알찬 전시다.
◇인천… 전시로 일본도 가고 그리스도 가고= 연휴에 여행가는 이들도 많지만, 여행지의 이국적 정서가 물씬 풍기는 전시도 많다. 파라다이스시티 아트스페이스와 국립인천해양박물관이 그렇다. 아트스페이스에서는 일본과 영국을 오가며 활동하는 작가 부부 ‘AA 무라카미’의 한국 첫 개인전 ‘뉴 네이처’가 열린다. 일본의 상징과도 같은 벚꽃에서 영감을 얻은 설치작 ‘뉴 스프링’이 백미. 비눗방울이 벚꽃처럼 피었다가 지는 풍광을 만날 수 있다. 이번엔 그리스다. 국립인천해양박물관의 ‘그리스, 바다가 빚은 위대한 문명’을 추천한다. 한국과 그리스 수교 65주년을 기념해 국내 국립박물관 최초로 그리스 국가기관과 손잡고 마련했다. 그리스 전역에서 발굴된 350여 점의 ‘진짜’ 유물들이 바다를 건너왔다. 해상교역이 그리스의 문화와 예술, 그리고 헬레니즘 시대를 어떻게 발전시켰는지 새롭게 조명한다. 기원전 350년경 제작된 황금 도금양 화관, 알렉산드로스-판 조각상 등을 직접 볼 수 있는 아주 드문 기회다.
박동미·신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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