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근육장애인의 하루, 누가 떠받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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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지원은 장애인의 하루를 떠받치는 제도다.
체위 변경과 도뇨, 욕창 예방처럼 부담이 큰 지원이 필요한 최중증 이용자일수록 활동지원사 매칭이 어렵고, 현행 가산급여만으로는 그 강도를 보상하기에 부족하다는 지적이 오래 이어져 왔다.
국가 급여 위에 얹는 광역시 차원의 추가지원의 근거와 대상 기준, 질환의 진행 경과를 반영해 조사 주기를 기다리지 않고 재산정을 요청할 수 있는 절차, 의료적 지원이 필요한 이용자를 위한 방문간호·방문의료와 활동지원의 연계, 그리고 실태조사의 의무화다. 활동지원과 의료적 관리가 따로 작동하며 생기는 공백을 줄이는 것이 이 사업의 취지라면, 신경근육장애인은 그 취지가 가장 절박하게 요구되는 집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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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제도, 다른 몸
활동지원은 장애인의 하루를 떠받치는 제도다. 그런데 그 하루의 조건이 매달 조금씩 달라지는 사람에게도 이 제도가 같은 방식으로 작동할 수 있는가. 신경근육장애인이 오래 던져온 질문이다.
지난 15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한국근육장애인협회가 주최한 제 1차 서울시 신경근육장애인 정책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한 당사자는 인공호흡기를 사용한 채 발언에 나섰다. 그가 요구한 것은 새로운 급여를 만들어달라는 것이 아니라, 지금 있는 제도가 자신의 몸에 맞게 작동하게 해 달라는 것이었다. 이 자리에서는 활동지원 확대와 질환의 진행성을 반영한 판정기준 마련, 재활·보조기기 지원, 전담지원체계 구축이 주요 과제로 제시됐고, 협회는 서울시 근육장애인 조례 제정을 요청하는 정책제안서를 전달했다. 네 가지 요구는 서로 다른 항목처럼 보이지만 현장에서는 하나의 문제로 만난다. '활동지원이 그 사람의 하루를 실제로 떠받치고 있는가' 하는 물음이다.
나빠지는 몸, 멈춰 있는 판정
신경근육질환의 가장 잔인한 특징은 진행성이라는 점이다. 근력은 회복되지 않고 한 방향으로만 이동한다. 어제는 혼자 들 수 있던 컵을 오늘은 들 수 없고, 작년에는 필요하지 않던 호흡보조가 올해는 필수가 된다. 그런데 활동지원 급여량을 결정하는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는 본질적으로 한 시점의 기능 상태를 측정하는 도구다. 신체·정신 기능의 상태와 활동지원이 필요한 정도를 조사해 산정한 종합점수로 급여 수준이 결정된다. 기능이 안정적인 장애에는 합리적인 설계일 수 있다. 그러나 매달 나빠지는 몸에게 이 방식은 늘 과거의 자신에게 맞춰진 옷을 입고 사는 일과 같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조사 항목 자체가 진행성을 담을 자리를 두지 않았다는 데 있다. '지금 무엇을 할 수 있는가'는 묻지만, '앞으로 무엇을 잃게 되는가'는 묻지 않는다. 그 결과 당사자는 상태가 충분히 나빠진 뒤에야 비로소 그에 맞는 지원을 신청할 수 있게 된다. 악화를 증명해야 지원이 따라오는 구조인 셈이다. 예측 가능한 악화를 예측하지 않는 제도를 두고 정교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시간이 나와도 사람이 오지 않는 이유
활동지원 시간을 늘리면 문제가 풀릴까. 그렇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다. 기관절개와 위루관, 24시간 인공호흡기를 사용하는 최중증 근육장애인에게는 가래 흡인과 경관영양 주입, 도뇨처럼 생명 유지에 직결된 처치가 상시로 필요한데, 흡인이나 경관영양, 도뇨는 의료법 제27조의 무면허 의료행위 금지 조항에 따라 의료인만 수행할 수 있는 행위다. 그래서 급여 시간이 배정되어도 그 시간을 채울 사람을 구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진다. 법을 지키면 지원할 수 없고 지원하려면 법을 어겨야 하는 자리에, 우리는 활동지원사를 세워두었다. 호흡기를 단 아이가 교실에 있는 동안 어머니가 복도에서 대기조로 서 있어야 하는 상황은 바로 여기서 비롯된다. 제도 안에 있으면서도 결국 가족이 24시간을 감당하는 구조가 남는 것이다.
여기에 노동강도에 대한 보상 문제가 겹친다. 체위 변경과 도뇨, 욕창 예방처럼 부담이 큰 지원이 필요한 최중증 이용자일수록 활동지원사 매칭이 어렵고, 현행 가산급여만으로는 그 강도를 보상하기에 부족하다는 지적이 오래 이어져 왔다. 그러므로 활동지원 강화를 시간 총량의 문제로만 이해하면 늘어난 시간이 허공에 떠 있는 결과를 낳는다. 함께 강화해야 할 것은 그 시간을 채울 인력의 자격과 훈련, 그리고 법적 근거와 보상이다.
사업이 아니라 근거가 필요하다
서울시가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서울시는 인공호흡기를 사용하는 최중증 근육장애인의 부담을 덜기 위해 임대료 본인부담금을 연 30만 원까지 지원하는 사업을 2024년에 운영했고, 그 근거는 장애인건강권법 제17조와 '서울특별시 장애인 건강권 및 의료접근성 보장에 관한 조례'였다. 의미 있는 시도다. 다만 이런 지원이 개별 사업의 형태로만 존재할 때 무엇이 약해지는지도 함께 보아야 한다. 사업은 예산 사정에 따라 규모가 줄고, 담당자가 바뀌면 설명이 달라지며, 우선순위가 이동하면 조용히 사라진다. 실제로 이 사업이 지금도 같은 규모로 운영되고 있는지를 시민이 확인하는 일조차 쉽지 않다. 그렇다면 그것은 권리라기보다 그해의 운에 가깝다.
조례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조례는 흩어진 사업들에 책임의 주체와 전달의 창구, 지원의 기준과 재정의 근거를 부여하는 입법 도구다. 활동지원과 관련해 서울시 조례가 담아야 할 것도 비교적 분명하다. 국가 급여 위에 얹는 광역시 차원의 추가지원의 근거와 대상 기준, 질환의 진행 경과를 반영해 조사 주기를 기다리지 않고 재산정을 요청할 수 있는 절차, 의료적 지원이 필요한 이용자를 위한 방문간호·방문의료와 활동지원의 연계, 그리고 실태조사의 의무화다. 특히 세 번째가 중요하다. 활동지원사에게 의료행위를 떠넘기지 않으면서도 하루 24시간에 구멍이 생기지 않게 하려면 두 체계를 한 계획 안에서 설계하는 수밖에 없다. 마침 서울시는 올해 중증장애인을 대상으로 통합돌봄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활동지원과 의료적 관리가 따로 작동하며 생기는 공백을 줄이는 것이 이 사업의 취지라면, 신경근육장애인은 그 취지가 가장 절박하게 요구되는 집단이다.
숨은 개인의 일이 아니다
간담회에서 한 시의원은 신경근육장애인에 대한 이해와 공감대가 아직 충분하게 형성되지 않아 서울시 차원의 조례 마련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솔직한 진단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 말은 순서를 뒤집어 읽을 수도 있다. 공감대가 완성되기를 기다렸다가 제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제도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공감대가 자라기도 한다. 호주제를 폐지하고 장애인차별금지법을 만들 때도 합의가 먼저 갖춰져 있지는 않았다.
제도가 하는 일은 결국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누군가 자기 삶을 설명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일, 그리고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도록 미리 자리를 마련해두는 일. 호흡은 개인의 능력이 아니라 사회가 함께 떠받치는 조건이다. 숨 쉬는 데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우리가 물어야 할 것은 얼마나 절박한 지가 아니라 무엇이 있어야 오늘을 살아갈 수 있는지 일 것이다. 활동지원은 그 물음에 답하는 가장 실질적인 수단이고, 조례는 그 답을 해마다 다시 구걸하지 않아도 되게 만드는 장치다.


[권진 예명대학원대학교 사회복지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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