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구1281]① “지정 취소될까 봐” 강원 경제특구의 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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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7월 강원도 동해안권경제자유구역청은 강릉 옥계지구 착공식을 열었다. 특구로 지정되고도 5년 동안 기업이 들어오지 않자, 강원도가 먼저 도비 500억 원을 들여 기반 시설을 다지기로 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이런 인물은 어떻게 강원도의 대표적인 경제특구 개발 사업자가 될 수 있었을까.
강원경제자유구역의 다른 지구도 사정은 녹록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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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디지털 연재는 〈시사기획 창〉 ‘대한민국 특구 1281’의 48분 방송에 미처 담지 못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이어간다. 역대 정부와 부처별로 특구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어느 지역에 집중됐는지 데이터를 더 깊이 들여다본다. 방송에서 압축했던 현장 취재와 일본 사례, 메가 특구 논의까지 풀어낸다. 마지막으로 카메라에 담고도 방송하지 못했던 뜻밖의 특구 사례들도 소개한다.
① "지정 취소될까 봐" 강원 경제특구의 이면
② 특구 위에 특구…멈춰 선 제주
③ 숫자로 본 특구…우리 동네는 몇 개?
④ 일본은 왜 특구를 묶었나…한국 메가 특구는?
⑤ 방송에 못 담은 '황당한' 특구…
[KBS 춘천]

■ 특별구역에 나타난 낯선 투자자
2018년 7월 강원도 동해안권경제자유구역청은 강릉 옥계지구 착공식을 열었다. 특구로 지정되고도 5년 동안 기업이 들어오지 않자, 강원도가 먼저 도비 500억 원을 들여 기반 시설을 다지기로 한 것이었다.
이날 행사장에는 당시 강원도지사와 함께 발파 스위치를 누르는 한 남성이 있었다. 인천에서 온 투자자 남 모 씨였다. 그는 좀처럼 개발 사업자를 찾지 못하던 경제자유구역의 또 다른 지구, 동해 망상지구에 국제학교와 리조트, 쇼핑 시설 등을 갖춘 국제 복합 관광 도시를 짓겠다고 나섰다.

신동학 당시 경제자유구역청장은 “망상에도 개발자가 나타나는구나"하고 희망을 가졌다고 기억했다. 남 씨는 일대 땅을 143억 원에 사들이며 사업에 속도를 냈다.
그런데 그의 자금 동원력을 둘러싼 의문은 5년 뒤 전혀 다른 사건에서 풀렸다.

남 씨는 대규모 전세사기 사건의 핵심 인물, 이른바 ‘인천 건축왕’이었다. 검찰 수사에서는 경제자유구역 개발을 위해 제출한 서류에 모기업의 자산을 800배, 연 매출을 80배 넘게 부풀린 정황도 드러났다. 자금조달 방안에는 ‘임대보증금’도 적혀 있었다. 강원도는 이후 남 씨의 개발사업권을 박탈했고, 남 씨는 전세사기 혐의로 징역 7년이 확정돼 복역 중이다.
그렇다면 이런 인물은 어떻게 강원도의 대표적인 경제특구 개발 사업자가 될 수 있었을까.
취재팀은 다시 망상으로 향했다. 개발을 약속했던 부지에는 남 씨의 흔적이 남아있다. 남 씨가 특구 개발에 앞서 한 것이라곤 타조농장을 운영하는 일뿐이었다.

주민들은 10년 넘게 이어진 개발 이야기에 기대마저 접고 있었다. 주민 김영옥 씨는 “경제자유구역 얘기가 나온 지 십몇 년이 됐는데 아무것도 안 되고 있다”며 “애가 탄다”고 말했다.
■ "제가 200번째 회사였습니다"

도대체 어떤 상황이었기에 강원도는 남 씨에게까지 손을 내민 걸까.
취재팀은 인천구치소에서 수감 중인 남 씨를 직접 만났다. 면회 시간은 8분이었다. 짧은 시간에 다 하지 못한 이야기는 편지로 이어졌다. 며칠 뒤 남 씨가 보내온 장문의 편지에는 망상지구 개발사업이 여러 차례 등장했다.
남 씨의 주장은 뜻밖이었다. 자신이 먼저 동해 사업을 찾아간 게 아니라는 것이다. 거리와 수익 구조가 맞지 않아 투자 요청을 여러 차례 거절했지만, 강원도 측의 요청이 계속됐고, 결국 인허가를 비롯한 행정 지원을 책임지겠다는 약속까지 받고 사업에 참여했다고 남 씨는 주장했다. 그는 재판 과정에서야 자신이 강원도가 투자 유치를 시도한 ‘200번째 회사’였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도 했다.

남 씨의 설명이 맞는지 당시 함께 사업을 추진했던 동업자 심낙진 씨도 만났다. 심 씨가 기억하는 당시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심 씨는 “(경제자유구역청) 본부장이 거기 개발할 사람을 소개해 달라고 했어요. 여기가 불모지니까 투자할 사람이 전혀 없다고”라며 당시를 떠올렸다.
심 씨에 따르면, 당시 동해안권경제자유구역청 투자유치본부장은 이미 1년 넘게 투자자를 찾아다니고 있었다. 큰 기업들을 찾아가 망상지구 투자를 제안했지만, 선뜻 나서는 곳이 없었다고 했다.
■ “누구라도 만나야 했다”…검증보다 급했던 사업자 찾기

남 씨의 주장 뒤에는 당시 강원도의 다급한 사정이 있었다.
2013년 지정된 망상지구는 2015년 캐나다계 투자자를 사업 시행자로 맞았지만, 이듬해 사업자가 손을 뗐다. 새 사업자를 구하지 못하면 2018년 말 지구 지정 자체가 취소될 처지였다.
기업들은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지역 경제계는 철도와 전력, 도로, 항만 등 기업 활동에 필요한 기반 시설 부족을 이유로 꼽았다. 전억찬 강원경제인연합회장은 “인입 철도나 변전소 문제 등 여러 가지가 복합적”이라며 “강원도에서 수출하려면 부산항까지 가야 하고 컨테이너 부두도 없다”고 말했다.
신동학 당시 동해안권경제자유구역청장은 “ 사업 시행자를 지정하지 않으면 망상 쪽이 지정 취소가 되는 상황이라 누구라도 만나야 하는 상황이었다”라며 특구를 반납하면 해당 지역이 ‘사업을 포기한 곳’으로 비칠 수 있다는 부담도 있었다고 전했다.
사업자를 찾는 일이 급해지면서 검증은 뒷전으로 밀렸다. 조 단위 개발사업을 맡을 회사의 사업 역량과 자금조달 능력을 충분히 따졌다면 걸러져야 했을 문제였다. 하지만 강원도는 여러 차례 거절한 남 씨를 계속 설득했고, 결국 사업 시행자로 선정했다.
그렇게 지켜낸 특구도 계획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망상1지구는 2024년 7월 대명건설이 새 사업 시행자로 선정됐지만, 개발계획 변경안은 아직 정부 심의를 통과하지 못한 상태다.

강원경제자유구역의 다른 지구도 사정은 녹록지 않다. 옥계지구는 기반 시설까지 조성했지만 새로 입주한 기업이 없고, 북평지구는 처음 지정한 면적의 약 97%가 줄었다. 국제학교 유치를 계획했던 구정지구는 지정이 해제됐다.
정성훈 강원대 지리교육과 교수는 이를 두고 “특구를 지정받는 데 초점을 많이 둔다”며 “지정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운영까지 이끌어가는 방식은 훨씬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대한민국 특구 1281〉디지털 기사 연재 순서
① "지정 취소될까 봐" 강원 경제특구의 이면
② 특구 위에 특구…멈춰 선 제주
③ 숫자로 본 특구…우리 동네는 몇 개?
④ 일본은 왜 특구를 묶었나…한국 메가 특구는?
⑤ 방송에 못 담은 '황당한' 특구들
시사기획창 '대한민국 특구1281' 다시 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Wp9mFBBIDwE&t=1313s
이청초 기자 (chocho@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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