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붐에 드리운 불안…데이터센터·IPO 잇따라 흔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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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열풍의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센터 산업에 대해 월가가 조금씩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데이터센터 건설과 기업공개(IPO)가 잇따라 차질을 빚으면서, 그동안 전망과 기대감만으로 정당화됐던 막대한 인프라 투자를 두고 시장이 수익성과 현실성을 엄정하게 따져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AI 데이터센터 관련 기업들이 잇따라 IPO를 늦추거나 시장 상황을 재검토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엔비디아는 AI 기업이나 데이터센터 사업자에 자금을 투자하고, 해당 AI 기업은 그 돈으로 다시 엔비디아의 GPU를 구매하거나 관련 인프라를 이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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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가치와 실적의 간극…‘돈이 되는가’ 묻는 월가
전력 병목·주민 반발…SW와 또다른 ‘물리적 한계’
복잡한 ‘순환적 자금 조달’ 방식에도 리스크 우려
GPU에서 ‘전력·비용·현금창출’로 이동하는 관심

인공지능(AI) 열풍의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센터 산업에 대해 월가가 조금씩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데이터센터 건설과 기업공개(IPO)가 잇따라 차질을 빚으면서, 그동안 전망과 기대감만으로 정당화됐던 막대한 인프라 투자를 두고 시장이 수익성과 현실성을 엄정하게 따져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21일(현지시간) AI 인프라 산업에 대한 금융시장의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고 보도하며 그 대표적인 사례로 일본 소프트뱅크 소유의 SB에너지를 들었다.
SB에너지는 이달 미국 증시에 상장해 500억달러(약 68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특히 미국 오하이오주에 세계 최대 규모 중 하나인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AI 붐의 핵심 수혜 기업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제시된 가격과 기업가치에 대해 투자자들이 선뜻 응하지 않으면서 결국 IPO 일정이 연기됐다. NYT는 SB에너지가 원하는 가격대에서 충분한 투자자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문제는 SB에너지에 그치지 않는다.
AI 데이터센터 관련 기업들이 잇따라 IPO를 늦추거나 시장 상황을 재검토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까지 AI 인프라 기업으로 자금이 폭발적으로 몰리던 분위기와 비교하면 확연한 변화다.
AI 데이터센터 수요 자체가 줄어든 것은 아니지만, 수조 달러에 달하는 대형 프로젝트들의 건설 속도와 경제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시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월가가 AI 산업 자체의 성장성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다. 핵심은 막대한 자본이 투입되는 AI 인프라가 과연 언제, 어떤 방식으로 실제 수익을 창출하느냐다.
SB에너지의 재무구조는 이러한 월가의 우려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SB에너지는 약 4390억달러(약 600조원)에 달하는 프로젝트 백로그(주문 잔고)를 제시하고 있지만, 이는 현재 발생하는 매출이 아닌 향후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며 발생할 장기 계약의 기대 가치일 뿐이다.
실제 영업실적과의 간극은 크다. 2026년 상반기 SB에너지의 매출은 약 1억3900만 달러에 그친 반면, 순손실은 약 32억달러에 달했다. 더욱이 핵심 프로젝트인 오하이오 데이터센터는 아직 본격적인 운영 단계에 들어가지도 못했다. 결국 투자자들은 현재 가동 중인 시설의 수익성이 아니라, 미래에 건설될 인프라와 AI 기업들의 장기 수요라는 ‘불확실한 미래’를 사야 하는 위험에 노출된 셈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메타 아마존 등 주요 빅테크 기업들은 AI 주도권을 잡기 위해 대규모 데이터센터 구축 경쟁을 벌이고 있다. AI 모델의 학습과 추론에는 기존 인터넷 서비스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전력과 GPU가 소요된다. 하지만 데이터센터는 소프트웨어(SW)처럼 순식간에 늘릴 수 없는 물리적 한계를 지닌다.
토지 확보부터 인허가, 전력망 연결, 발전소 건설, 송전망 확보, 냉각시설 및 서버 구축에 이르기까지 데이터센터 하나를 짓는 데는 수년이 걸린다. 특히 최근에는 전력 확보가 사업 추진의 가장 큰 병목 구간으로 떠올랐다.
지역 사회의 저항도 거세지고 있다.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면서도 일자리 창출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이유로 미국 지방정부와 주민들의 반발이 확산하는 추세다.
NYT는 지난 3월에도 미국 지방정부들이 대규모 부지 점유와 전력 소비를 이유로 인허가를 거부하거나 세제 혜택을 철회함에 따라, 구글 MS 메타 등이 데이터센터 계획을 수정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AI 기업들이 수천억 달러 규모의 컴퓨팅 인프라 계획을 발표하는 것과 이를 실제로 건설해 가동하는 것 사이에는 거대한 현실적 격차가 존재하는 셈이다.
월가가 또 하나 부담스러워하는 대목은 AI 생태계 특유의 ‘순환적 자금 조달’ 구조다.
대표적으로 엔비디아는 AI 기업이나 데이터센터 사업자에 자금을 투자하고, 해당 AI 기업은 그 돈으로 다시 엔비디아의 GPU를 구매하거나 관련 인프라를 이용한다. 데이터센터 사업자는 대형 AI 기업과 장기 임대 계약을 맺어 미래 매출을 확보한 뒤, 이를 담보로 금융시장에서 다시 막대한 자금을 조달한다.
상장 일정이 미뤄진 SB에너지 역시 이러한 자금 순환 고리에 깊게 얽혀 있다. SB에너지는 소프트뱅크뿐만 아니라 엔비디아와 오픈AI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맞아떨어진 곳이다. 엔비디아는 SB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확대했고, 오픈AI는 장기 데이터센터 임차 계약을 체결했다. SB에너지의 오하이오 프로젝트 자체가 오픈AI의 AI 컴퓨팅 수요를 전제로 설계됐다.
이 같은 구조는 초기 AI 인프라 구축을 빠르게 가속하는 효과가 있지만, 한쪽의 미래 성장 전망이나 실적이 흔들릴 경우 인프라 투자와 금융시장 전체로 리스크가 연쇄 전이될 수 있는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있다.
NYT는 AI 붐이 불가피한 시대적 흐름이라 할지라도 현시점에서는 AI 산업이 전력·토지·송전망·발전소·냉각시설·자본비용이라는 거대한 물리적·재무적 제약에 맞닥뜨려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이 이번 SB에너지 IPO에서 보여준 냉담한 반응 역시 이러한 현실적 차이를 엄밀하게 반영한 결과다.
AI 업계는 이번 사태가 AI 데이터센터 투자 열기의 완전한 종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다만 AI라는 명분만으로 투자금이 쏠리던 시기를 지나, 비용과 수익성, 실제 건설 가능성을 면밀히 검증하는 정밀 평가의 단계로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향후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지속되더라도 시장의 평가 기준은 바뀔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GPU 확보가 관건이었다면, 앞으로는 “그 GPU를 돌릴 전력을 누가, 얼마에 공급할 수 있는가”, “그 비용은 누가 부담하며, 데이터센터가 실제로 언제부터 현금을 창출할 수 있는가”로 시장의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이규화 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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