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된 한국 최대의 백상아리는 어디로 갔나
최윤 군산대학교 해양생물자원학과 명예교수
한반도 바다에서 낯선 상어의 출현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강원도 양양의 청새리상어, 울산 앞바다에서 낚싯바늘에 걸린 백상아리, 제주 한치잡이 어선을 따라온 고래상어가 뉴스에 등장한다. 해수 온도 상승과 해양 열파로 난류성 어종의 분포가 달라지면서, 먹이를 따라 이동하는 상어의 출현 양상도 변하고 있다.
한국 연근해에는 청상아리·악상어·무태상어·고래상어 같은 대형 상어부터 별상어·돔발상어·수염상어까지 49종이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가운데 28종은 국제적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종으로 평가되지만, 국내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된 상어는 고래상어와 홍살귀상어 두 종뿐이다.
상어가 나타날 때마다 언론은 '식인 상어'라는 말로 공포를 앞세운다. 그러나 상어는 인간을 위협하는 괴물로만 설명할 수 없는 존재다. 바다 생태계의 균형을 지탱하는 포식자이자, 오랫동안 해녀와 어부의 삶 가까이에 있었던 생명이기도 하다.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의 '상어 기록단'은 제주와 한반도 바다에서 상어를 직접 접해온 어부와 해녀, 수협 관계자와 연구자를 만나 그 기억을 기록한다. 과거 사람들은 상어와 어떻게 관계를 맺었으며, 오늘의 바다에서 상어의 출현은 어떻게 달라지고 있을까. 모두 열 차례로 기획한 '한반도 상어 인터뷰'의 일곱 번째 이야기를 전한다. [기자말]
최윤 박사는 30년 넘게 한반도 연근해 상어류의 분류와 생태를 연구해 온 국내 대표적인 어류학자이며, 상어 연구자이다. 그는 상어류의 미기록종 발굴을 통해 한국 연근해 상어 목록을 제시하고, <한국 연근해 상어 분류도감> 등 각종 어류 및 상어 관련 도감을 발간해 상어의 인식 대중화에 기여하였다. 한국어류학회 회장, 수산과학총연합회 회장 등을 역임하였고, 30년간 교수직을 마치고 현재 국립군산대학교 해양생물자원학과 명예교수이다.
최윤 박사를 만나기 위해 제주에서 군산공항으로, 다시 군산대학교로 향했다. 재직 시절, 학생들과 종종 다녔다는, 옛 경양식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치즈 돈가스집에서 지난 8월 말, 최윤 박사와 인사를 나눴다. 그곳에서 한반도 상어 이야기를 한 보따리 풀어놓았다.
지도교수의 힘들었던 권유, '상어 박사'로
- 학부 과정을 포함해서 석사와 박사과정을 한 분의 지도교수로부터 가르침을 받았다고 들었는데요. 상어에 대한 관심은 언제 시작되었나요?
제가 어류학자로서 '상어 박사'란 이름을 얻게 된 것은 온전히 지도교수의 은덕입니다. 학부에서 석·박사까지 17년 동안 한 분의 지도교수로부터 가르침을 받았지만, 타당하지 못한 권유나 요구를 단 한 번도 받아 본 적이 없었어요. 참, 돌이켜보면 당시에 힘들게 생각되었던 권유가 하나 있었네요. "우리나라 어류학자 가운데 아직 상어를 연구하는 사람이 없고, 경골어류 연구에 비해 연골어류 연구가 거의 이루어진 바 없으니, 최 군이 상어 연구를 시작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어느 날, 차일피일 상어 연구를 미루는 저를 보시더니 지도교수님께서 상당한 액수의 경비를 주시면서 상어를 채집하여 연구를 시작하라고 하셨어요. 제 지도교수님은 전북대학교 생물학과에 재직하면서 많은 어류학도를 길러낸 김익수 박사님입니다. 그 이후, 일본 홋카이도대학교에 가서 본격적인 상어 연구에 몰입했습니다.
- 한국에는 총 49종의 상어류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최윤 선생님께서 한반도 상어류의 분류체계를 정리하셨다고요?
현재 우리나라 연근해에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진 상어는 49종이고, 이 가운데 몸길이 3미터가 넘는 상어는 10여 종, 사람에게 위협적인 상어는 4~5종 정도입니다. 세계의 상어는 총 510종(2016년 기준)이고요. 제가 2024년에 발표한 논문 <한국 해역의 상어류와 분류체계>는 한반도 주변 해역에서 서식하는 상어류를 총 9목 22과 33속 49종으로 정리되어 있습니다. 이 논문은 기존 연구(47종)보다 2종이 늘어난 최신 상어 목록입니다. 최근 아열대, 열대성 상어류가 한반도 연근해에서 관찰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데, 위 논문은 해수 온도 상승에 따른 한국 연근해 상어류 분포 해역을 정리한 자료이기도 해요.
- 제주시 동문시장에서 확인한 표본으로 '해양보호생물' 홍살귀상어를 국내에 처음 보고하셨다고요? 선생님이 직접 이름 붙인 상어도 있죠?
네, 맞습니다. 제주도 동문시장에서 홍살귀상어 표본을 입수했고, 사진 자료와 특징을 기재하여 한국어류학회에 보고했어요. 국내에 홍살귀상어가 처음 보고된 순간이었어요. 현재 한국은 고래상어와 홍살귀상어 2종을 해양보호생물로 지정하고 있는데, 국제적 멸종위기 추세를 보면 청상아리가 해양보호생물로 추가될 가능성이 높아요. 동북아시아의 서식 범위가 제한된 까치상어도 있고요. 보통, 우리나라에서 처음 잡힌 어류와 상어의 이름은 포획한 장소의 지명이나 형태적 특징에 따라서 이름을 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꼬리지느러미 끝부분이 검은색을 띤 '검은꼬리상어', 등 쪽의 흑청색과 배 쪽의 흰색 경계가 뚜렷하게 구분되는 '흰배환도상어' 등의 이름을 제가 붙이기도 했어요.
- <한국연근해 상어 분류도감>에 수록된 세밀화를 최윤 선생님께서 직접 그리셨다고 들었는데, 그림 실력이 대단하시네요.

- 과거 TV 인터뷰 자료를 보니, 충남 태안에서 백상아리로 추정되는 큰 상어가 잡혔는데, 태안 해양경찰서에서 어떤 상어인지 와서 확인해 달라는 연락을 받았다고요?

- 한반도 서해안이 백상아리의 출산장일 가능성이 있다고 하셨는데, 어떤 근거에서 하신 말씀일까요?
충남 태안에서 우여곡절 끝에 백상아리를 군산까지 운반하여 냉동창고에 보관한 지 일주일 후, 자정 무렵에 모 신문사 기자로부터 전화가 왔어요. 군산 연도 해역에서 백상아리를 포획했는데, 전장 4.5미터의 암컷이고, 배가 크게 부풀어 있다는 겁니다. 만약 이 상어의 뱃속에서 새끼 상어가 나온다면, 우리나라 서해안이 미국 캘리포니아와 일본 오키나와에 이어 세계적으로 몇 안 되는 백상아리의 출산장에 추가될 수 있었죠. 학술 가치는 물론 세계적인 관심사가 되는 순간이었어요. 군산항에서 경매로 팔린 백상아리는 경주 수산시장으로 옮겨졌고, 그곳에서 백상아리를 해부했어요. 해부 결과, 새끼는 나오지 않았지만, 자궁이 부풀어 있는 것으로 보아 새끼를 낳은 지 며칠 안 된 어미였어요. 그 일이 있고 난 뒤, 군산과 태안 연안에서 갓 태어난 새끼 상어 2마리가 잡혀서 서해안이 백상아리의 출산장일 가능성을 뒷받침해 줬지요.
- 우리나라 서해 연안에서 새끼 23마리를 임신한 귀상어를 보고한 적이 있었다고요?
2014년 6월로 기억합니다. 충청남도 보령시 연안의 안강망(*바다에서 조류를 이용해 고정된 그물로 물고기를 잡는 어구)에 귀상어 1개체가 포획되었어요. 이 귀상어는 군산대학교 연구실로 옮겨져서 해부한 결과, 모두 23마리의 새끼를 임신하고 있었는데, 수컷 12마리, 암컷 11마리였고, 새끼 상어의 전장은 49~57cm였습니다. 이러한 새끼상어의 전장 범위는 귀상어가 태어날 때 크기인데요. 우리나라 서해 연근해가 귀상어의 출산장인 것을 증명하는 확실한 증거였어요. 국내에서 귀상어의 생식 생태를 직접 보고한 최초 사례 중 하나였지요.
- 서해안의 군산과 보령 연근해는 상어의 출산장으로써 생태적으로 건강한 지역이었네요.
그렇죠. 백상아리 새끼는 태어나면 1.3~1.8m 크기인데 배에서 나오자마자 날카로운 이빨로 먹이를 사냥합니다. 상어의 출산장은 갓 태어난 새끼의 먹이가 풍부한 곳이어야 해요. 어장이 살아있는 곳, 생태적으로 아주 건강한 지역에서 상어는 출산해요. 특히 군산과 보령 바다는 북쪽에서 내려오는 황해 냉수와 남쪽에서 올라오는 황해 난류가 만나 부딪히는 해역이에요. '전선 해역'이라고도 부르고요. 이곳에 한대성, 난대성 어류가 모이고, 이러한 곳은 덩치가 큰 상어에게 좋은 먹이 사냥 장소가 되지요. 이것은 25년 전 이야기고, 지금은 서해안에서 이루어진 많은 간척사업으로 바다생태계가 많이 황폐해졌지요. 서해안의 갯벌에서 생산된 먹이 에너지원이 많이 사라졌지요. 해양생물보존 입장에서 보면, 참 아쉬운 사업들이었어요.
- 선생님은 오랫동안 상어를 봐왔는데요. 기억나는, 독특하고 특별한 상어가 있나요?
우리나라 해역에서 서식하는 상어는 아니지만 목에 검은 목도리를 두른 듯한 모양의 '검목상어'라고 있어요. 다 커도 50cm밖에 안 되는 작은 상어인데요. 부산의 참치잡이 배가 외국에서 잡아 오는 참치를 확인해 보니, 탁구공만 한 크기로 살점이 파여있는 것이 가끔 발견됐어요. 바로, 검목상어의 짓이었어요. 검목상어가 참치에 딱 들러붙어 트위스트 춤추듯 한 바퀴 돌려서 파먹은 흔적이라는 것을 외국 서적을 보고 확인했어요. 이빨 구조가 돌려 파먹기 좋게 특이하게 생겼는데, 이 검목상어가 핵잠수함의 충돌 완충 고무를 뜯어먹었다는 사실이 보고된 바도 있더라고요. '핵잠수함도 공격하는 당돌한 상어'이지요. 이 이야기는 홋카이도대학의 나카야 카즈히로 교수가 쓰고 제가 번역한 어린이 교양 과학서 <상어 아저씨는 고추가 2개래요!>라는 책에 실려있기도 해요.
- 상어의 매력이라고 한다면요?
상어는 몸이 무겁고 큰데 어떻게 물에 뜰 수 있냐는 질문을 많이 하는데요. 상어는 부레가 없는 대신에 물의 저항을 받지 않고 나갈 수 있는 과학적인 신체 구조로 되어 있어요. 대표적으로 상어의 연골과 큰 간을 꼽을 수 있는데요. 상어의 뼈는 물렁뼈, 즉 연골로 되어 가볍고, 지방질로 구성된 상어의 큰 간은 물에 뜨는 데 유리한 구조입니다. 또한, 납작하고 넓게 퍼진 가슴지느러미는 물에 뜰 수 있는 최적의 구조이고요. 몸 표면의 수만 개의 작고 촘촘한 비늘은 상어가 유영할 때 물의 저항을 최소화시켜서 빠르게 앞으로 나갈 수 있게 하죠.
- 어류 연구를 위해 전국을 다녔을 텐데요. 제주도와의 인연은?
대학원 시절, 망둑어를 채집하기 위해 성산항 바닷가에 갔었던 기억이 나요. 제주 성산항 바닷가에 도착해 조간대를 싹 다 뒤져도 채집하고자 했던 미끈망둑을 한 마리도 찾지 못했지요. 며칠 동안 채집을 시도해도 잡지 못해 철수하려던 찰나, 동네 아이들이 놀이용 페트병에 수십 마리의 미끈망둑이 있는 것을 발견했어요. 우리가 찾으려는 미끈망둑의 서식 생태도 모른 채, 바닷가의 모래 웅덩이만 뒤졌던 거지요. (웃음) 아이들이 잡는 모습을 보니, 돌을 들춰낼 때마다 미끈망둑이 있었어요. 그 후로 제주도가 아닌 서해안과 동해안 전연안에서 미끈망둑이 아주 흔하게 분포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제주도는 30번 이상 갔지만, 한라산 근처는 단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어요. 제주도 동문시장과 서귀포 어시장을 돌아다니다 보면 정신없이 바빴어요. 물고기 한 마리라도 더 찾고 채집해야 했기 때문이지요. 잡힌 곳을 확인하고 어민과 상인을 인터뷰했어요. 채집지가 확인된 신선한 물고기는 현장에서 바로 사진을 찍었어요. 그렇게 해서 <한국의 바다물고기>를 냈어요.
- 기후 변화와 해수온 상승의 영향으로 제주 바다가 최근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요. 상어류의 출현에도 영향이 있겠죠?

- 마지막으로 바다에서 상어는 만난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백상아리와 청새리상어는 사람을 공격한 사례가 있는 대표적인 상어예요. 제주 우도의 서빈백사에서 2~3m의 청새리상어가 헤엄치는 것이 발견된 적도 있고요. 해수욕장 주변에 상어 진입 방지를 위한 그물을 치거나, 스쿠버다이버나 어민들은 전류가 흐르는 '리펠런트 장치(Repellent, 상어 퇴치기)'를 장착하고 잠수할 수 있어요. 하지만, 상어를 과도하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어요. 우리나라 해수욕장에서 상어에게 물려서 사망할 확률은 벼락을 맞아서 죽은 사람이 당일 다시 살아나 또 벼락을 맞는, 그런 확률밖에 안 된다고 해요. 어쨌든 간에, 상어는 인간에게 바다 생태계의 균형을 잡아주는 유익한 역할을 해요. 바다 생태계의 가장 꼭짓점에 있는 생물로서, 만약 상어가 없어진다면 바다 생태계도 무너져버리죠. 기후변화가 초래한 대형 상어류의 출현에 대비해야 하지만, 상어는 또한 보존하고 인간과 공존해야 하는 소중한 존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