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시대 ‘소멸’에 관한 시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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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존재는 하루하루 부지런히 소멸을 향해 달려간다. 우리의 사라져가는 모습과 우리 곁에서 사라지는 것들의 모습을 잠시 붙잡고자 여덟 시인이 다시 한번 등을 맞댄다.
함께 동인 활동을 하고 있는 박은형 시인 역시 "인공 지능이다 뭐다, 급하게 변하는 시대의 흐름 앞에서 환경적인 것, 정서적인 것, 그리고 문화적인 것까지 그 모든 것들을 우리가 너무 빨리 잃어버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을 말하고 싶어 펜을 들게 됐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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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존재는 하루하루 부지런히 소멸을 향해 달려간다. 우리의 사라져가는 모습과 우리 곁에서 사라지는 것들의 모습을 잠시 붙잡고자 여덟 시인이 다시 한번 등을 맞댄다. 최석균, 이주언, 박은형, 김명희, 임성구, 김승강, 정남식, 서연우. 창원에서 ‘우리’가 돼 함께 시를 고민해 온 ‘울 동인’의 시인들이 망각 뒤편으로 넘어가기 직전의 소멸들을 붙잡아 시어로 그려냈다. 그들의 4번째 동인 시집 ‘블루베리 파이를 먹으면 나을 것 같아’는 사라지는 것들을 응시한 여덟 시선이 묵묵히 받아 적은 이별의 기록집이다.
‘여보세요? 엄마, 엄마, 내 목소리 들려요?/ 잠들지 못하고 기다리고 있을 엄마의 목소리를/ 팽팽한 고무줄 같던 첫사랑의 조바심을// 품고 있을 것 같은/ 공중전화 유리 벽에 어깨를 기대어 서서// 멀고 먼 공중을 건너오는 소식, 듣고 싶다’ - 이주언, ‘공중전화’ 중.
시인들이 눈길 끝에 맺힌 건 공중전화 부스에서 통화하던 시절의 정감들, 줄어드는 마을 회관의 신발들, 그들과 함께 사라지는 지역의 언어들. 사연도 제각각인 타지 사람을 푸근히 받아주던 여인숙과 어릴 적 친구들과 함께했던 놀이 같은 것들이다. 깊은 정이 묻어 오래 붙들고 싶지만, 유난히 더 변화의 바람 앞에 속수무책인 존재들을 시의 언어로 길어 올렸다.
시집의 서문은 ‘시간은 거꾸로 흐르지 않으며, 우리를 소멸 쪽으로 데려가는 시간이 잔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끝을 향해 가는 이 유한성이 없다면 우리가 삶의 소중함을 마주할 수 있을까. 소멸이 예정돼 있기에 지금 마주하는 사람이 애틋하고 함께하는 시간이 소중한 것’이라며 되레 읽는 이를 다독인다.
울 동인의 김승강 시인은 “해마다 회의를 통해 그해 동인 시집의 주제를 정하곤 하는데, 올해에는 ‘소멸’이라는 단어가 유독 시인들의 입을 맴돌았다. 전쟁과 기후 환경의 변화, 새로운 기술의 등장 같은 것들 앞에서 ‘소멸’이라는 주제가 떠올랐다”는 비화를 전했다.
함께 동인 활동을 하고 있는 박은형 시인 역시 “인공 지능이다 뭐다, 급하게 변하는 시대의 흐름 앞에서 환경적인 것, 정서적인 것, 그리고 문화적인 것까지 그 모든 것들을 우리가 너무 빨리 잃어버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을 말하고 싶어 펜을 들게 됐다”고 말한다. ‘우리는 태어남과 동시에 죽음을 향해 던져진 존재들이다’는 하이데거의 격언처럼, 초연하고 겸허히 소멸 앞에 선 시인들의 마음이 더 짙은 여운을 남긴다.
‘출입문에 붙은 업무 안내/ 예금 공제 공과금 영농자재 생활물자// 먼지 위에 글자가 남았다//(…)// 문턱 앞// 아무도 부르지 않는 순서가 남아 있다// 발보다 먼저/ 그림자가 안으로 들어간다’ - 서연우, ‘업무 안내’ 중.
장유진 기자 ureal@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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