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반 두드리듯 물감 변주하다

김종민 2026. 9. 22.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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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건반 위에서 소리의 강약을 조절하던 음악 기호가 캔버스 위에서는 색과 붓질이 됐다. '여리게' 시작해 '강하게' 울리고, 때로는 한순간을 '강조'하는 음악의 언어가 피아니스트 한예란 작가의 내면을 그리는 회화의 언어로 다시 태어났다.

피아니스트이자 화가로 활동하는 한예란 작가가 음악과 미술을 잇는 개인전 'PIANO FORTE-여리게 시작해 강하게 울리다'를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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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그리는 피아니스트 한예란 회화 개인전 내달 30일까지 창원 웅남갤러리서 작품 선봬
피아니스트이자 화가인 한예란 작가가 개인전을 갖는다. 왼쪽부터 ‘THE EMPRESS(황후)’,‘ACUARIUM(아쿠아리움)’./웅남갤러리/

피아니스트이자 화가인 한예란 작가가 개인전을 갖는다. 왼쪽부터 ‘THE EMPRESS(황후)’,‘ACUARIUM(아쿠아리움)’./웅남갤러리/

피아노 건반 위에서 소리의 강약을 조절하던 음악 기호가 캔버스 위에서는 색과 붓질이 됐다. ‘여리게’ 시작해 ‘강하게’ 울리고, 때로는 한순간을 ‘강조’하는 음악의 언어가 피아니스트 한예란 작가의 내면을 그리는 회화의 언어로 다시 태어났다.

피아니스트이자 화가로 활동하는 한예란 작가가 음악과 미술을 잇는 개인전 ‘PIANO FORTE-여리게 시작해 강하게 울리다’를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지난달 31일부터 4일까지 창원 동남아트센터에서 전시를 연 데 이어, 지난 7일부터 오는 10월 30일까지 웅남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전시의 출발점은 음악기호다. PIANO(여리게), FORTE(강하게), ACCENT(특히 세게)는 악보에서 연주 방법을 지시하는 기호지만, 작가에게는 삶의 감정을 설명하는 언어다. 조용하고 여린 순간도 있고, 자신을 강하게 드러내야 하는 순간도 있으며, 삶에서 유독 오래 기억되는 ‘악센트’ 같은 순간도 있다는 것이다.

한 작가에게 음악과 그림은 서로 다른 장르이기 전에 자신을 표현하고 마음을 정리하는 방법이다. 어린 시절부터 피아노를 쳐온 그는 기쁘거나 화가 날 때, 생각이 많을 때 자연스럽게 피아노 앞에 앉았다. 그림 역시 특별한 계획보다 마음의 위로가 필요할 때 자연스럽게 시작했다.

음악적 감각은 회화에도 스며든다. 피아노를 연주할 때 단순히 악보의 음과 리듬을 정확하게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어떤 감정과 색깔로 표현할지를 생각한다는 작가는 트릴을 연주하며 새가 지저귀는 모습을 떠올리기도 한다.

그림을 그릴 때는 색과 함께 물감의 질감에 집중한다. 갓 짜낸 물감의 묽고 부드러운 느낌, 시간이 지나며 굳어가는 단단한 질감, 빠르게 건조시켰을 때 생기는 쫀득거리는 질감 등이 화면의 표정을 만든다. 소리에서 느낀 감각이 색과 질감으로 옮겨가는 과정이다.

피아노와 회화는 작업 방식에서도 닮은 듯 다르다. 음악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한 음씩 쌓아가며 한 번 지나간 순간을 되돌릴 수 없다. 반면 그림은 덧칠하고 수정하며 새로운 화면을 만들어갈 수 있다. 기존 작곡가의 작품을 해석하는 연주와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회화의 차이도 작가에게는 매력이다.

이번 전시에서 한 작가는 관람객에게 작품의 정답을 요구하지 않는다. 작품을 바라보며 자신의 삶 속 PIANO와 FORTE, ACCENT를 떠올려보기를 바란다.

한예란 작가는 “음악적 기호는 연주자에게 표현의 방향을 알려주는 표시지만, 우리의 삶에도 저마다의 강약과 악센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작품을 정답처럼 해석하기보다 각자의 감정과 기억을 떠올리고 자신만의 음악 기호를 발견하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음악과 미술을 결합한 작업도 구상하고 있다. 전시 공간에서 작품과 어울리는 피아노를 직접 연주하거나 작품에 맞는 음악을 소개하는 플레이리스트를 활용한 온라인 전시 등이다.

건반에서 시작된 음악적 언어는 이제 캔버스 위에서 새로운 울림을 만든다. 한예란에게 그림은 피아노와 다른 예술이 아니라, 소리로 표현했던 마음을 색과 질감으로 다시 연주하는 또 하나의 건반이다.

김종민 기자 jmk@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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