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과 별빛이 빚은 '버섯바위'를 찾아서 [괌 투어]

서현우 2026. 9. 22.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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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 해변을 전세 냈다.

괌 북서부 해안에 연달아 붙어 있는 탕기슨Tanguison, 힐란Hilaan, 샤크 코브Sahrk cove 해변을 이어 걷고, 그대로 되짚어 돌아오는 코스다. 그리고 이 코스의 상징인 버섯바위는 가운데 힐란 해변에 있다.

버섯바위에서 샤크 코브 해변으로 넘어가는 길은 쉽게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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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머쉬룸 록 트레킹
힐란 비치의 명물 버섯바위. 그 뒤로 절벽 아래 탕기슨 폐발전소가 보인다. 토요일 낮인데도 불구하고 사람이 무척 적다.

태평양 해변을 전세 냈다. 아무도 없다. 영화 '캐리비안 베이의 해적'에서 잭 스패로우 선장이 버려졌던 무인도 해변과 꼭 같았다. 주변을 아무리 둘러봐도 문명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원시해안. 인기척이 신기해 귀를 기울인 듯 잔뜩 밀집해 바다 쪽으로 고개를 기울이고 있는 야자수들만이 반겨준다.

이유가 있다. 이곳은 현지인들도 아주 소수만 찾는 해변이라고 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한국인 여행객들한테는 이 해안이 너무나 잘 알려져 있다. 별빛투어, 선셋투어 명소다. 무슨 일일까? 길을 걸으면서 그 비밀을 풀어봤다. 머쉬룸 록 코스탈 트레일Mushroom rock coastal trail이다.

야자수가 인상적인 샤크코브 해변.

도시의 불빛이 들지 않는 해변

이름 그대로다. 진기한 버섯바위를 찾아가는 길이다. 괌 북서부 해안에 연달아 붙어 있는 탕기슨Tanguison, 힐란Hilaan, 샤크 코브Sahrk cove 해변을 이어 걷고, 그대로 되짚어 돌아오는 코스다. 그리고 이 코스의 상징인 버섯바위는 가운데 힐란 해변에 있다.

샤크 코브 해안을 걷는다. 이 해안의 끝에 잃어버린 연못으로 가는 길이 숨겨져 있다고 한다.

차는 탕기슨 폐발전소 옆 공터에 두면 된다. 도착하니 기분이 묘하다. 스산하다. 노후화와 환경오염 문제로 2015년 폐쇄된 발전소는 당시 버려진 모습 그대로다. 또 모래사장에 반쯤 파묻혀 있는 폐차 모습도 좀 으스스하다. 그리고 지도상으로 봤을 때 힐란 비치로 질러갈 수 있는 도로가 보이는데 입구가 철문으로 삼엄하게 잠겨 있다. 사유지임을 알리는 영어 안내문이 붙어 있다. 그와 함께, 흥미롭게도 한글이 보인다.

"이 도로는 사유지인데 한인 여행사가 최근 몇 년 동안 이를 대관해서 독점적으로 노을과 별보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요. 발전소가 폐쇄된 이후 이쪽으로는 도시의 불빛이 전혀 들지 않아서 노을이나 별보기가 무척 좋거든요."

힐란 비치 버섯 바위. 한인여행사들은 이 버섯을 배경으로 선셋투어, 별빛투어를 운영하고 있다.

단 도로만 사유지일 뿐, 해안은 공공재다. 그래서 돌아가면 아무 문제없다. 괌 관광청의 설명을 좀 덧붙이면 이 해안의 스산함이 이해된다. 이 부지는 원래 미군 소유인데 몇 십 년 전부터 민간에 공공재로 개방해 준 것이라고 한다. 소유주인 미군 입장에서는 관광객이 많이 오도록 해변을 적극 관리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2년 전만 해도 노숙자들이 집단을 이뤄 생활하기도 했다는 후문. 지금도 이곳에 주차할 땐 귀중품을 안에 두지 말고, 차문을 확실히 잠가두라는 게 현지인들의 조언이다. 올해 초 태풍 신라쿠가 한바탕 휩쓸고 갔고, 이어 미군이 3톤 가까이 쓰레기를 치운 탓에 매우 쾌적한 상태다.

잿빛에서 초록빛, 다시 파란빛으로

정확히 '코스'는 없다. 밀물과 썰물 상황에 따라 나아가면 된다. 너무 물이 많이 차 있으면 바다 속을 걷는 게 차라리 편하다. 물이 적당히 빠져 있으면 딱딱한 현무암 위로 장애물을 피해 요리조리 걸어가면 된다. 이따금 길이 없어 보일 때면 등산리본 비슷한 게 걸려 있곤 하니 참고해서 가면 된다.

시작은 잿빛의 세계다. 고사목과 현무암, 산호로 덮여 황량하다.

색깔이 휙휙 바뀐다. 처음에는 현무암과 산호화석, 고사목 덕에 잿빛 가득한 세계다. 뼈로 만든 제국 같다. 그러다가도 문득 고개를 들어보면 쓰러진 야자수가 가득한 초록빛 정글이 된다. 그 속으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가다 보면 별안간 탁 트인 해변이 나온다. 이젠 파란색으로 세상이 차오른다. 힐란 비치다. 멀리 절벽 아래 바다 위에 둥둥 떠있는 바위가 바로 버섯바위다.

힐란 비치에서 작살로 물고기를 낚고 있는 현지 차모로인.

힐란은 차모로족이 3,000여 년간 살았던 지역이다. 그러나 스페인이 쳐들어와서 원활한 식민 지배를 위해 1700년경 이 지역에 살던 이들을 강제로 이주시키고 기독교로 개종시켰다고 한다.

꽤나 긴 해변, 토요일 낮인데도 불구하고 보이는 사람은 극소수다. 현지 차모로인들 몇 명만 반려견과 함께 해변을 노닌다. 그들의 입장에선 빼앗긴 바다일 터. 바다를 본다. 현지가이드에 따르면 괌에서 보는 바다 수평선은 한국의 수평선에 비해 훨씬 높다고 한다. 원인은 지구 자전. 자전으로 인한 원심력으로 지구는 옆구리가 통통한 타원형을 이루는데 그로 인한 현상이라고 한다. 정확히 체감되지는 않으나 그 말을 듣고 바다를 보니 왠지 모르게 그런 것 같다.

커다란 산호화석.

수평선을 바라보며 15분 남짓 걷자 버섯바위다. 현지인들은 바위 주변에 해먹을 걸어놓고 불을 피워 잡은 해산물을 요리하고 있다. 갓 잡은 성게라며 먹어보라고 권유하는 이들도 있었다. 버섯바위는 현무암인데 파도와 바람에 의한 침식으로 현재의 모습을 띠게 됐다고 한다. 한인여행사를 통하면 이 버섯바위 위로 쏟아지는 별빛과 함께 멋진 사진을 담을 수 있다.

상어와 잃어버린 연못을 찾아서

버섯바위에서 샤크 코브 해변으로 넘어가는 길은 쉽게 찾을 수 있다. 분홍색 등산리본이 하나 걸려 있다. 높고 까다로운 현무암 지대를 껑충 건너 뛰어 넘는다. 이 지대를 다 뛰어넘으면 통화권이 이탈되면서 고운 모래사장이 연달아 이어지는 샤크 코브 해안이다. 사람의 발자국보다 소라게의 발자국이 훨씬 더 많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다.

탕기슨, 힐란, 샤크코브 각각 해변에서 해변으로 넘어가는 길은 이처럼 정글로 덮여 있거나 현무암, 산호지대라 생각보다 꽤 고전하게 된다.

이 해안은 두 가지 명소를 숨겨두고 있다. 하나는 '샤크스 홀'이다. 다이빙과 스노클링 명소로 운이 좋거나(?), 혹은 나쁘면(!) 상어를 자주 볼 수 있다고 해서 이름이 붙었다. 다만 여기서 보는 상어는 너스Nurse 상어(간호상어 혹은 수염상어)라고 해서 거의 목격되지 않고, 나오더라도 자극하지 않는 한 사람을 공격하진 않으니 안심해도 된다고 한다.

또 다른 하나는 '힐란의 잃어버린 연못Hila'an Lost pond'이다. 스페인에 의해 쫓겨나기 전 고대 차모로족들이 사용했던 식수원인데 이곳 해안에 연못으로 가는 길이 있다. 해안가에서 낡고 녹슨 금속 십자가를 보고 정글 속으로 길을 들면 등산리본과 로프들을 따라 에메랄드빛으로 반영을 받아내는 연못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가이드와 동행한다면 둘 다 쉽게 찾아낼 수 있단다. 애석하게도, 우리는 가이드가 없었다. 총 4.2km, 1시간 30분쯤 걸린다.

람람산 전경. 남부능선 코스를 종주하면 이런 풍경들을 쭉 바라보며 걸을 수 있다.

괌 트레킹 이모저모괌에서 걷기 여행을 즐기려면 몇 가지 알아둘 것들이 있다.

· 자외선 차단제는 필수다. 태양을 피해 새벽이나 저녁에 걷는 걸 매우 추천한다. 사진도 훨씬 예쁘게 나온다.

· 신발 선택을 잘 해야 한다. 괌은 기본적으로 화산섬이라 날카로운 산호와 현무암이 도처에 있다. 밑창이 딱딱한 것이 좋다. 그러나 또 너무 무거운 신발을 신으면 무덥다. 적절한 균형이 필요하다.

· 정글 속으로 들어가는 트레일들은 긴 팔, 긴 바지, 모기퇴치제가 필수다.

· 대부분의 걷기길은 민간이 암암리에 개척한 것이다. 따라서 공식적인 이정표나 한국 국립공원 같은 데크길은 없다. 태풍이 한 번 지나가면 길 자체가 휩쓸려 바뀌기도 일쑤다.

· 통화권 이탈 지역이 많다.

· 대부분 7km 이내로 짧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 날씨가 너무 더워서 오래 걷기 힘들다. 또 더우니까 길 끝에 수영할 수 있는 폭포나 풀장이 있는 코스가 인기가 높다. 산 칼로스폭포 트레킹이 대표적이다. 다른 하나는 대중교통이 없다. 렌트카를 들머리에 두고 왕복으로 다녀와야 한다.

· 가장 길게 타려면 남부능선 종주를 하면 된다. 최고봉 람람(406m)으로부터 남쪽 볼라노스(368m), 사살라구안(331m)을 통과해 남쪽으로 뻗은 능선을 잇는 코스다. 약 15km로 추산된다.

· 괌 관광청은 괌 올레를 만들 예정이라고 한다. 아직 논의단계라 좀 더 지켜봐야 한다.

· 백패킹에 대한 규제는 거의 없다. 사유지를 침범하지 않고, 모닥불을 피우지 않으며, LNT만 잘 지키면 현지인들은 크게 문제 삼지 않는다.

· 괌 주민들은 최고봉 람람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이라며 자랑스럽게 여긴다. 혹은 우긴다. 해발고도는 406m인데 인근의 마리아나 해구 바닥에서부터 높이를 재면 약 1만1,530m에 달하니 그렇다는 말이다.

· 람람산을 오르고 싶다면 '세티베이전망대'를 찾으면 된다. 전망대에서 도로 반대편에 산속으로 오르는 오솔길이 들머리다. 오르막을 1.2km쯤 오르면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북쪽)이 람람 정상으로 가는 길이다. 왕복 4.5km. 오른쪽으로 가면 주물롱Jumullong(391m)으로 갈 수 있다. 산 아래에서 보면 정상에 십자가가 보이는데 그게 바로 이 봉우리다. 워낙 십자가가 특징적이라 흔히 이 산을 람람으로 착각하는데 람람 정상에는 성조기가 걸려 있고, 아래에서 잘 보이지 않는다. 주물롱 정상의 십자가는 성금요일을 기념해 가톨릭 신자들이 십자가 고난을 직접 재현하고자 지고 올라 세운 것들이라고 한다. 체력만 된다면 람람산과 같이 한 번에 다녀오면 좋다.

월간산 9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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