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분투칼럼] 2026 잠비아 선거, 아프리카 신권위주의로 퇴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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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글로벌문화교류단이 국내 주요 대학 아프리카 연구기관 등과 손잡고 '우분투 칼럼'을 게재합니다. 우분투 칼럼에는 인류 고향이자 '기회의 땅'인 아프리카를 오랜 기간 연구해온 여러 교수와 전문가가 참여합니다. 아프리카를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분석하는 우분투 칼럼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기대합니다. 우분투는 '당신이 있어 내가 있다'는 뜻의 아프리카 반투어로, 공동체 정신과 인간애를 나타냅니다.]
2026년 잠비아 선거는 아프리카 신권위주의의 전형적인 징후인가, 아니면 여전히 건재한 민주주의의 저력을 보여주는 가늠자인가.
야당으로서 오랜 시련, 구리산업 호황, 종족·지역 기반의 후견주의 등은 히칠레마와 UPND가 극복해야 할 권위주의 유혹이다.
잠비아가 지닌 역사적 민주주의 저력이 2026년 선거 이후에도 권위주의화 시도를 막고 견제와 균형을 지켜내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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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교수 [김은경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9/22/yonhap/20260922070156211vbxp.jpg)
[※ 편집자 주 = 연합뉴스 글로벌문화교류단이 국내 주요 대학 아프리카 연구기관 등과 손잡고 '우분투 칼럼'을 게재합니다. 우분투 칼럼에는 인류 고향이자 '기회의 땅'인 아프리카를 오랜 기간 연구해온 여러 교수와 전문가가 참여합니다. 아프리카를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분석하는 우분투 칼럼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기대합니다. 우분투는 '당신이 있어 내가 있다'는 뜻의 아프리카 반투어로, 공동체 정신과 인간애를 나타냅니다.]
![하카인데 히칠레마 잠비아 대통령 [IYF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9/22/yonhap/20260922070156370ajfi.jpg)
2026년 8월 잠비아 대선에서 현직 대통령 하카인데 히칠레마(Hakainde Hichilema)는 60% 이상의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했다. 2020년부터 시작된 국가 부도 위기를 극복하고 외채 재조정을 타결하였으며, 구리 산업 회복으로 경제 성과를 이끌어 낸 점이 표심을 잡은 원동력이었다.
그러나 선거 수개월 전부터 야당 집회 통제와 여당에 편향된 국가 자원 동원 등 불공정한 경쟁 환경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었다. 선거 직전에는 선거구 개편을 단행하여 야권에 불리한 구도를 조성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본투표 당일은 비교적 평온하게 진행되었으나, 개표 과정에서 선거관리위원회가 명확한 설명 없이 집계를 일시 중단하고 야당 간부들을 전격 체포·구금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히칠레마는 에드거 룽구(Edgar Lungu) 전 정권의 강압 통치에 맞서 반역죄로 구금까지 당했던 '민주화 영웅'으로 여겨졌던 인물이다. 그러나 지금의 그는 법·제도적 수단을 활용해 권력을 공고화하려 한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26년 잠비아 선거는 아프리카 신권위주의의 전형적인 징후인가, 아니면 여전히 건재한 민주주의의 저력을 보여주는 가늠자인가. 다른 아프리카 사례들과 잠비아 정치의 과거와 현재를 통해 이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아프리카 신권위주의의 확산
'민주주의의 후퇴'는 아프리카를 넘어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정기적으로 선거를 치르는 국가에서도 지도자의 권위주의적 통치가 나타나거나 선거에서 당선된 후 권위주의를 공고화하는 움직임이 여기저기서 포착된다.
튀니지는 '아랍의 봄' 이후 유일하게 민주화에 성공한 국가로 꼽혀왔다. 하지만 2019년 선거에서 당선된 헌법학자 출신 카이스 사이드(Kais Saied) 대통령은 2021년 7월 비상사태를 선포해 의회 기능을 정지시킨 뒤 이듬해 의회를 해산시켰다. 이어 2022년 국민투표로 대통령 권한을 대폭 강화하며 사실상 1인 독재 체제를 구축했고, 2024년 대선에서 90% 이상의 득표율로 재선했다.
2025년 탄자니아 대선에서 역시 사미아 술루후 하산(Samia Suluhu Hassan) 정부가 제1야당 차데마(CHADEMA)의 후보 등록을 박탈하고 야당 대표 툰두 리수(Tundu Lissu)를 반역 혐의로 기소한 상태에서 98%의 득표율로 승리했다. 이에 반발한 시민들은 전국적 시위를 벌였으나 정부의 유혈 진압과 인터넷 차단으로 짓밟혔고, 개혁의 약속은 통제형 통치로 회귀했다.
코트디부아르의 야당 민주화 운동가 출신인 알라산 와타라(Alassane Ouattara) 대통령 또한 헌법 개정을 통해 임기 계산을 원점으로 돌리며 3 연임을 강행하고, 사법부를 동원해 주요 야당 후보의 출마 자격을 박탈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민주적 절차를 통해 정통성을 얻었으나, 정작 야권에는 동일한 민주적 기회를 허용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아프리카 잠비아 지도 [제작 양진규]](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9/22/yonhap/20260922070156504nprq.jpg)
잠비아의 권위주의화를 부추기는 요인들
잠비아 역시 권위주의의 유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아프리카 최대 구리 생산국 중 하나인 잠비아에서 글로벌 에너지 전환에 따른 구리 호황은 정권 연장을 정당화하는 명분이자 강력한 동력이 된다. 광업 수입 증가와 외국인 투자 확대라는 경제적 성과는 정권 재창출과 엘리트 계층의 이권 확보를 위한 밑거름이 된다. 정권교체는 곧 구리 광산 관할권을 포함한 자원 지대(Resource Rent)의 주도권을 정치적 경쟁자에게 넘겨주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히칠레마와 집권당 국가개발통일당(UPND)은 1998년 창당 이후 23년간 야당으로 지내며 5차례의 대선 낙선과 수감이라는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이러한 서사는 그 자체로 위대한 민주화 자산이지만, 집권 후에는 장기간 보상받지 못한 핵심 인사들과 지지층을 포상하려는 정실주의(Patronage)로 변질하기 쉽다. 현 정권은 어렵게 쟁취한 권력을 쉽게 내줄 수 없다는 당위의식과 정권 상실 시 보복당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을 느껴 사법부와 사정기관을 친정권화하여 정적을 사전에 압박하고자 하였을 것이다. 실제로 부패 청산과 질서 유지를 명분으로 전임 대통령과 야당 인사들을 표적 수사하고 정치 집회를 불허하고 있으며, 나아가 사법 판결과 의회 절차를 활용해 내부 갈등에 개입하는 등 야당의 정치적 입지를 좁혀가고 있다.
또한 UPND는 오랫동안 통가(Tonga)족을 중심으로 한 남부주를 대표하는 정당으로서 종족·지역적 편중성이 강했기 때문에 집권 이후에도 구태적인 종족 정치 셈법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UPND는 집권 과정에서 전국 정당을 표방하며 최대 다수 종족인 벰바(Bemba)족 출신 부통령을 앞세우는 등 외연을 확장했다. 그러나 국방, 안보, 재정, 사법, 선관위 등 국가 기구의 핵심 요직에는 여전히 당의 뿌리인 통가계 엘리트들이 전면 배치되어 있어, 민주적 견제를 약화하고 종족 간 갈등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여전히 나오고 있다.
권위주의화에 맞서는 시민사회와 민주적 유산
그런데도 잠비아가 완전히 권위주의로 회귀하지 않고 비판적 담론이 살아있는 이유는 1990년대 민주화 이래 지속된 민주주의의 저력과 시민사회의 견제 기능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다.
잠비아는 1991년 다당제 도입 이후 세 차례나 선거를 통해 평화적 정권 교체를 이뤄냈다. 특히 2011년과 2021년 선거에서는 당시 정권(2011년 루피아 반다, 2021년 에드가 룽구)의 거센 압박과 국가기구 동원에도 불구하고 표심으로 정권교체를 성사했다. 이러한 경험은 정치인들에게 선거를 통한 심판 가능성을 충분히 각인시켰다. 국민들 역시 이러한 기억과 신념을 바탕으로 권위주의화 시도를 쉽게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
청년층의 활발한 정치참여와 디지털 여론 형성도 정부의 독주를 견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2024년 엘니뇨 가뭄에 따른 하루 10시간 순환 단전(Load-shedding), 경기 악화, 고실업에 직면한 청년들은 소셜 미디어와 시민단체 활동을 통해 정권의 폐쇄성과 개표 중단 시도를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다.
이러한 여론의 감시는 현 정권이 노골적인 권위주의화를 단행하기 어렵게 한다. 더불어 기독교협의회(Church Councils), 법조인 협회, 전직 국정 원로들 역시 중재자로 나서 정부의 독주를 견제해 왔다. 2021년 군대를 동원해 선거에 개입하려 했던 전 정권을 저지했던 것처럼 이들은 국가 시스템의 사유화를 막는 데 기여하고 있다.
지속 가능한 민주주의를 향하여
선거의 존재만으로 민주주의는 지켜지지 않는다. 히칠레마 정권은 경제 재건이라는 성과에 힘입어 재선에 성공했지만, 그 과정에서 보여준 권력 공고화 시도들은 민주주의의 질적 후퇴를 명확히 보여준다. 야당으로서 오랜 시련, 구리산업 호황, 종족·지역 기반의 후견주의 등은 히칠레마와 UPND가 극복해야 할 권위주의 유혹이다.
아프리카 민주주의는 군사 쿠데타를 막는다고 다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더 중요한 과제는 선거로 선출된 지도자가 현 제도 내에서 권위주의자로 변질하여 가는 것을 어떻게 견제할 것인가이다. 잠비아가 지닌 역사적 민주주의 저력이 2026년 선거 이후에도 권위주의화 시도를 막고 견제와 균형을 지켜내길 기대해 본다.
※ 외부 필진 기고는 연합뉴스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김은경 교수
현 한국외대 아프리카연구소 부교수, 캘리포니아주립대-로스앤젤레스(UCLA) 정치학 박사, 현 한국아프리카학회 학술이사, 주요 연구분야는 아프리카 민주주의 발전(선거·정당·의회), 정치경제(산업·정치 연계), 분쟁, 체제전환, 외교관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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