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이전, 언제 교섭하고 쟁의할 수 있나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1. 자문노조가 물었다.
그런데 삼성전자에서 노조가 요구한 성과급을 두고서 근로조건으로서 교섭과 쟁의대상인지 의문이라면서 부정적인 태도를 드러내더니, 광주 반도체 공장 건설 관련 삼성전자 노조가 전환배치 등 근로조건 사항이 발생할 수 있으니 교섭하고 파업 등 쟁의할 수 있다고 하자 공장 건설이 교섭과 쟁의대상이라는 건 이해할 수 없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노란봉투법 시행과 관련해 노동부에 구체적 시행 기준을 제도화하라고 지시했다. 영업이익 등 회사 실적에 연동하는 성과급과 공장 건설 등 사업경영상 결정 사항은 노조와 교섭하고 노조가 파업 등 쟁의할 수 없는 것으로 시행 기준을 마련해서 발표하라고 한 것이다.
하지만 노조법에 따르면 지방이전은 당연히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기에 노조법상 노동쟁의 사항으로 교섭하고 쟁의할 수 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 자문노조가 물었다. 서울에 본사를 둔 공기업 노조다. 얼마 전 이재명 정부가 공공기관을 대대적으로 지방으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연히 지방이전 대상 사업장에 포함됐고, 노조로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지방으로 이전하게 되면 노동자들은 가족들과 함께 생활 근거지를 옮기거나 가족들과 떨어져서 살아야 하는 것이다. 보통 일이 아니다. 흔히 있는 지방지사로 순환근무하는 것도 아니고, 계속해서 거기서 근무해야 하니 노동자들에겐 너무도 큰일이다. 조합원의 문의와 요구가 빗발치고, 노조는 손 놓고 있을 수 없다.
사측은 정부 방침을 따를 수밖에 없다며 지방이전을 추진할 게 뻔하다. 노조는 이러저런 대응 방안을 찾으면서 교섭과 쟁의 등 정공법으로 대응하게 될 경우에 대비해 질의서를 보내 물었다. 지난 3일 고용노동부가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 관한 시행지침, 즉 노조법상 노동쟁의 대상의 기준을 구체적으로 밝힌 '경영성과급 등 노동쟁의 대상 시행지침'을 발표했다. 그에 따르면 노조는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인지 알고자 묻는 것이다.
2. 생각해 보면, 이번에만 큰일 났던 것은 아니었다. 정권이 바뀔 때면 정부 방침때문에 이 사업장을 포함해서 공공기관들은 난리가 났다. 지난 20년만 돌아보더라도, 정부 방침으로 선진화니 효율화니 하면서 인력감축 등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성과연봉제 등 성과주의 임금체계와 성과부진자 퇴출제도인 일반해고의 도입을 추진했다. 그때마다 공공기관 노동자들은 그 범위 내지 수위라도 낮추기 위해서 노조를 통해 협상하거나 투쟁해야 했다. 자문노조 사업장도 마찬가지였다.
대표적 사례로 이명박 정권이 공공기관의 대대적인 인력 감축 방침을 발표하고, 사업장마다 구체적으로 감축규모까지 통보해서 이 사업장에서 벌어졌던 일을 들 수 있겠다. 인천국제공항을 제외한 김포공항, 김해공항 등 전국의 각지 공항을 운영·관리하는 사업장인데, 핵심인력이 아니라면서 현장기능직 노동자들에 대해서 업무를 외주화하고, 외주업체로 가지 않고 버틴 자들은 정리해고로 내쫓았다. 당시 노조 대응을 자문하고, 정리해고된 노동자들을 대리해서 소송했던 나는 그때 일을 어제처럼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 사건에서 정부 방침에 따라 했던 정리해고가 부당하다는 판결을 받았다. 이후 공공기관에서 정부 방침을 내세워 정리해고를 압박하는 구조조정은 추진할 수 없게 됐다. 정부 방침에 따라야 한다며 정리해고를 무기로 공공기관에서 대대적인 인력 구조조정을 몰아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다행이었다.
그러나 외주화에 따라 외주업체 소속이 된 노동자들의 처우는 비참했다. 공사에서 보장받았던 임금 등 처우가 반토막난 채 공사에서 자신이 수행하던 일을 그대로 해야 했다. 결국 이명박 정권이 추진한 공공기관의 선진화 정책에서 외주화, 인력 구조조정은 현장기능직 등 하위직 노동자들에게 사용할 인건비를 삭감하고 책임전가를 위한 수단이었던 것이다. 그 당시 외주업체 노동자들도 정리해고자들과 같이 소송하고자 했다. 하지만 희망퇴직과 명예퇴직을 신청해서 퇴직하고, 외주업체에 입사한 그들에게 정리해고자들처럼 소송을 통해서 공사 근로자로 되돌아갈 방법은 없었다. 안타까운 일이었다.
3. 그리고 10여년이 흐른 오늘 다시 큰일이 밀어닥쳤다. 이번에도 공공기관에 대한 정부 방침에 따라서다. 이명박에서 이재명으로 정권의 색깔은 달라졌다. 그런데 노동을 대하는 권력은 얼마나 달라진 것일까.
이명박 정권은 기관통폐합, 민영화, 10~15% 인력감축, 초임삭감 등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대통령이 임명한 위원들로 구성된 공공기관 운영위원회가 의결해서 정부 방침으로 관계부처를 통해 해당 공공기관에 이행하도록 통보했다. 기관평가, 임원평가 등으로 경영평가성과급 등 인건비와 임원에 대한 인사권을 통해 정부가 사실상 강제하는 것이었다. 사전에 노동자의 의견을 듣는 노력도 없었다. 해당 기관은 정부 방침이라서 통보받은 대로 따라야 한다고 했다. 정부 방침이라서 노조와는 교섭할 수 없고, 쟁의대상이 아니라고 하면서 밀어붙였다.
그때와 다르게 현재는 노란봉투법으로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이 노조법상 노동쟁의에 포함됐는데도 오늘 이재명 정부는 공장 건설, 회사 분할과 합병, 매각 등 사업경영상 결정은 노동쟁의 대상이 아니라는 노조법을 해석한 시행 지침을 발표했다. 이재명 정부는 지침이 정한 대로 노동현장에서 노동행정하겠노라고 선언한 것이다.
이 지침에서 사업경영상의 결정이 노동쟁의 대상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그 결정의 시행과정에서 인력운영방안 등 세부계획 등이 구체화돼 근로조건의 변동이 객관적으로 예상되는 경우라야 한다. 이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가 공공기관의 지방이전 방침을 추진하면서 지방이전은 노조와 교섭할 사항이 아니고, 쟁의대상도 아니라면서 밀어붙일 것으로 보인다. 지방이전에 따라 서울 잔류인원과 지방에 이전할 본사 근무인원 규모와 대상자 선별기준 등을 구체적으로 사측이 밝히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러면 노동에 대한 권력의 태도는 달라졌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이재명 대통령은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을 노동부장관에 임명을 하고, 취임 직후부터 국무회의 등에서 수시로 노동자를 위하는 말을 하면서 특히 중대재해 산재사고 예방 등을 계속해서 점검하는 등의 행동을 보여줬다. 그런데 삼성전자에서 노조가 요구한 성과급을 두고서 근로조건으로서 교섭과 쟁의대상인지 의문이라면서 부정적인 태도를 드러내더니, 광주 반도체 공장 건설 관련 삼성전자 노조가 전환배치 등 근로조건 사항이 발생할 수 있으니 교섭하고 파업 등 쟁의할 수 있다고 하자 공장 건설이 교섭과 쟁의대상이라는 건 이해할 수 없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노란봉투법 시행과 관련해 노동부에 구체적 시행 기준을 제도화하라고 지시했다. 영업이익 등 회사 실적에 연동하는 성과급과 공장 건설 등 사업경영상 결정 사항은 노조와 교섭하고 노조가 파업 등 쟁의할 수 없는 것으로 시행 기준을 마련해서 발표하라고 한 것이다.
그리고 대통령이 지시한 대로 노동부는 3일 원칙적으로 사업경영상 결정 사항들은 교섭과 쟁의할 수 없도록 노조법상 노동쟁의에서 제외하노라고 해석한 노조법 시행에 관한 지침을 마련해 발표했던 것이다. 이렇게 결정적일 때, 노동자의 고용 등 중요한 근로조건 변동이 초래될 사항에 있어서 노동자가 아닌 사용자를 위해서 말하고 행동했다.
4. 노동부의 지침은 노동행정하는 공무원의 업무처리하는데 활용되는 것일뿐, 그것은 법규적 효력을 가지는 법도 아니고 당사자를 구속하는 처분도 아니다. 그러니 법을 위반한 지침은 무시해버려도 된다. 아무리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만든 것이라도 노조법이 규정한 노동쟁의에 포함되는 것을 제외하고 있다면 그 노동부 지침은 쓰레기통에 던져버리고 노동자들은 노조를 통해서 교섭 요구하고 쟁의하면 그만이다. 어쩔 것인가. 지침을 위반했다고 고소고발하고 업무방해죄, 노조법 위반으로 수사해서 기소라도 할텐가. 불법파업했다고 손해배상소송, 가압류신청이라도 할 것인가. 노조법상 노동쟁의에 포함되는 것을 아니라고 한 지침을 위반했다는 것으로는 아무데도 쓸데 없는 짓이다. 법원은 무죄를 선고하고, 기각할 테니 말이다.
여기서 한 가지만 보탠다면, 지방이전은 그 자체가 곧바로 노동자의 근무장소 변동을 초래할 수밖에 없으므로 당연히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지방이전의 시행과정에서 인력운영방안 등 세부계획 등이 구체화될 것도 없이 근로조건의 변동이 객관적으로 예상되는 경우에
해당해 노조가 교섭하고 쟁의할 노조법상 노동쟁의 사항이라고 봐야 한다. 결코 이재명 정부의 노동부가 지침으로 해석한 것처럼 세부계획 운운할 것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정리해서 자문노조의 질의에 이렇게 대답할 수 있겠다. 지방이전은 노동부 지침에 따르면 구체적으로 이전 대상 인원 같은 세부계획 등이 나올 때까지는 원칙적으로 교섭하고 쟁의할 노조법상 노동쟁의에 해당하지 않는다. 하지만 노조법에 따르면 지방이전은 당연히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기에 노조법상 노동쟁의 사항으로 교섭하고 쟁의할 수 있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Copyright © Copyright © 2026 매일노동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