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용 아니면 농사 안 지어도...농지은행 맡기면 처분유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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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지를 상속받았지만 직접 농사를 짓지 못하고 있다면 땅을 팔아야 할까.
상속이나 고령화 등으로 직접 경작하지 못하는 농지를 농지은행에 맡기면 처분을 유예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직접 경작하거나 적법한 방식으로 임대하는 등 자진 정비가 어려운 소유자는 농지은행에 농지의 임대나 관리권을 위탁하면 처분의무를 유예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고령화 등으로 농사를 짓지 못해 휴경 중인 농지도 농지은행에 관리권을 위탁해 처분을 유예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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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지 전수조사 논란에 후속 대책
상속·고령농지 등 처분 유예 추진
관행적 임대차도 농지은행 통해 정상화
38년 만에 불법 전용 농지 양성화
농지를 상속받았지만 직접 농사를 짓지 못하고 있다면 땅을 팔아야 할까. 고령으로 농사를 그만둔 농민은 평생 일궈온 농지를 처분해야 할까. 정부의 농지 전수조사를 둘러싸고 이런 우려가 커지자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농사를 짓지 못하는 땅을 강제로 팔라는 것이냐는 항의에 대해 "그건 진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사흘 만에 정부가 구체적인 해법을 내놨다. 상속이나 고령화 등으로 직접 경작하지 못하는 농지를 농지은행에 맡기면 처분을 유예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투기 목적의 농지는 법에 따라 처분하되, 농촌의 관행적인 임대차나 휴경 농지는 농지은행을 통해 정상화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겠다는 취지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농지 전수조사 추진방향 당정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9/22/thescoop1/20260922055056146tizc.jpg)
문제는 조사 결과 직접 경작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된 농지를 어떻게 처리하느냐는 것이다. 농지법은 원칙적으로 농지를 직접 경작할 사람만 소유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농촌의 현실은 다르다. 부모에게 농지를 상속받았지만 농사를 짓지 않는 자녀도 있고, 나이가 들어 농사를 그만둔 뒤 이웃에게 땅을 빌려주는 농민도 있다.
정부가 내놓은 해법은 '농지은행 위탁'이다. 직접 경작하거나 적법한 방식으로 임대하는 등 자진 정비가 어려운 소유자는 농지은행에 농지의 임대나 관리권을 위탁하면 처분의무를 유예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예컨대 상속이나 이농으로 농지를 보유한 사람이 법에서 정한 소유 상한인 1㏊(약 3025평)를 초과한 경우에도 농지은행에 임대를 위탁하면 처분을 유예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고령화 등으로 농사를 짓지 못해 휴경 중인 농지도 농지은행에 관리권을 위탁해 처분을 유예 받을 수 있다. 소유자는 농지를 계속 보유하면서 농지은행을 통해 임대하거나 관리하고, 농지은행은 임대 수익이 발생하면 계약에 따라 제반 비용을 제외한 금액을 소유자에게 지급하는 방안을 마련한다.
관행적인 임대차도 정상화 대상이다. 농촌에서는 농민끼리 편의상 서로 농지를 바꿔 경작하거나, 자녀에게 농지를 증여한 뒤에도 부모가 계속 농사를 짓는 사례가 있다. 이런 농지도 농지은행에 임대를 위탁하면 기존 실경작자에게 우선 임대하고 처분을 유예할 방침이다.
정부는 임차농이 농지 전수조사 때문에 경작하던 땅에서 쫓겨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임대차 특별 정비기간도 11월 15일까지 연장했다. 3년 이상 소유한 농지를 조사 기간에 농지은행에 위탁임대하면 보완조사 대상에서 제외하고 임대차를 적법하게 처리하기로 했다.
그렇다고 모든 농지 소유자에게 처분 유예 기회를 주는 것은 아니다. 실제 농사지을 의사 없이 시세차익이나 개발이익을 노리고 농지를 취득한 투기 행위는 기존 농지법에 따라 처분명령 등 조치를 내릴 계획이다. 거짓 영농계획서를 제출해 농지를 취득하거나 농업법인을 만들어 부동산업을 영위하는 사례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자료 | 농식품부, 그래픽 | 챗GPT, 더스쿠프]](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9/22/thescoop1/20260922055057503hokn.png)
반면 허가나 신고 절차만 제대로 거쳤다면 설치할 수 있었던 시설은 사후 양성화를 추진한다. 농지보전부담금을 납부하고 요건을 충족하면 사후 전용을 추인해 합법적인 시설로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농지 불법 전용에 대한 양성화 조치는 1988년 이후 38년 만이다.
정부는 올해 말까지 처분 유예와 사후 전용 추인의 대상·절차 등을 담은 특별조치법을 마련하고, 2027년 1분기 시행을 추진할 계획이다. 투기 등 중대한 위법 사항은 심층조사를 거쳐 정당한 사유가 없을 경우 내년 중 처분 등 조치를 진행한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농지 전수조사는 농지제도를 현실에 맞게 바꾸어 농업·농촌을 활성화하기 위한 출발점이며, 선의의 농업인·국민들에게는 불이익·불편이 없도록 조치가 이루어질 것"이라며, "불안해하지 마시고 조사원들에게 적극 협조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조봄 더스쿠프 기자
sp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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