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콘텐츠? 이젠 식상”…국뽕·먹방 예능으로 탈북민 유튜버가 사는 법

유튜브의 시대, 누구나 유명해질 수 있다. 북한이탈주민(탈북민·북향민)도 그렇다. 북한을 다루는 TV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 탈북민도, 출연하지 않은 탈북민도 자기 유튜브 채널로 구독자와 만난다. 3만4600명의 탈북민 중 유튜브를 운영하는 이들은 최소 150여명으로 추정된다. 이들의 주요 구독자는 50~70대로 보인다.
코로나19가 발발한 2020년을 전후로 탈북민 사이에 유튜브 유행이 일었다. 북한에서 살았던 경험부터 탈북 과정, 한국사회 적응기를 주로 다뤘다. 그러나 이들의 이야기는 ‘극심한 굶주림 경험’이나 ‘탈북 미녀’ 등 북한에 대한 정형화된 인식과는 사뭇 달랐다. 이들은 “다양한 한국 사람이 있듯이, 다양한 탈북민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탈북민 유튜버 7명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생산자로서 “내 마음대로”
탈북민 유튜버들은 유독 ‘진정성’을 강조한다. TV 예능과 유튜브에 출연하는 탈북민은 거짓말 유혹에 놓인다.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자기 경험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소문으로 들었던 이야기나 다른 사람의 경험을 마치 제 것인 양 말하는 탈북민이 종종 있는 게 사실이다. 구독자 14만여명을 둔 <이철은NK> 채널의 이철은씨는 “북한이 베일에 싸여 있어 당장 확인이 안 돼서 그렇지, 통일이 되면 거짓말했던 사람들은 다 사기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철은씨는 “그래서 저는 경험한 것만 이야기하고, 제 유튜브에 출연한 탈북민에게도 ‘~카더라’라는 말은 하지 않게끔 한다”고 말했다.
구독자 4만여명을 둔 <민주의 호두까기>의 이민주씨는 채널명을 ‘호두까기’로 만든 이유가 “거짓말하는 탈북민을 까기(비판) 위해서”라고 했다. 민주씨는 “다른 탈북민 유튜버가 유독 거짓말을 많이 하는 유명 탈북민 유튜버를 논리적으로 깠다. 그런데 ‘왜 같은 탈북민끼리 싸우느냐’는 댓글이 달렸다”며 “그 댓글을 보고 멘붕이 와서 까는 콘텐츠를 하지 않기로 마음을 고쳐먹었다”고 말했다.
진정성의 반대편에는 <이제 만나러 갑니다> 등의 TV 예능이 있다. PD나 작가가 원하는 방향으로 방송을 제작하다 보니 북한 현실이 과장되는 경우가 있다. 구독자 2만여명을 둔 유튜버 A씨는 그래서 TV 예능 출연을 꺼린다고 했다. 그는 “TV 예능에선 PD나 작가의 장단에 맞춰줘야 한다. 돈(출연료)을 받았으니 돈값을 해주는 게 당연한 것”이라며 “하지만 내 유튜브에서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내 맘대로 한다”고 말했다. 탈북민 사이에선 맹목적으로 북한을 비난한 것을 꺼리는 분위기도 있다. ‘너의 부모가 아무리 바보라고 해도, 어떻게 부모를 욕하느냐’와 유사한 심정이라고 한다.

구독자 2만여명을 둔 <윤예라 TV>의 윤예라씨는 자신의 유튜브를 “북한인권을 ‘오버 액션’이 아니라 ‘진지 모드’로 다룬다”고 소개했다. 서울시 인권 증진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시작한 그의 유튜브는 상대적으로 조회수보다 공익에 무게를 둔다. 예라씨는 “요즘 누가 ‘분단 문제’에 관심이 있냐. 그래도 저는 분단을 다루고 싶다. 그것이 인권을 깊이 있게 접근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근 인권 탄압의 역사적 장소인 남영동 대공분실 이야기를 유튜브에 담은 예라씨는 “한국에 인권 탄압이 있었지만 민주주의로 변화했듯이, 북한도 변화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북한이나 탈북민에 대해 정형화된 인식을 깨는 노력도 있다. 이철은씨는 “북한의 독재는 분명 나쁘지만, 북한의 모든 게 나쁜 것은 아니다”며 “북한을 나쁘게만 그리면 ‘저렇게 미개한 놈들과 어떻게 같이 살 수 있겠느냐’는 생각만 한국사회에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철은씨는 “예를 들어 ‘북한에도 휴대폰이 있지만 인터넷은 안 된다’거나 ‘북한 개개인도 자동차를 가질 수 있지만 언제 국가에 뺏길지 모른다’처럼 있는 모습 그대로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윤예라씨는 “탈북민에겐 ‘세금 먹는 사람들’이라는 프레임이 씌워진다. 하지만 봉사활동을 하면서 자신이 받은 것을 사회에 환원하려는 탈북민도 있다”며 “탈북민을 한 프레임으로 묶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도 내 유튜브에서 한 프레임으로 묶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주씨도 “좋은 한국사회에 ‘자본주의 약육강식 문화’처럼 안 좋은 것이 있듯이, 안 좋은 북한에도 좋은 것들이 있다”고 말했다.
‘국뽕 콘텐츠’가 인기…탈북 스토리는 식상
탈북민 유튜브에서 인기를 끄는 건 ‘국뽕’ 콘텐츠다. 예컨대 인천국제공항에 처음 와서, 마트에 물건이 쌓여 있어서, 맛있는 음식을 처음 먹어서 “놀라 자빠졌다”는 식이다. A씨는 “다른 채널에서 국뽕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자기가 느낀 것보다 과장해서 말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면 ‘마인드가 긍정적이다’는 칭찬 댓글이 달린다”며 “반대로 솔직하게 말하면 조회수가 안 나온다. 그게 딜레마”라고 말했다.
A씨는 “구독자들은 탈북민이 똑똑하게 보이면 재수 없게 생각하고, 어리숙하게 보이면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탈북민에 대한 차별을 전제로 두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A씨는 “그건 모르겠다”고 말했다.
구독자 7만여명을 둔 <방울TV 한유미>의 한유미씨는 “어떤 탈북민은 배정받은 임대아파트가 좋다고 하지만, 어떤 탈북민은 그 임대아파트가 싫다고 한다. 그럼 ‘임대아파트에 들어가고 싶어도 못 들어가는 사람이 널렸다. 북한으로 돌아가라’는 댓글이 달린다”고 말했다. 유미씨는 “임대아파트에서 허망하게 홀로 지내는 삶의 괴로움을 표현한 것인데 그런 식으로 받아들여진다”고 말했다. 유미씨는 경기 오산시에서 눈썹 문신 가게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철은씨의 부인이기도 하다.

윤예라씨는 “탈북민들은 ‘우리 북한에서는’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마치 사투리처럼 입에 붙어서다. 그러나 댓글에선 ‘탈북민이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받으려면 우리 북한이라는 사고부터 바꿔야 한다’는 댓글이 달린다”고 말했다.
콘텐츠 개발에도 힘쓴다. 남북한 비교나 탈북 스토리는 식상한 이야기가 됐기 때문이다. 이철은씨는 “탈북민 유튜브를 보는 분들은 이미 대부분의 내용을 알고 있다. 섬네일 제목도 ‘한국에 와보니 기절초풍’식으로 다들 비슷하다”며 “그래서 남남북녀가 소개팅하면서 다른 문화를 경험해보는 새로운 콘셉트를 시도해보고 있다”고 말했다. 철은씨는 먹방(음식 먹는 방송)을 올려달라는 구독자의 요청에 이따금 먹방 콘텐츠도 올리고 있다.
대부분 정치를 주제로 하는 콘텐츠는 피한다. 불필요한 논쟁에 휩싸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유미씨는 “‘투표하고 왔어요’라며 손가락으로 V자를 그리며 인사했는데 ‘2찍(기호 2번에 투표한 사람)이다’는 반응이 왔다. 2찍이 뭔지 몰라 뒤늦게 찾아봤다”고 말했다. 윤예라씨는 “정치는 제가 모르는 영역이기 때문에 다루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구독자 61만여명을 둔 <정성산 TV>의 정성산씨는 북한 콘텐츠로 시작했다가 3년 전쯤 정치 콘텐츠로 채널 성격을 바꿨다. 그 이유에 대해 “북한의 고급 정보를 획득하려면 많은 돈이 필요한데 그 돈을 꾸준히 충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성산씨는 “좌우를 떠나, 김정은의 사망이 나의 사명이다. 저를 극우라고 여길 수 있지만 저는 ‘멸공’을 기준으로 삼는다”며 “한·미동맹의 최종 목표는 북진(통일)이며, 그런 어젠다를 알리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선물 같은 구독자 반응
예상치 못한 구독자 반응에 힘을 얻기도 한다. 구독자 1만여명을 둔 <평양 박진희 기자 TV>의 박진희씨는 “제가 평택에서 식당을 운영하는데, 얼마 전 식당에 온 50대 여성이 제 유튜브를 보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가 너무 나태하게 살았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며 “제가 뭔가 에너지를 드린 것 같아 뿌듯했다”고 했다. 진희씨는 “하루 손님 중 2~3팀이 제 유튜브를 보고 온 분들”이라며 “이분들은 ‘열심히 살아라’, ‘돈 많이 벌어라’라며 덕담을 해주고 간다”고 말했다.
한유미씨도 “한 구독자가 가게에 찾아와 ‘나는 우울증으로 힘들었다. 이렇게 어렵게 사는 이 나라를 천국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나는 이 나라에 살면서 여태 몰랐다’고 말했다”고 했다. 유미씨는 “해외에서 우리 가게에 찾아와 두어 시간 이야기를 하고 가는 분들도 있다”며 “그분들이 해외에서 아시아인으로 살면서 차별을 받은 거 같다. 우리 이야기를 듣고 뭔가 느끼는 게 있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탈북민 유튜버들의 목표는 다르면서도 비슷했다. 한유미씨는 “내 채널이 사회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면서도 “통일이 되면 제가 한국과 북한 사이에 중간다리 역할은 잘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남편이기도 한 이철은씨는 “제 채널을 본 사람들이 북한 사람들은 ‘상종 못 할 사람들이구나’가 아니라 ‘독재체제에 살다 보니 아직 깨지 못한 사람이구나’라고 봐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성산씨는 “김정은 정권의 멸망은 앞으로 10년 내에 반드시 이뤄질 것”이라며 “이것을 꾸준히 알리겠다”고 말했다. 주로 사업 홍보를 위해 유튜브를 한다는 박진희씨는 “나중에 남북한의 차이점을 줄이는 시도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A씨는 “탈북민 말고는 통일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이제 없는 것 같다. 북한이 너무 뻔뻔하다는 생각도 들어, 통일을 말하지 않는 한국 사람들의 마음도 이해는 된다”고 말했다. A씨는 “거시적으로 김정은 정권이 사기를 치고 있는 사실을 알리고, 미시적으로는 탈북민이 한국사회에서 ‘사기 안 당하고 사는 방법’ 등을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윤예라씨는 “북한 관련 포럼이나 학술행사에는 학계 사람들만 참석하지만, 유튜브는 북한에 아무런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 노출된다”며 “아무 생각 없이 유튜브를 봤는데, 보고 나서 ‘통일, 북한, 인권’이라는 단어가 기억에 남는다면 저는 그걸 성공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민주씨는 “제가 좋은 데 구경하러 가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제 유튜브에 담고 싶다”며 “언젠가 북한 사람들이 행복해하는 제 모습을 보고 그들의 마음이 바뀌길 바란다”고 말했다.
곽희양 기자 huiy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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