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 권력 사라지지 않았다… 틀을 깨는 형태의 저항 나서야”

오경진 2026. 9. 22.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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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주의의 야만은 과거의 유산일 뿐인가? 정치적, 제도적 해방은 과연 정신의 자유로도 이어졌는가? 여전히 서구의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데 너무 길들여진 우리가 반드시 던져야 할 질문이다.

"억압적인 시스템 안에서 단순히 자본주의의 부스러기를 나누어 갖는 식의 경제 모델은 진정한 해방이 될 수 없습니다. 틀을 깨는, 급진적인 형태의 저항에 나서야 합니다. 세계의 모든 인민이 배제되지 않고, 인간다운 존엄을 누릴 수 있도록 함께 투쟁하는 것. 그것이 우리의 임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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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농재단 이사 미레유 방한
범아프리카주의 맹점 비판
민족성 지우는 연대도 경계
인권운동가 미레유 파농(왼쪽) 프란츠 파농 재단 이사장과 이석호 아프리카문화연구소장이 서울의 한 호텔에서 대담하고 있다. 아프리카문화연구소 제공

식민주의의 야만은 과거의 유산일 뿐인가? 정치적, 제도적 해방은 과연 정신의 자유로도 이어졌는가? 여전히 서구의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데 너무 길들여진 우리가 반드시 던져야 할 질문이다. 이에 대한 근본적 고민 없다면 그 어떠한 대안 모색조차 낭만적 수사에 불과한 것일지도 모른다.

이달 초 경희대에서 열린 ‘한국·아프리카 인문 예술 교류 행사’에 참석차 한국을 찾은 인권운동가 미레유 파농(78)을 만났다. ‘검은 피부, 하얀 가면’, ‘대지의 저주받은 자들’ 등으로 동시대 지성사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킨 탈식민주의 사상가 프란츠 파농(1925~1961)의 딸이기도 한 그가 한국을 찾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프란츠 파농 재단 이사로 일하는 한편 세계를 무대로 인권 활동을 펼치고 있다. 국내 아프리카 연구 권위자인 이석호 아프리카문화연구소 소장이 대담자로 나섰다.

“사람들이 ‘탈식민’이라는 표현을 쓸 때마다 늘 놀랍니다. 제국주의와 식민 권력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형태만 바뀌었을 뿐, 전 세계 시민의 인민의 삶 속에 여전히 건재합니다.”

20세기 초 아프리카의 해방을 위한 대안담론으로 ‘범아프리카주의’가 떠올랐다. 마치 유럽연합(EU)처럼 정치, 경제, 문화적 연대를 통해 ‘하나의 아프리카’를 이뤄야 한다는 실천적 구상이었다. 그러나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하나의 아프리카라는 깃발 아래 개별 국가의 특수성이 삭제되기 때문이다. 아프리카는 하나가 아니며, 하나가 될 수도 없다는 것이 미레유 파농의 생각이다.

“오늘날 주류 학계와 지식인들은 파농을 입맛에 맞는 조각으로만 취사선택해 파편화하고 있습니다. 그의 사상은 식민 지배를 전복하기 위해 모든 삶의 영역에서 던진 ‘행동하는 사유’로 온전히 이해해야 합니다.”

범아프리카주의는 실제 학자들 사이에서도 뜨거운 논쟁거리다. 이 소장이 최근 한국어로 번역한 ‘아프리카의 눈으로 만난 세계사’의 저자 윌리엄 에드워드 버가트 듀보이스(1868~1963)는 대표적인 범아프리카주의 사상가다. 사회학자이자 흑인 인권운동가이기도 한 그는 아프리카의 시선으로 세계사를 새롭게 복원하며 서구의 눈으로 재단된 역사를 비판한다. 미레유 파농이 연대 자체를 부정하는 건 아니다. 그는 오히려 더욱 ‘급진적인’ 연대를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억압적인 시스템 안에서 단순히 자본주의의 부스러기를 나누어 갖는 식의 경제 모델은 진정한 해방이 될 수 없습니다. 틀을 깨는, 급진적인 형태의 저항에 나서야 합니다. 세계의 모든 인민이 배제되지 않고, 인간다운 존엄을 누릴 수 있도록 함께 투쟁하는 것. 그것이 우리의 임무입니다.”

오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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