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약이 콩팥·췌장 망가뜨린다?"… 손장원 교수의 팩트체크

권태원 기자 2026. 9. 22. 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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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은 많은 국민이 앓고 있는 병인만큼, 그 치료 약을 둘러싼 속설도 많다. 당뇨병 약이 콩팥을 망가뜨린다거나, 약을 오래 먹으면 결국 췌장이 지쳐 인슐린 치료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당뇨병과 그 치료 약을 둘러싼 속설들, 어디까지가 오해고, 어디까지가 사실일까.

유병 기간이 길지 않은 초기 당뇨병 환자가 체중 관리와 생활습관 교정을 잘하고 적기에 약물 치료를 시작하면 췌장 베타세포의 인슐린 분비 기능을 상당히 오래 유지하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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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은 많은 국민이 앓고 있는 병인만큼, 그 치료 약을 둘러싼 속설도 많다. 당뇨병 약이 콩팥을 망가뜨린다거나, 약을 오래 먹으면 결국 췌장이 지쳐 인슐린 치료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언뜻 그럴듯하게 들릴 수 있지만, 이런 속설을 그대로 믿고 약을 거부하거나 임의로 끊게 되면, 오히려 병을 키울 수 있다. 실제로 이런 속설들은 인과가 뒤바뀐 낭설인 경우가 많다. 당뇨병이 진행되며 생긴 합병증을, 마침 그때 먹고 있던 약의 탓으로 돌리는 식이다.

문제는 이런 오해들이 많은 당뇨병 환자들에게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치게 하는 결정적 이유가 된다는 점이다. 당뇨병과 그 치료 약을 둘러싼 속설들, 어디까지가 오해고, 어디까지가 사실일까. 대한당뇨병학회 총무이사 손장원 교수(가톨릭의대 부천성모병원)와 함께 당뇨병 약을 둘러싼 대표적인 속설들을 하나씩 짚어봤다.

'당뇨병 약이 콩팥을 망가뜨린다'는 속설이 있다. 사실인가.
당뇨병 환자들이 오랫동안 병을 앓다 보면 합병증으로 당뇨병성 신증, 즉 당뇨병성 콩팥병이 생길 수 있다. 그런데 시간 순서로 보면, 약을 먹던 환자에게 콩팥병이 생기니 '당뇨병 때문이 아니라 약 때문에 콩팥이 나빠진 것 아니냐'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불이 나서 소방관이 출동했는데, 화재 현장에 소방관이 있다고 해서 '저 소방관이 불을 낸 것 아니냐'고 오해하는 것과 같다. 약물 부작용이라기보다 당뇨병의 합병증으로 이해하는 것이 맞다.

오해가 생기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당뇨병 약 중에는 신장으로 배설되는 약이 많은데, 대표적인 1차 치료제 메트포민도 그렇다. 그래서 콩팥 기능이 떨어져 사구체 여과율이 45 미만이 되면 메트포민 용량을 줄여야 하고, CT 촬영을 할 때는 잠시 복용을 중단하라는 안내를 받기도 한다. 이런 '안전을 위한 조치'를 두고 '이 약이 콩팥에 나빠서 줄이는구나'라고 오인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다른 약도 신장 기능이 떨어지면 그에 맞춰 용량을 줄이는 것이 원칙인데, 이 역시 '콩팥에 안 좋아서 줄인다'는 오해로 이어지곤 한다.

'약을 먹으면 결국 췌장 기능이 퇴화해 인슐린 치료까지 가게 된다'는 속설도 있다.
이 역시 안타까운 오해다. 당뇨병이 오래 앓는 진행성 질환이다 보니, 약을 먹다가 결국 인슐린 치료가 필요해지면 '약 때문 아니냐'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당뇨병은 진단 당시부터 이미 췌장의 베타세포 기능이 약 50%, 심한 경우 20% 정도밖에 남지 않은 상태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휴대폰 배터리로 치면 이미 한 칸도 안 남은 상태에서 출발하는 셈이다. 그런 상태에서 혈당이나 체중이 장기간 조절되지 않으면 남은 마지막 한 칸마저 소진돼 결국 인슐린 치료가 필요해지는 것이지, 약물 치료 때문이 아니다.

다만 이런 오해가 생기는 데는 이유가 있다. 당뇨병 약 중 '설폰요소제'라는 계열이 있는데, 이 약은 췌장 베타세포에서 인슐린 분비를 자극한다. 초기에는 혈당 강하 효과가 뛰어나지만, 오래 사용하면 췌장을 계속 일하게 만들어 빠르게 지치게 할 수 있다는 특성이 있다. 이 때문에 인슐린 치료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논리인데, 이는 설폰요소제 일부의 특성일 뿐이다. 이것을 당뇨병 약 전체의 특성으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오류다.

그렇다면 설폰요소제를 쓰는 환자는 췌장 기능이 더 약해지는 것 아닌가.
그래서 설폰요소제는 아주 장기간 유지하기보다, 초기에 고혈당이 있거나 이 약에 반응이 좋은 환자에게 단기적으로 충분한 기간 사용하다가 고혈당이 개선되면 조정하는 전략을 쓴다. 당뇨병 약은 매우 다양하다. 당뇨병은 인슐린 분비가 떨어져서만이 아니라 인슐린 저항성, 즉 인슐린 작용에 문제가 생겨서도 발병하는데, SGLT-2 억제제나 GLP-1 계열, 메트포민 같은 약은 설폰요소제와 달리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해준다. 그러다 보니 췌장 베타세포의 인슐린 분비 기능을 보존하는 역할을 한다. 설폰요소제가 췌장을 계속 자극해 일하게 한다면, 이런 약들은 췌장을 쉬게 하면서 한 칸 남은 배터리를 더 오래 유지하게 해주는 셈이다. 이 약들을 적절히 조합하고 순차적으로 치료해나가면 그런 우려를 줄일 수 있다.

사실 설폰요소제보다 더 큰 오해를 받는 것이 인슐린이다. '외부에서 인슐린을 넣으면 내 몸에서 나오는 인슐린이 잘 안 만들어지는 것 아니냐'는 오해인데, 오히려 반대다. 인슐린 치료로 고혈당 환경이 개선되면 베타세포가 무리하게 인슐린을 분비하던 부담이 줄어들어, 장기적으로는 분비 기능을 보존해주는 역할을 한다.

인슐린 치료, 많은 오해를 받고 있지만 우리의 췌장 기능을 지켜주는 데 도움이 된다|출처: 클립아트코리아

적기에 치료하지 못해 췌장 기능이 소실됐다면, 회복은 어려운가.
'한번 망가진 췌장 기능은 회복될 수 없다'는 말은 너무 절망적이고, 꼭 맞지도 않다. 유병 기간이 길지 않은 초기 당뇨병 환자가 체중 관리와 생활습관 교정을 잘하고 적기에 약물 치료를 시작하면 췌장 베타세포의 인슐린 분비 기능을 상당히 오래 유지하는 경우도 있다. 모든 환자가 결국 인슐린 치료가 필요해지는 것은 아니다. 10명 중 1~5명 정도는 결국 인슐린 치료가 필요해지지만, 반대로 나머지 대다수는 베타세포 기능이 어느 정도 유지되면서 먹는 약만으로, 인슐린 주사 없이도 관리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니 희망을 가져도 된다.

다만 계속 고혈당 환경에 놓이고 합병증이 생겨 췌장에 과부하가 걸리면 기능이 빠르게 소실되고, 영구적으로 베타세포가 섬유화되거나 탈분화 상태에 이르면 되돌리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그래서 진단 당시부터 적극적인 약물 치료를 함께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약을 먹고 혈당이 계속 정상으로 나오자 임의로 끊는 분들이 있다.
혈당이 좋아진 상태가 곧 약을 중단해도 되는 상태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혈당이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는 건 지금 약물 치료 효과가 아주 좋다는 뜻일 수 있다. 고혈당 환자가 혈당 낮추는 약을 끊으면 혈당은 다시 올라가고, 고혈압 환자가 혈압약을 끊으면 혈압이 오르며, 위고비·마운자로를 맞다 끊으면 체중이 다시 는다. 안경을 쓰고 잘 보이게 됐는데 '잘 보이니까'라며 안경을 벗으면 다시 안 보이는 것과 같다. 그래서 안정적으로 혈당이 유지되는 약물 치료는 유지하는 것이 더 큰 이득이다.

다만 만성질환 약을 오래 유지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이다. 만약 약을 중단할 계획이라면 반드시 주치의와 상담해야 한다. '약이 너무 많아서' 힘든 것이라면 요즘은 여러 약을 합친 복합제나 하루 한 번 먹는 제형도 다양하고, 부작용을 줄인 대체제도 고려할 수 있다. 스스로 골라서 '이 약은 끊어야지' 하지 말고, 주치의와 상의해 감량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좋다. 특히 당뇨병은 초기에 무증상인 경우가 많아, 열심히 확인하지 않으면 혈당이 오른 것을 오랫동안 놓치다가 나중에 갈증 등 증상을 동반한 급성 고혈당 상태로 다시 병원을 찾는 경우도 있다.

고혈압약, 고지혈증약처럼 다양한 약을 먹는 것이 번거롭다.
당뇨병은 일종의 '혈관병'처럼 이해할 필요가 있다. 혈관 질환을 일으키는 것은 단순히 고혈당뿐 아니라 고혈압과 고지혈증도 매우 중요한 요인이기 때문이다. 축구 경기에 비유하면, 혈당을 낮추는 것이 핵심 공격수(키 플레이어) 역할일 수는 있지만 수비수도 있고 골키퍼도 있어야 한다. 축구에 메시만 있어서 되는 것이 아니다. 한 골을 넣기 위해 팀 전체가 필요하듯, 당뇨병이 있더라도 고혈압과 고지혈증을 함께 관리하며 궁극적으로 심혈관 합병증을 낮추는 것이 전체 치료 전략이다. '이 약을 꼭 먹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 때, 이것이 하나의 팀플레이라고 생각을 전환해볼 수 있다.

당뇨병학회에서 메트포민의 1차 약제 권고 조항을 삭제했다고.
그렇다. 하지만 메트포민은 여전히 매우 중요한 약이다. 오랜 기간 1차 약제로 선택된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장기간 연구로 입증된 효과와 안전성, 비용 대비 효과 등을 고려할 때 장기 치료의 부담을 줄여주는 약이라 1차 치료제로서 역할이 강조돼왔다.

다만 최근 당뇨병 치료 패러다임이 단순히 혈당을 낮추는 것을 넘어, 각각의 합병증에 맞춤 치료를 하는 약들이 소개되면서, 이제는 메트포민을 무조건 1차로 쓰기보다 환자의 특성과 동반 질환에 따라 약을 선택하게 됐다. 그래서 어떤 환자에게는 SGLT-2 억제제나 GLP-1 약제가 메트포민보다 우선시될 수 있다. 그렇다고 메트포민을 1차 치료에서 완전히 배제하라는 뜻은 아니다. 메트포민은 여전히 초기 치료에 매우 중요한 약이고, 앞으로도 그 가치가 유지될 것이다.

메트포민이 노화 억제나 수명 연장 효과가 있다며 일부에서 '영양제'처럼 복용한다는 얘기도 있다. 
굉장히 흥미로운 얘기다. 메트포민은 등장한 지 50년쯤 된 약인데, 그 작용 기전이 아직도 명확히 다 밝혀지지 않았다. 밝혀지지 않은 여러 기전 중 노화와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도 오랫동안 많은 가설이 제시돼왔다. 메트포민을 복용하면 세포 입장에서 약간 열량을 제한하는 것과 비슷한, 마치 간헐적 단식을 하는 것 같은 상태가 유도된다. 간헐적 단식이 세포에 가벼운 스트레스를 주며 기능을 활성화하듯, 메트포민도 세포 내에서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를 통해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개선하고 세포의 자가포식을 증가시켜 노화된 세포를 개선하며, 노화 관련 생체시계를 되돌린다는 전임상 연구들이 발표되면서 '노화의 신기루 같은 약'이라는 기대가 있는 것이다. 실제로 당뇨병 환자에게 메트포민은 혈당 조절뿐 아니라 심혈관 사고를 낮춰 사망률을 낮추고 결국 생명을 연장하는 효과가 있으니,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당뇨병이 없는 일반 건강인에게도 똑같은 효과가 있을지는 다른 문제다. 매력적인 전임상·기초 연구는 있지만, 당뇨병이 아닌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임상 연구는 없다고 봐야 한다. 미국에서 당뇨병이 없는 고령자 약 3,000명을 대상으로 메트포민 장기 복용이 노화 관련 질환이나 실제 수명 연장에 효과가 있는지 보는 'TAME 연구'가 계획돼 있는데, 아직 시작도 안 된 상태다. 만약 이 연구에서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온다면 메트포민을 또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런 가설을 '무조건 터무니없다'고 치부할 것이 아니라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오히려 환자에게 "지금 복용하는 메트포민은 항노화 효과로 수명을 연장할 가능성 때문에 관련 연구도 계획된 약"이라고 설명하곤 한다. 영양제는 찾아서 먹으면서 당뇨병 약은 먹기 싫어하는 분들도, 자신이 먹는 약에 이런 기대 효과가 있다고 하면 약을 대하는 생각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권태원 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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