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지 공격 받자 강훈식이 떠난다

주희연 기자 2026. 9. 22.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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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서실장, 인사 참사 책임론 거세지자 사의 표명
靑 “종합적 책임지는 것”… 李 “수리 결정은 못해”
이재명 대통령과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 주재 수석보좌관 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청와대는 이날 이 대통령이 미국·멕시코 순방을 떠나기 4시간 전, 강 실장이 사의를 표명했다고 발표했다. 정치권에선 인사 실패 논란이 추석 연휴 내내 계속되는 것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해석했다. 이 대통령이 강 실장의 사의를 수리하면 ‘청와대 3실장’ 가운데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을 제외한 비서실장과 정책실장이 공석이 된다. /뉴스1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고 청와대가 21일 밝혔다. 작년 6월 정부 출범과 함께 임명된 지 15개월 만이다. 대통령 지지율 하락 국면에서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이어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까지 낙마하자 인사 실패에 책임을 지는 차원이다.

강 실장의 사의 발표는 이 대통령이 유엔 총회와 한·멕시코 정상회담을 위해 5박 7일간 미국·멕시코 순방을 떠나기 불과 4시간 전에 이뤄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국정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에 대해 자신의 부족함 탓이라고 수차례 말씀하신 상황에서, 대통령을 보좌하는 비서실장으로서 종합적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사의를 표명한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18일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지지율 하락을 두고 “저의 부족 때문”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이후 청와대와 여당 내부에선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려면 청와대 수석급 이상 전원이 사표라도 내야 한다”는 말이 나왔고, 강 실장이 참모 대표로 책임을 진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출국 직전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옆에 앉아 있는 강 실장을 향해 “우리 비서실장께서 오늘 졸업을 해보시겠다고 한 것 같다”며 “(사표 수리를) 어떻게 할지 제가 아직은 결정을 못 했다”고 했다. 다만 청와대가 강 실장 사의를 공개 발표한 만큼 대통령은 순방 직후 후임 비서실장 발표와 함께 사표를 수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이 강 실장 사의를 수리하면 청와대 3실장 가운데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을 제외하고 비서실장·정책실장 등 2실장이 공석이 된다.

다만 청와대는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제기하고 있는 김현지 청와대 제1부속실장 등 이 대통령의 최측근 그룹인 ‘경기·성남 라인' 책임론에 대해선 침묵했다. 강훈식 실장이 장관 인선을 책임지는 인사위원장이긴 하지만, 실제 인사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경기·성남라인 주도하에 인사가 이뤄졌다는 얘기가 많았다. 국민의힘은 “강 실장 사퇴는 측근과 비선 실세를 지키기 위한 꼬리 자르기”라며 “대통령은 청와대 인사 라인 교체 요구와 ‘상왕’ 김현지를 둘러싼 인사 개입 의혹에 대해 답해야 한다”고 했다.

◇李순방 4시간 전 사퇴 발표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전격 사의를 표명한 것은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법무장관 후보 사퇴 이후에도 이번 인사 실패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가라앉지 않은 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 그룹인 김현지 청와대 제1부속실장 등 경기·성남 라인의 책임론이 커지자, 강 실장이 총대를 멜 수밖에 없었던 것 아니겠냐는 것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이 지지율 하락에 대해 ‘내 부족함 탓’이라고 했는데 참모 중 최고책임자가 책임지는 건 당연하다”며 “시점상 추석 밥상 민심까지 고려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여권 내에서도 “과연 강 실장 사퇴만으로 김현지 실장 등 경기·성남 라인의 인사 개입 의혹이 말끔하게 없어지겠냐”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사의를 표명한 강훈식(왼쪽)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해 10월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김현지 제1부속실장과 대화하는 모습. 정치권에서는 이날 “강 실장 사퇴만으로 김현지 실장 등 경기·성남라인의 인사 개입 의혹 등이 묻히겠느냐”는 말이 나왔다. /뉴시스

신약 로비 의혹 등이 제기된 김승원 의원은 이 대통령이 지난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지지율 하락과 관련해 “송구하다”고 한 지 하루 뒤인 지난 19일 자진 사퇴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김 의원의 성추행 의혹 등이 추가로 제기되면서 청와대와 여당 내에서도 인사 실패 책임론이 더 커졌다. “인사 실정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큰데, 청와대가 나 몰라라 하는 건 말이 안 된다” “강 실장이라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이 대통령이 이번 기자회견에서 청와대 인사 시스템 개편 방침을 밝힌 상황에서 인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강 실장이 자리를 지키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여권 “추석 밥상 민심 고려했을 것”

청와대가 이 대통령의 출국 4시간 전 강 실장의 사의 표명을 발표한 데 대해서는 “그 정도로 국정에 대한 여론이 나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대통령이 해외 순방으로 자리를 비우면 비서실장이 국내에 남아 사실상 국정을 관리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례적인 상황이라는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지금 이 대통령과 청와대가 코너에 몰린 상황이라는 방증 아니겠느냐”며 “인사 실패에 대한 아무런 조치 없이 대통령이 해외 순방 일정을 진행하는 것엔 부담이 따랐을 것이고, 추석 연휴인 점도 고려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5박 7일간의 미국·멕시코 순방에서 돌아온 뒤 강 실장 사의를 받아들일 것으로 알려졌다.

강 실장은 국정 지지율 하락과 인사 실패의 책임을 안고 사퇴하게 되면서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됐다. ’97그룹(1990년대 학번·70년대생)‘의 대표 주자인 강 실장은 작년 6월 비서실장에 낙점되면서 충남 아산 지역 3선 국회의원직을 사퇴한 바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사실상 경질된 측면이 없지 않기 때문에 당분간은 자숙의 시간을 갖지 않겠냐”면서도 “하지만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열리면 민주당 내 유력 후보로 부상할 가능성은 여전하다”고 했다.

◇‘경기·성남 라인’ 책임론엔 묵묵부답

강 실장 사의 표명에도 김현지 제1부속실장 등 이 대통령 최측근 그룹인 ‘경기·성남 라인’에 대한 책임론은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이들의 인사 개입으로 인해 청와대 인사 검증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주장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은 “오는 10월 국회 국정감사에 대통령의 핵심 참모인 김현지 실장과 정진상 전 민주당 정무조정실장을 증인으로 부르겠다”고 벼르고 있다.

민주당 한 의원도 “청와대는 절차를 제대로 지켜서 이번 2기 개각 인사를 했다고 주장하지만, 잇단 낙마에 국민이 믿지 않고 있다. 특히 모든 건 김현지로 통한다는 ‘만사현통’에 대해 의심하고 있다”며 “그렇다면 대통령이 인사 쇄신을 통해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고 했다.

청와대는 부인하지만, 현 정부 출범 초부터 강훈식 실장과 김현지 실장이 청와대 운영의 주도권을 두고 일종의 알력 다툼을 해왔다는 이야기가 파다했다. 여권 관계자는 “초반에는 김 실장이 총무비서관을 하면서 인사 등 많은 분야에 관여해 왔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강 실장이 주도권을 행사하는 식으로 분위기가 바뀌기도 했다”며 “그러나 결정적으로 지금처럼 책임을 지는 상황에서 강 실장이 사표를 낸 건, 대통령이 김 실장 등 경기·성남 라인을 감싸고 있다는 얘기 아니겠느냐”라고 했다.

이 때문에 대통령이 인사 쇄신 의지를 보이려면 김 실장의 보직 이동 등 인사 조치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의견이 청와대와 민주당 내부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여권 관계자는 “강 실장은 인사위원장이라 직접적으로 책임지는 자리에 있지만, 김 실장은 다르다”며 “성남 라인이 실제 인사에 개입했다는 증거가 나오지 않는 한 김 실장에 대한 인사 조치는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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