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뢰 묻은 DMZ서 폭발사고로 간부 3명 부상
1명은 발목 절단 중상 입어

21일 서부 전선의 비무장지대(DMZ) 남측 지역에서 지뢰로 의심되는 폭발이 발생해 군 간부 최소 3명이 다쳤다. 그중 수색대대 대대장(중령)은 발목이 절단되는 중상을 입고, 헬기 편에 국군수도병원으로 후송됐다.
DMZ 내 지뢰 폭발로 우리 장병이 발목 절단 수준의 중상을 입은 것은 2015년 북한의 ‘목함 지뢰 도발’ 이후 약 11년 만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은 북한의 지뢰 도발 가능성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유엔군사령부와 함께 조사에 착수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사고는 경기도 파주시 육군 25사단 관할 구역 내에서 일어났다. 오전 11시쯤 우리 병력이 DMZ 내부 신규 수색로 개척을 하던 도중 폭발이 발생했고, 폭발 지점은 남북을 가르는 군사분계선(MDL)에서 50m 안팎의 가까운 곳으로 전해졌다. 지난 10일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은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25사단 경계 구역에서만 “북한군이 조성한 지뢰 지대가 무려 6곳에서 군사분계선을 10~15m 넘어 우리 주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했다.
유 의원은 이날 “소식통에 따르면, 폭발 사고 발생 지역이 북한군이 지난해부터 올해 초 사이 MDL 남쪽에 조성한 지뢰 지대 인근”이라며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다만 합참 관계자는 사고 지점이 “그 구역(북한 지뢰 지대)과는 거리가 떨어져 있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DMZ 수색로 개척 과정에서 지뢰 폭발로 우리 장병 세 명이 부상을 입었다는 소식을 접했다”며 “가족분들께 깊은 위로를 전하며 정부는 장병들의 치료와 회복을 위해 필요한 지원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보호 덧신’ 신고도 중상… “파괴력 큰 北목함지뢰 가능성”
북한군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북을 ‘교전 중인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한 후인 2024년부터 군사분계선(MDL) 일대에 지뢰 지대를 조성하기 시작했다. 21일 지뢰 추정 폭발 사고가 발생한 육군 1군단 예하 25사단 관할 구역에서는 지난해부터 북한군의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이 일대에 북한군이 조성한 지뢰 지대 6곳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우리 측 비무장지대(DMZ)를 침범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자,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14일 “일부 지형 변화를 식별했고 지뢰 매설 가능성에 대해 유엔군사령부와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했었다.
하지만 이날 지뢰 사고에 대해 합참 관계자는 “미상 폭발 원인은 조사를 해야 하는 것이라서 현재로서는 추가로 드릴 말씀이 없다”며 “그 지형 변화가 이뤄진 곳에서 사고가 발생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만약 북한군이 매설한 지뢰 폭발로 지휘관을 포함한 우리 군 간부들이 부상당한 것으로 밝혀지면, 9·19 남북 군사 합의 복원 등을 통해 장기간 단절된 남북 대화·협력을 되살려 보려는 이재명 정부의 대북 정책에는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미·북 대화 재개를 지원하는 ‘페이스 메이커’ 구상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전문가 “北 지뢰 가능성 높다”
이날 폭발 사고 이후 군은 유엔군사령부 협조하에 구급 헬기를 DMZ 내부에 진입시켜 발목이 절단된 25사단 직할 수색대대 대대장 등을 국군수도병원으로 후송했다. 작전을 수행했던 나머지 병력에 대해서도 정밀 검진을 통해 치료 필요성을 평가하고 있다.
부상자 여럿이 발생하고 한 명은 중상을 입은 정황을 두고, 일부 전문가는 우리 측 지뢰보다 파괴력이 큰 북한 목함지뢰(PMD-57)가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특히 발목이 절단된 대대장이 폭발 당시 지뢰 덧신을 신고 있었던 점이 주목 받고 있다. 군 관계자는 “지뢰 덧신을 착용한 상태에서 우리 측 지뢰를 밟았는데 발목 절단 수준의 피해를 입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북한 목함지뢰는 통상 가로 22㎝, 세로 9㎝, 높이 4.5㎝ 크기 상자 안에 220g의 폭약이 들어 있는 인명 살상용 대인 지뢰로, 살상 반경은 최대 2m다. 2015년 북한은 MDL 이남 440m 지점 우리 측 최전방 감시초소(GP) 인근 추진 철책의 통문에 목함지뢰를 매설했고, 이 지뢰 폭발로 당시 하재헌·김정원 하사가 각각 두 다리와 우측 발목이 절단되는 부상을 입었다. 임철균 한국전략문제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북한 목함지뢰는 폭발력이 커서 밟은 사람은 무릎 아래가 절단되고 주변 사람들도 폭풍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녹색·갈색 나뭇잎 모양의 ‘나뭇잎 지뢰’도 매설하고 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군이 정확한 경위를 발표하기 전까지 여러 가능성이 열려 있지만, 현재로서는 북한 측 지뢰 폭발일 가능성이 좀 더 높아 보인다”고 했다. 2015년 북한 목함지뢰가 폭발했을 때 우리 군은 여러 조사 끝에 6일 만에 ‘북한의 소행’이란 사실을 발표했었다.
북한 측 지뢰가 직접적 원인은 아니더라도, 북한군의 MDL 침범과 지뢰 지대 조성이 늘어난 것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군 관계자는 “북한군의 MDL 월선과 지뢰 매설 여부를 감시하기 위해 수색로를 추가 개척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우리 장병이 다쳤으니 북한에도 책임 소지가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우리 측 지뢰 여부도 조사
우리 측이 매설한 지뢰 위치는 우리 군이 파악하고 있다. 다만 군은 빗물 등에 의해 지뢰 위치가 변했거나, 새로운 수색로를 개척하려던 과정에서 우리 측의 실수나 안전 절차 미준수가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조사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DMZ 내에서 우리 장병이 우리 지뢰를 밟는 사고가 있었다. 해당 장병은 당시 방호장구를 착용하고 있어 발목 골절만 입었다. 우리 군은 신규 수색로 개척 작업 시, 지형 변화 및 지뢰 유실 가능성에 대비해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지뢰탐지기를 활용해 안전 여부를 확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이번 수색로 개척과 관련해 우리 측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면, ‘군 기강 해이’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軍 “DMZ 폭발, 北 지뢰 가능성 매우 높다”
- 청년파산 30% 줄 때 노인파산 70% 급증
- [바로잡습니다] 9월 17일자 A10면 ‘법원 “남북연락사무소 폭파한 북한, 446억원 배상해야” 기사
- 통일장관은 6박8일 유럽 순방… “한반도 평화 공존 공감대 넓힐 것”
- 李 유엔 연설 의식했나… 軍, ‘北지뢰’ 증언 듣고도 함구
- 北 지뢰로 판명 땐 대북 확성기 다시 켜나
- 靑 “우크라, 허위 발표 사과하라” 외교부는 우크라 대사대리 초치
- “검사 수사권 폐지는 위헌” 헌법재판소 문 두드리는 검사들
- 與 ‘조작기소 특검’ 내달 1일 처리 검토
- ‘조희대 격노설’ 추궁한 與… 법원행정처장 “그건 거짓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