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KA 티셔츠 입고 “북한 응원 왔어요”


‘이겨라 조선’이라고 적힌 새빨간 티셔츠를 입은 중년의 조총련 관계자가 갑자기 왼쪽 팔뚝을 걷어올렸다. 태극기가 붙어 있었다. 놀랍게도 그는 북한 응원 티셔츠 안에 ‘KOREA ARMY’(대한민국 육군)라고 적힌 일명 ‘로카 티’를 입고 있었다. “조선(북한)을 응원하러 왔는데, 속으로는 양쪽 다 응원합니다. 사실 오늘 무승부였으면 좋겠어요.”
21일 아이치 나고야 아시안게임 첫 남북 대결이 펼쳐진 시즈오카현 후쿠로이의 에코파 스타디움. 여자 축구 F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맞붙은 한국과 북한이 1대1로 비겼다. 전반 36분 북한 채은영이 선제골을 넣었고, 한국은 후반전이 시작되자마자 윤수정이 페널티박스 안에서 오른발 슛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두 팀 모두 2승 1무를 기록했지만, 골득실에서 앞선 북한이 조 1위, 한국은 조 2위로 8강에 진출했다.
두 팀은 3년 전 항저우 대회 때 거친 태클과 말싸움이 난무하는 격렬한 대결을 벌였다. 하지만 이날은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양 팀 선수들은 불필요한 몸싸움을 하는 모습이 없었고, 경기 외적으로도 거의 접촉하지 않았다.

응원석 분위기도 비슷했다. 조총련계 대학생들을 비롯해 북한 응원단이 골대 뒤에 찾아왔는데, 먼저 치른 조별리그 1차전은 1000명이 축구장을 찾았다면, 이날은 300여 명에 그쳤다. 이들은 “필승 조선” “우리의 담대함을 보여주리라” 같은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부르며 북한 선수들을 응원했다. 한국 선수들에게 야유를 퍼붓는 모습은 없었다.
최근 북한이 한국에 대해 ‘통일’ ‘한민족’ 개념을 지우고 남남 취급하는 기조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자녀가 조총련계 학교 학생이어서 함께 응원을 왔다는 한 여성은 “아무래도 몇 년 전과 분위기가 달라진 게 사실”이라며 “한국을 응원하는 것도 아니고, 응원하지 않는 것도 아닌 복잡한 마음”이라고 했다.
조총련계 학교에 다니는 학생 다수가 사실상 일본인으로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도 이유로 꼽힌다고 응원단 관계자들은 말했다. “그냥 조총련계 학교를 다니니까 북한이 ‘우리 팀’이 돼 응원하러 온 것”이라는 얘기도 있었다. 한국과 다른 나라가 경기하면 한국을 응원하지만, 한일전이 벌어지면 일본에 마음이 기우는 학생도 많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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