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은 끄고, 몰입은 켠다… 북클럽·콘서트로 번지는 ‘폰 프리’

“릴스 1시간 대신 책 읽기 1시간 어때요?”
지난 18일 오후 6시 30분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 7층 옥상 정원. 조경회사 서울가드닝클럽과 아이파크몰 주최로 ‘폰 프리 북클럽’이 열렸다. 20·30대 29명이 스마트폰을 높이 20㎝ 남짓한 철창 상자에 넣고 각자 가져온 책을 펼쳤다. 기온은 25도, 정원에는 선선한 바람이 불었다. 참가자들은 책을 읽다 이따금 고개를 들어 노을을 바라본 뒤 다시 책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행사에 참석한 자영업자 조성표(34)씨는 “평소 휴대폰과 릴스를 보며 시간을 보냈는데, 하루쯤 휴대폰 내려놓고 책에 집중하며 쉬어보고 싶었다”고 했다. 직장인 신예지(32)씨는 “핸드폰을 철창에 넣고 열쇠를 잠가 강제로 멀어지니 집중이 더 잘된다”고 했다.
휴대전화를 잠시 내려놓고 눈앞의 경험에 집중하는 ‘폰 프리(Phone Free)’가 2030의 새로운 여가 문화로 번지고 있다. 짧은 영상을 넘기며 시간을 떼우는 대신, 독서와 공연, 대화로 채우는 것이다. 이 북클럽의 참가비는 1만원. 필기구와 미니 화분, 음료 쿠폰 등을 제공하지만, 핵심은 휴대폰를 손에서 놓는 환경을 강제로 만드는 것이다. 정효원 서울가드닝클럽 대리는 “이미 독일 베를린, 프랑스 파리 등 여러 도시에서 휴대폰을 내려놓고 활동하는 폰 프리 캠페인이 자리 잡았다”며 “서울도 이제 막 퍼지고 있다”고 했다.
대중음악 공연장도 휴대폰이 공연 집중을 방해하는 주범(?)이라 보고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지난 5월 밴드 소란은 서울 연남장에서 ‘고영배의 슴슴한 도파민 중독 치료 콘서트’, 이른바 ‘고슴도치콘’을 열었다. 관객은 입장할 때 전자기기를 주최 측에 맡겨야 한다. 대신 수첩과 필기구를 받아 들고 입장했다. 음악을 듣고 그 감상을 손글씨로 남기자는 취지였다. 지난달 내한했던 미국 록 가수 잭 화이트도 관객의 휴대폰을 특수 파우치에 보관하도록 해 공연 중 사용을 막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자체 주관 남녀 미팅 행사가 ‘폰 프리’를 주제로 삼기도 한다. 경기 시흥시는 다음 달 9일 거북섬, 10일 은계호수공원 일대에서 미혼 남녀 대상 ‘2026 시흥솔로’를 연다. 참가자들은 일대일로 티타임과 식사 등을 하되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상대의 표정과 대화에 집중하도록 했다. 의정부도서관은 어린이 자료실에 ‘폰 수면실’을 만들어 어린이와 보호자가 휴대전화를 맡기고 책을 읽게 하고 있다.
하재근 대중문화 평론가는 “스마트폰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자극을 소비하는 데 피로를 느낀 사람들이 한 가지 경험에 온전히 몰입할 시간을 찾는 것”이라며 “혼자서는 내려놓기 어려운 휴대전화를 잠시 맡기고 독서와 공연, 대화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 자체가 문화 상품이 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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