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車, 美서 생산 길 열리나… 완성차 업계 초긴장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미국에 생산 시설을 짓도록 허용하는 것은, 미국에 투자한 기업을 희생해 중국 업체의 미국 시장 진출 발판을 마련해 주는 꼴입니다. 미국에 대대로 투자해 온 자동차 업체의 일자리를 중국 정부가 소유한 자동차 업체로 넘기는 결과만 초래할 것입니다.”
지난 17일(현지 시각) 미국 내 자동차·부품·딜러 관련 6개 단체는 공동 명의로 백악관에 이런 내용의 항의 서한을 보냈다. 중국 자동차 기업의 미국 생산은 물론이고, 대미 수출도 막아야 한다는 내용이 핵심이었다. GM·포드와 같은 미국 기업은 물론 현대차·기아·도요타·폴크스바겐 등 글로벌 완성차 기업이 가입한 전미자동차혁신연합(AAI) 등 사실상 미국 자동차 생태계에 발을 걸친 기업 대부분이 한목소리를 냈다.

지난 11일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폭탄 발언’을 한 것이 계기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중국이 미국에 들어와 공장을 열고 차를 만든다면 괜찮다”며 “일본도 그렇게 하지만, 중요한 것은 미국인을 고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24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릴 미·중 정상회담을 앞둔 터라 파장이 더 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BYD·CATL 등 중국 자동차·배터리 업체 경영진을 대동할 수 있다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자동차 기업들은 초비상이 걸린 상태다.
◇중간선거 앞둔 트럼프의 ‘일자리 셈법’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1월 중간 선거를 의식해 미국 내에 미국인을 위한 일자리만 늘릴 수 있다면 중국 자본이더라도 받아들이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이번 미·중 정상회담이 미국 자동차 산업의 봉쇄망을 풀 ‘변곡점’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자동차 업계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차 공세로 장기적으론 산업 자체가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받을 우려가 더 크다고 반발한다. 현재 미국은 중국산 자동차에 27.5% 관세를 매기고 있고, 전기차에는 여기에 100% 관세를 추가로 더 매긴다. 중국과 연계된 업체가 만든 커넥티드카(인터넷 접속 가능한 차) 판매도 막고 있다. 그 덕에 중국차의 빠른 세계 진출 속에서 미국이 주력 시장인 GM은 올 상반기에만 영업이익이 약 82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6% 증가했다. 현대차·기아 역시 미국에서 지난해 183만6172대를 판매해 진출 이래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세계 1위 도요타도 글로벌 판매량의 약 25%가 미국 몫이다. ‘중국차 청정 지대’인 미국의 환경을 감안해 기업들은 미국 현지 투자를 늘려왔는데 중국차의 미국 진출이 허용될 경우 극도로 치열한 경쟁에 놓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배터리·부품 등 피해 확산 우려
실제로 이런 일은 미국보다 중국차 진출이 더 수월한 유럽이나 남미, 동남아 등 세계 곳곳에서 이미 벌어지고 있다. 올 상반기(1~6월) 유럽에서 현대차·기아 점유율은 7.4%로 1년 전보다 0.5%포인트 하락했지만, 중국 브랜드는 약 11%로 올라섰다. 같은 기간 남미 최대 자동차 시장 브라질에서 중국 BYD는 9만9028대를 팔아, 현대차(9만6723대)·도요타(7만9969대)를 제치고 4위에 올랐다. 일본차가 장악한 태국 등 동남아 시장도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현지 공장을 앞세워 파고들고 있다. 이를 두고 호세 무뇨스 현대차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채용 설명회에서 “중국차는 유럽 일부 시장에서 경쟁 차보다 30~40% 저렴하다”며 “미국도 일정 조건이 없다면 비슷한 일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미국 진출 파장은 완성차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 중국 CATL은 미국 픽업트럭용 신형 ‘톨 배터리’를 개발해 현지 완성차 업체와 시험하고 있다. 직접 공장을 짓지 않고, 기술을 빌려줘 미국에서 생산하는 방식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완성차가 미국 시장에 진입하면 중국계 배터리뿐 아니라 모터, 반도체 등 후방 업체들도 같이 진출할 명분이 생긴다. 미국에 동반 진출해 있는 한국 배터리·부품사들의 수주 기반도 흔들릴 수 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소방관 6명이 쓰러졌다, 이래도 ‘재정 빨대’인가요
- ‘±1초’가 사라진다
- “과천 경마장 6년내 이전 어려워” 꼬이는 공급대책
- [바로잡습니다] 10월 9일자 A8면 ‘‘런던 핫플’ 된 토트넘 신구장, 지역 경제까지 살려’ 기사
- 앤스로픽, 한국 책 21종 불법 다운로드 해놓고… “400만원씩 보상”
- “금융사 본점 91%가 수도권에… 금융위가 세종 가면 서로 업무 비효율”
- 김민석 “조희대 탄핵 논의 시작, 사퇴 안하면 안되는 이유 정리중”
- 여야 과방위 국감 ‘이진숙 제척’ 충돌
- 與의 부산 구애… 李 한주 두번 찾고, 金은 “2주마다 갈 것”
- 전작권 전환 신중론 브런슨에… 여권 “영토주권 부정” “입 막아야” 공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