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혜의 심심할 틈이 없다] 젖꼭지가 크면 남편복이 있다?

이지혜 작곡가 2026. 9. 21.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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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S가 얼마 전부터 동네 자치회관에서 ‘다이어트 댄스’ 강좌를 듣기 시작했다. 주 5회 수업료가 3개월에 10만원 정도고 65세 넘은 분들은 무료란다. 수강생은 대부분 오래 참여해 오신 60대 이상 터줏대감들인데 체력이 너무들 좋으셔서 나이로는 막내인 S가 따라갈 수 없다고 한다. 젊음의 행진 ‘짝꿍들’ 멤버가 아니었을까 싶은 놀라운 실력자들도 있단다.

다들 열정도 엄청나서 연습하는 곡(’작품’이라 하신다고)마다 톤 앤 매너를 갖춘 의상을 차려입는 것은 기본이요, 전공자들 발표회 못지않게 간절하게 임하신다고 했다. 스승의 날도 엄청난데, 박사과정까지 하며 학교깨나 오래 다닌 S지만 이렇게까지 진심으로 스승의 은혜에 감격하는 제자들은 처음 보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처음 출석한 날 번호를 따이고 톡방에 초대된 후 ‘오늘 S씨가 섰던 곳은 다른 분 자리다, 빈자리라고 아무 데나 서면 안 된다’라는 가르침부터 받았다는 걸 보면 배워야 할 규칙이 많은 것 같았다. 눈치껏 파악해야 하는 ‘나와바리’의 규칙들 말이다. “동네 여자 목욕탕에는 암묵적으로 정해진 자리가 있다던데 그 비슷한 건가?” 묻자 S는 답했다.

“목욕탕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수업 후 샤워하다 칭찬받았잖아. 머리 감고 있는데 한 분이 다가오더니 ‘아이구, 젖꼭지가 정말 크네! 젖꼭지가 크면 남편 복이 있다는데, 좋겠어!’라는 거야. 근데 내가 최근에 이혼을 했잖아? 답을 하기 애매했지만 일단 ‘감사하다’고 했어.”

솔직히 이 얘기 전까지는 ‘다이어트 댄스’의 열기가 너무나 궁금하여 친구네 자치회관에 슬쩍 청강하러 가볼까 했다(번호를 따려고 하시면 돌아가신 아버지 번호를 드리려고 함). 하지만 전원 나체 상태로 신체 특정 부위의 형태에 대해 기복적 덕담을 하는 세계는 역시 내가 들어서기에 무리라는 결론이다. 그 다정함은 내겐 너무 벅차다.

노인이 되면 어느 정도 당연해지는 걸까? 타인을 향한 관심을 어떤 방식으로든 일단 표현하는 것 말이다. 아니, 노인이 몇 살부터인지도 모르겠다. 더는 60대를 노인이라고 할 수도 없다. 사실 60대가 된 80~90년대생 한국 여성들을 상상해보면 이건 나이 듦의 문제 또한 아닌 것 같다. 한 30년쯤 후에도 자치회관 문화센터가 유지되고 있다면 어떤 규칙과 덕담이 존재할지 궁금하지만 그만큼 살지 않으면 알 수 없겠구만. 그래도 눈뜨면 금방 30년 후겠지, 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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