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호정의 톱밥 먹는 중입니다] [30] ‘법적으로 문제될 것은 없다’는 항변
영화 ‘오디세이’를 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참 재미있었다. 주인공 오디세우스가 고향 이타카로 돌아오는 기나긴 여정은 무척 험난하다. 그래서인지 오디세우스는 영화 내내 울상이다. 또한 그는 줄곧 참회하는 듯 보였다. 오디세우스는 스스로 어떤 믿음을 배신했다고 고백한다. 바로 ‘크세니아(xenia)’다. 낯선 이를 기꺼이 손님으로 맞고, 먹을 것과 잠자리를 내어주던 ‘환대의 규범’을 뜻한다. 그는 트로이 목마를 만들어 전쟁을 승리로 이끈 영웅이었다. 트로이인들은 적이 남기고 간 목마를 선물로 믿고 성 안으로 들였다. 오디세우스는 그 믿음을 이용해 난공불락의 성문을 열었다. 승리를 가져다준 기막힌 계략은, 낯선 이의 호의를 의심하게 만드는 배신이 되었다.
영화의 해석은 관객의 몫이라 했다. 나는 그리스가 잃어버린 환대의 규범이 아니라, 오디세우스가 잃지 않은 ‘참회’가 좋다. 우리의 법은 너무나 최소한이다. 하여 우리는 배려, 예의, 염치 같은 어휘를 빌려 무언가를 약속했다. ‘헤아림’이다. 서로의 마음을 헤아린다. 각자의 사정을 헤아린다. 나와 다른 사람을, 나와 다른 견해를 환대하지는 못하더라도 배척하지 않으려는 그런 헤아림 말이다.
이재명 정부의 2차 개각은 두 군데서 실패했다. 한 군데에선 “의원과 장관의 겸직은 법률이 허용하고 있다”고 했다. 또 한 군데에선 “윤석열 검찰이 탈탈 털었지만, 기소유예로 끝난 사안”이라 했다. 요컨대 법적으로 문제될 것은 없다는 항변이었다. 그렇구나. 그런데 정말이지 헤아림이 없더라. 평등과 정의를 요구하는 국민의 마음과 사정을, 평등부와 정의부 장관 후보자들이 헤아리지 않더라.
그리고 지난 금요일, 이재명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에 보지 못한 침울한 표정이었다. 자신이 “배려도 부족하고 섬세함도 부족하고 소통도 부족했다”고 했다. 정책으로 피해를 본 사람들의 아픔과 반발을 애써 외면하려 했던 측면이 있다고 했으며, “국민에 대한 존중심이 좀 부족했다”고도 했다. 지지율 하락을 막기 위해서였겠다. 그러나 정치라는 공간에서 행위 주체의 주관적 의도는 딱히 중요하지 않다. 대통령은 헤아려줬다.
정치는 공동체의 윤리적 기준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대통령의 말을 참회라 하면 혼날 것 같다. 반성이라 해도 칭찬받진 못할 것이다. 그래도 분명한 인정이었다. 더 많은 정치가 그래 줬으면 좋겠다.
“A time of apparent magic…” 영화의 오프닝 자막이다. 마법이 통하던 시대에나 가능한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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