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8년 앞당겨진 화약무기 역사

‘황자화통’ 제작 연대 확인
2023년 나주서 지뢰 탐지 중 발견
젓가락 정도 길이…화살 끼워 발사
178년 전 제작 가능성도…연구 계속
왜구를 물리칠 화약무기를 만들던 최무선 시대의 무기일까, 여진을 정벌하며 북방을 개척하던 세종 시대의 무기일까.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화약무기가 발견됐다. 지금까지 제작 연도가 확인된 가장 이른 화기보다 최소 118년 앞선 것이다.
국가유산청은 전남광주 나주 금성산에서 발견된 화약무기 ‘황자화통(黃字火筒)’의 몸체에 새겨진 명문(글자)을 분석해 고려 말~조선 초의 유물로 확인했다고 21일 밝혔다.
‘화통(火筒)’은 화약으로 화살이나 탄알을 쏘는 무기로, 세종 이후에는 주로 ‘총통(銃筒)’으로 불렸다. 유물은 2023년 11월14일 금성산 등산로 공사를 앞두고 미확인 지뢰지대를 탐지하던 군인이 발견했다. 금성산 9부 능선 암벽 아래, 겉흙 약 10㎝ 깊이에 묻혀 있었다. 군부대는 같은 달 20일 매장유산으로 신고했고, 국립나주문화유산연구소는 과학적 분석과 8차례 전문가 자문으로 진위·연대를 검토했다.
황자화통은 길이 23.75㎝, 구경 1.66㎝, 무게 1032g이다. 젓가락만 한 길이에, 총부리 바깥지름은 500원짜리 동전보다 조금 크다. 발사체가 나가는 긴 총부리와 화약을 넣는 볼록한 약통, 나무 손잡이를 끼우는 모병으로 나뉜다. 개인이 휴대해 사용한 소형 화기로 추정된다.
제작 연대의 실마리는 몸체에 새겨진 글자다. 모병에는 ‘丁巳十二月日 鍊 黃字火筒 重一斤十四兩 監造錄事安休甫 匠人石’ 27자가 6열로 새겨졌다. ‘정사년 12월 황자화통을 만들었다. 무게는 1근 14량이다. 감독자는 녹사 안휴보, 장인은 석’이라는 뜻이다. 총부리의 ‘八’은 제작번호나 관리번호로 추정된다. ‘황자’는 <천자문> 순서에 따른 분류명이고, 녹사는 실무 관직으로 군기감에 배치됐다.
연구진은 문헌에 총통이 처음 등장한 1356년부터 세종 대 화기 체계가 완성된 1448년 사이 정사년을 대조해 제작 연도를 1377년과 1437년으로 좁혔다. 1377년은 최무선의 건의로 화통도감이 설치돼 화약무기 생산이 시작된 해다. 1437년은 세종 대 화기 개량이 활발하던 때다.
제작 연도가 명문으로 확인된 기존 국가지정 화기 가운데 가장 이른 것은 1555년 천자총통이다. 황자화통이 1437년산이면 118년, 1377년산이면 178년 앞선다. 연구소는 “고려 말~조선 초 화약무기 태동기에 발견 장소와 제작 시기·제작자가 함께 확인되는 사례는 그동안 보고된 바 없다”며 “한국 화기 발달사 연구의 기준점이 될 수 있는 자료”라고 평가했다.
화통의 위력은 아직 실험하진 못했지만, 기존 활에 비해 훨씬 강력했을 것으로 보인다. 어창선 연구관은 “비슷한 위력으로 추정되는 차중전이 1467년 이시애 난 당시 방패를 세 개 뚫는 위력으로 기록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국가유산청은 제작 연도를 좁히기 위한 연구를 이어가고 보물 지정 절차를 추진할 계획이다. 유물은 23일부터 두 달 동안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공개된다.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속보]청와대, ‘재제청 거부’ 조희대에 “헌법 위배·대통령 임명권 무력화···깊은 유감”
- [속보] “산업부, 대미투자 1호 텍사스가스발전…2·3호 원전·알래스카 LNG 개발”
- 심수봉 ‘저격’에 입 연 김다현 “선생님이 직접 전화해 사과···마음 추스를 것”
- ‘부캉이’ 보러가니 “죄다 ‘ㅇㅇㅇ’ 들고있네”···부산 북항 주변 편의점서 ‘죠스바·고
- 추미애, 또 김동연 전 지사 도마 올려···“도민들 빚쟁이 신세로 몰아 넣어”
- 아틀라스, 현대차 공장 ‘인턴’ 발령 났다…휴머노이드 2만5천대 단계적 투입
- 당뇨병 진단 초기 중증도 높거나 빠르게 악화됐다면···췌장암 발생 위험 높아
- “일 안 할 거면 나가”···숙소 찾아가 이주노동자에 소화기 뿌린 선주
- [속보]경찰, ‘홍명보 감독 선임 의혹’ 정몽규 등 3명 송치···심의자료 허위 기재로 이사회 업
- 음바페가 말아 올린 ‘세우타 셔츠’…스페인 축구 뒤흔든 이민 논쟁